[단독] 무대없는 예술가들의 무대, 코펜하겐 DFFF 축제
[단독] 무대없는 예술가들의 무대, 코펜하겐 DFFF 축제
  • 이종찬 기자
  • 승인 2019.03.29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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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독립예술가 지원 프로젝트 일환
향후 전국 규모로 확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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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프리뷰=코펜하겐] 이종찬 기자 = 덴마크의 독립예술가들을 위한 자유공연축제(Det Frie Felts Festival, DFFF)가 지난 3월 12-16일 수도 코펜하겐에서 열렸다.

올해 제5회를 맞는 DFFF는 기존 제도권 공연장과 연계가 없는 독립단체나 개인 등 이른바 ‘인디 예술가’들을 위한 축제이다. 본래는 매년 5월에 열리는 코펜하겐 최대의 공연예술축제 코펜하겐 스테이지(CPH Stage)의 한 섹션으로 시작됐으나 곧 예상외의 수요를 실감하면서 독립된 축제로 탈바꿈했다.

DFFF 축제 오프닝 리셉션(사진=이종찬)
DFFF 축제 오프닝 리셉션(사진=더프리뷰 이종찬 기자)

 

금년에는 5일간 총 11개 작품이 공연됐다. 많은 작품은 아니었지만 젊은 독립예술가들의 소박하면서도 꾸밈없는 발상이 호감을 갖게 했다. 젠더, 탈식민, 정체성, 여성억압 등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이미 개념화된 이슈의 틀을 따르지 않고 개인적, 정서적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점이 진지하고 신선했다.

DFFF 축제 개막작 "The Skipet vol.6"(사진제공=덴마크 DFFF축제)
DFFF 축제 개막작 "Skipet vol.6"(사진제공=덴마크 DFFF축제)

DANSEatelier의 스노레 한센(Snorre Hansen)의 <Mermaid of the Hypersea>는 물로 이루어진 몸이라는 개념을 통해 젠더와 정체성, 사랑, 권력 등의 분별을 관통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LGBTQ로 구성된 CuntsCollective의 <My Cuntry>는 폭력과 억압이 깃든 가정이 여성에게 과연 ‘집’이라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스노레 한센 "Mermaid of the Hypersea"(사진제공=덴마크 DFFF축제)
스노레 한센, "Mermaid of the Hypersea"(사진제공=덴마크 DFFF축제)

한국에서 입양된 여성 예술가 나야 리 옌센(Naja Lee Jensen)은 <Home>을 통해 인식과 신체, 공간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마리 토프(Marie Topp)는 <Liaisons>을 통해 우리가 본다는 것은 대상화(objectification)임을 말하려는 듯했다. 관객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마주치면서도 아무것도 보지 않는 듯한 공연자들의 느릿한 움직임은 소리없이 관객을 무장해제시키며 공간이 액화(液化)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마리 토프, "Liaisons"(사진제공=DFFF축제)
마리 토프, "Liaisons"(사진제공=덴마크 DFFF축제)

 

이번 축제에서 가장 돋보였던 작품은 투위민머신쇼(Two-Women-Machine-Show)의 <Ality>일 것이다. 한국인 무용가 김유진과 작품을 공동창작, 공연한 조나단 보니치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에 중독되는 현대인을 보고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가상성의 현현(the reality of the virtual)이라는 개념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대본이나 사전안무 없이 음악과 관객들의 작은 소음들 사이에서 공연자들은 내면의 가상성에 따라 나오는 대로의 움직임을 펼친다. 그런 점에서 즉흥과는 다르다고 한다. 이 작품은 금년 10월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 공연을 추진중이다.

투위민머신쇼, "Ality"(사진제공=김유진 무용가)
투위민머신쇼, "Ality"(사진제공=Two-Women-Machine-Show)

대부분의 작품이 플로어에서 관객과 공연자가 함께하는 형태였다. 관객들은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모두 편안하고 여유롭게,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공연중 소음에 대해 그리 민감하지도 않았고 과도하게 환호하거나 박수를 보내지도 않았다. 공연이 끝나고도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일어서는 모습이었다.

개막작이 열린 덴마크 궁정극장 내부(사진=이종찬)
개막작이 열린 덴마크 궁정극장(Hofteatret) 내부(사진=더프리뷰 이종찬 기자)

이번 축제에의 초청은 한국-덴마크 수교 60주년 기념으로 이루어졌다. 올해 양국간에는 예술단체간의 공연교류가 다수 예정돼 있다. 이번 축제의 컨설턴트였던 피터 코흐(Peter Koch Gehlshøj)는 덴마크 문화부 산하 문화 및 왕실담당국(Danish Agency for Culture and Palaces)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키 크고 사람 좋은 청년은 이미 지난해 한-덴마크 합작 레지던시를 위해 부산에 다녀갔으며 한국과 덴마크 예술교류를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덴마크측 컨설턴트 피터 코흐(사진=김유진)
덴마크측 컨설턴트 피터 코흐(사진=김유진 무용가)

축제 이름인 DFFF는 영어로는 ‘the Free Field Festival'로 번역되지만 축제의 영어 명칭은 'Selected Works'로 돼 있다. 다소 혼동스러워 왜 그렇게 정했는지 주최측에 이유를 묻자 자신들도 잘 모른단다. 영어 이름을 따로 짓다보니 그냥 그렇게 되었다고.

 

A Stage for the Artists without stage, DFFF(Det Frie Felts Festival, Selected Works)

At Selected Works – From the Independent Field of Performing Arts, we have made a targeted effort to present different formats, genres and forms of expression from the stage-artistic scene. The purpose of the festival is to give visibility to the stage-artistic value, the societal necessity and the national and international impact of independent performing arts. At the festival, both younger and more experienced performers with different backgrounds, references, skills and experimental forms of expression will be introduced. For example, their backgrounds are in choreography, physical theater, stage-artistic texts, performance, sound art and visual art.

The festival is a necessary platform for the independent performing arts as long as there is no curated scene for guest performances in Copenhagen. The program for the festival is organized by a three-person curator of the year, which this year consists of choreographer and performer Mette Ingvartsen, dramatist and dramaturg Gritt Uldall-Jessen, and director and performer Erik Pold, who have worked together to find ten productions among the sixtysix proposals that were submitted.

Selected Works – From the Independent Scene of Performing Arts first took place in 2014. So far it has taken place four times and has presented more than 60 pieces of works from the independent scene of performing arts. This year is the fifth edition of the festival and it will take place at Corpus in A-Salen, Hofteatret and in Koncertkirken at Blågårdsplads as well as at other site specific lo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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