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펜하겐의 미니국가, 프리타운 크리스티아니아(Freetown Christiania)
[단독] 코펜하겐의 미니국가, 프리타운 크리스티아니아(Freetown Christiania)
  • 이종찬 기자
  • 승인 2019.03.29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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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900여명의 자치구역, 내규로 운영

[더프리뷰=코펜하겐] 이종찬 기자 =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시내 동쪽 크리스티안하운(Christianshavn) 지역에는 인구 약 900명의 자치구역 ‘프리타운 크리스티아니아(Freetown Christiania)’가 있다. 면적 약 40만m2의 크리스티안하운 지역은 운하 양쪽으로 고급주택과 요트들이 늘어서 있지만 지역 오른쪽 길쭉한 지역의 물가에 이들 프리타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프리타운 크리스티아니아 위치(사진제공=구글맵)
프리타운 크리스티아니아 위치(사진제공=구글맵)

이 곳은 1970년대 초 폐쇄된 군사기지에 가난한 사람들, 자유롭게 살고 싶은 젊은이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곳으로 1971년 덴마크 정부로부터 자치구역으로 인정 받았다. 이들은 스스로 '국가'라 칭하고 있으며 나름 국기(國旗)도 있고 국가(國歌)도 있다. 일종의 미니국가인 셈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이를 인정하는 정부나 국제기구는 없다.

물가쪽에 있는 '크리스티아니아' 문구(사진=더프리뷰 이종찬 기자)
물가쪽에 있는 '크리스티아니아' 문구(사진=더프리뷰 이종찬 기자)

마을 입구에는 크리스티아니아라고 쓴 큰 표지판이 있는데 사진을 찍으려 하자 누군가 “사진 찍지 말라(No photo)!"고 외쳤다. 하지만 주변 지역이나 골목 안 모습은 촬영해도 된다. ‘히피 마을’, ‘해방구’, ‘위험하다’ 등등의 말들을 들었지만 요란한 그래피티와 포스터 외에는 별달리 특이한 것은 없어보였고 사람들도 친절했다.

골목 벽마다 이런 그래피티로 가득하다(사진=더프리뷰 이종찬 기자)
골목 벽마다 이런 그래피티로 가득하다(사진=더프리뷰 이종찬 기자)
화장실도 금방 알아보기가 어렵다(사진=더프리뷰 이종찬 기자)
화장실도 금방 알아보기가 어렵다(사진=더프리뷰 이종찬 기자)

대통령이나 의회는 없다. 하지만 자치권을 인정받은 만큼 나름의 규율이 있다. 자동차 소유 금지, 담배와 마약 금지, 폭력, 무기, 절도 금지 등이 주 내용이다. 그런데 마약은 금지라지만 대마초는 자유로이 판매된다. 기자가 방문했던 날은 추운 날씨 때문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길거리 여기저기에서 텁텁한 냄새가 진동을 했는데 아마도 대마초 냄새인 듯했다.

벽에 그려진 부처님모습. 그냥 평범한 표정이다(사진=더프리뷰 이종찬 기자)
벽에 그려진 부처님모습. 그냥 평범한 표정이다(사진=더프리뷰 이종찬 기자)

지난 50년 가까이 이 곳을 지배해 온 정신은 68운동 세대들이 지닌 반제도적, 반자본주의적 히피문화 정신이라고 한다. 주민들은 스스로 텃밭을 일구거나 소규모 공예, 문예활동, 장사 등을 통해 생계를 꾸려가고 있으며 일부는 코펜하겐에 있는 직장에도 다닌다고 한다. 최근 덴마크 정부는 이들의 주거를 ‘불법’으로 선언했지만 실제로 단속하거나 퇴거 압박을 가하지는 않고 있다. 가끔 정부와 문제가 생기기도 하는데 주로 대마초 때문이다. 마을 내 초록빛깔 구역(Green Light District)에서는 자유로이 마리화나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한번은 정기적으로 순찰을 하던 경찰이 몇몇 거래자들을 체포했었다. 2016년에는 총기사건이 발생, 경찰관 1명을 포함해 3명이 다치기도 했다고 한다.

예수님인지 바라바인지 모르겠다. 제도에 희생당하는 평범한 사람들일 수도.(사진=더프리뷰 이종찬 기자)
예수님인지 바라바인지 모르겠다. 제도에 희생당하는 평범한 사람들일 수도.(사진=더프리뷰 이종찬 기자)

날씨가 따뜻한 5-6월에는 주민들보다 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든다고 한다. 특별한 구경거리도 없는 이 곳에 사람들이 왜 오는 걸까, 그냥 유명해서 오는 걸까. 아마 이곳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 제도권에서 이탈된 대신에 얻은 소박함과 자유로움, 그리고 그걸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때문일 것 같다. 잠깐의 탐방이었지만 하나의 대안 공동체로서 크리스티아니아가 잘 되기를 기대해 본다.

 

크리스티아니아 국가 "I Kan Ikke Slå Os Ihjel"(너흰 우릴 죽일 수 없다)

"너흰 곤봉으로 우릴 때렸지,
무기로 위협했어
아이들 울음소리를 막으려 했지.
......
너희들은 헬멧을 쓰고 올수도 있고
우릴 때릴 수도 있어
너흰 힘으로 표를 얻으려 하지
.......
하지만 너희가 응징하는 것은 너희들 자신이야
우리도 너희의 일부이지

너희가 마주하기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인가
그대들 자신인가

너흰 우리를 죽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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