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펜하겐의 독립무용가들(1)-나야 리 옌센 & 시모네 비어뢰드(Naja Lee Jensen & Simone Wierød)
[단독] 코펜하겐의 독립무용가들(1)-나야 리 옌센 & 시모네 비어뢰드(Naja Lee Jensen & Simone Wierød)
  • 이종찬 기자
  • 승인 2019.03.29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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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작품활동과 함께 젊은 안무가를 위한 축제도 개최

[더프리뷰=코펜하겐] 이종찬 기자 = 지난 3월 12-16일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덴마크 자유공연축제(DFFF)를 통해 덴마크의 젊은 독립무용가, 예술가들을 여럿 만나보았다. 그중 시모네 비어뢰드(Simone Wierød)와 나야 리 옌센(Naja Lee Jensen)은 모두 한국과 인연이 있는 예술가들이다.

시모네 비어뢰드는 이미 23개국에서 자신의 작품들을 공연했고 여러 상을 받았다. 단순한 미학과 미니멀리스틱한 방법으로 자신이 살아가고 작업하는 장소의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맥락을 탐구한다. 최근에는 자신이 만든 단편 무용영화 <Solus>와 대만에서 공연된 무용작품 <Interlace>를 가지고 투어중이다. 작품에 대한 개념적 접근을 바탕으로 다이내믹을 핵심요소로 생각한다.

단편 무용영화 "Solus"(사진제공=Simone Wierød)
단편 무용영화 "Solus"(사진제공=Simone Wierød)

그녀는 한-덴마크 수교 60주년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의 지원을 받아 한국의 퍼포먼스 그룹 김치 앤 칩스(Kimchi & chips)와 <Collective Behaviour>를 협업 중이다. 오는 12월 덴마크에서 초연할 예정인 이 작품은 최근의 브렉시트와 무역분쟁, 한국의 촛불집회 등을 지켜보며 서로의 ‘차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의 필요성에 대해 김치 앤 칩스와 공감,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대만과 협업작품인 "Interlace"(사진제공=Simone Wierød)
대만과 협업작품인 "Interlace"(사진제공=Simone Wierød)

나야 리 옌센은 노르웨이에서 미술과 연극을 공부했다. 한국에서 입양된 그녀는 첫 눈에 보기에도 중국인이나 일본인과는 달라보였다. 이번 DFFF에서는 1인 관객극(person specific)인 <Home>을 공연했다. ‘(무언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바로 이 곳이 나의 집이라고 느끼는 순간’의 의미를 묻는다. 사운드 중심의 이 작품은 자신이 볼 수도 결정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의 긍정과 받아들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보편적이고 실존적인 주제이면서도 입양아라는 선입감 때문일까, 짙은 외로움과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Home"(사진제공=DFFF축제)
나야 리 옌센의 "Home"(사진제공=DFFF축제)

비슷한 맥락에서 그녀의 다른 작품 <A longing for skin>에도 관심이 갔다. 1인 공연인 이 작품은 콤부차 버섯으로 만든 젖은 천같은 소품을 사용해 피부야말로 모든 사회적 정체성이 벗겨진, 인간이 가진 궁극의 옷이라는 개념으로 만든 작품이다. 그녀의 작품은 동료들로부터 ‘지적’(知的)이라는 평을 듣는다. 그런 이야기를 건네자 "글쎄요, 그럴 수도...."라며 웃는다. 그녀의 이름 Naja가 한국어로 ‘나야’(It‘s me)라는 뜻이라는 걸 아느냐고 물으니 안다고 했다. 덴마크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인데 특별한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나야 리 옌센의 "A longing for skin"(사진제공=Naja Lee Jensen)
나야 리 옌센의 "A longing for skin"(사진제공=Naja Lee Jensen)

그녀는 지난 해 부산에서 신은주 무용단과 협업을 통해 <Stranger>를 작업했다. 이 작품은 올해 한국과 덴마크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나야 리 옌센, 시모네 비어뢰드
왼쪽부터 나야 리 옌센, 시모네 비어뢰드

시모네와 나야 두 사람은 공연 플랫폼인 HAUT를 같이 이끌며 젊은 안무가들을 위한 축제도 열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공연하기 위한 플랫폼이며 서로 초대하고 배운다고 한다. 신은주 무용단은 바로 이 HAUT를 통해 레지던시를 맺었다. 상호 초청을 위한 펀딩은 여러 방법과 제도, 구조들이 있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 한국과 더욱 많은 교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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