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대륙 유럽! 페스티벌 안에서 모두가 'We Are One'
축제의 대륙 유럽! 페스티벌 안에서 모두가 'We Are One'
  • 강창호 기자
  • 승인 2019.04.01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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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봄, 유럽 투어를 앞둔 KBS교향악단 (4/5-13)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c)SFKolarik (사진제공=잘츠부르크주 관광청)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c)SFKolarik (사진제공=잘츠부르크주 관광청)

[더프리뷰=서울] 강창호 기자 = '우분트(UBUNTU)'는 아프리카 반투족의 말로서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남아공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자주 강조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우분트', 어디를 가나 일등 아니면 최고를 지향하는 세상에 ‘함께’라는 단어가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KBS교향악단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또다시 유럽투어 길에 나선다. 지난 체코-슬로바키아에 이어 이번에는 폴란드와 오스트리아 빈 투어 공연이다. 오케스트라 단원이 모두 움직이기에 혼자가 아닌 ‘우분트’이다. 오케스트라는 모두 개성이 강한 각종 악기들의 앙상블이기에 마음과 마음의 일치가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화음이 되고 앙상블이 된다. 이 앙상블은 또 다른 앙상블 간의 우분트를 통해 큰 합창의 물결을 이루어 간다. 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려본 적 있는가? 온몸에 흐르는 전율의 흐름을 경험한 적 있는가? 누군가는 처절한 삶의 고통 속에서 살기 위해 음악을 듣는 이가 있다. 그에게는 음악이 바로 호흡이고 삶의 휴식처이다. 신이 인간에게 준 사랑의 선물, 음악의 감동이 바로 여기에 있다.

KrakowWawel (c)폴란드관광청
KrakowWawel (c)폴란드관광청

축제의 대륙 유럽!

전통과 현대가 같이 숨 쉬는 대륙, 유럽은 절묘한 신·구의 조화로움이 넘친다. 이 대륙에는 매년 해마다 다양한 축제들이 열린다. 작은 중·소도시들의 축제까지 모두 합치면 대략 300개가 넘는다. 그중 가장 유명한 세계적인 3대 음악축제는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페스티벌> 그리고 독일 남부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를 꼽는다.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관광객들에게 유럽의 음악축제는 음악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각 나라의 음식문화와 전통 그리고 역사의 기록을 자랑하는 박물관과 미술관은 가히 입을 다물 수 없을 지경이다. 시즌 내내 관광객과 현지인들 모두가 축제의 주인공으로 추억을 기록하기에 바쁘다.

Zamosc-Rynek-Wielki (c)폴란드관광청
Zamosc-Rynek-Wielki (c)폴란드관광청

그런데 정작 축제의 뜻이 흥미롭다. 한자로 풀어보는 축제의 뜻은 신에게 빈다는 ‘축(祝)’과 제사를 지내는 ‘제(祭)’가 합쳐진 말로 이는 “인간이 어느 특정한 날 신에게 봉헌하는 의식”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또한 영어의 페스티벌(festival)도 “신을 향한 종교적인 의식에 들어간다”는 라틴어 ‘페스투스’(festus)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동서양이 서로 인종과 문화가 다르지만 같은 의미를 지닌 축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인간과 신의 관계에 있어서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살았다는 게 신기하다. 그래서 ‘문화’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우리 인류는 결국 혼자가 아닌 ‘우분트’ 임에 틀림없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달라도 축제, 페스티벌 안에서 국경을 초월해 하나가 된다. 여기에 단연 음악이 빠질 수 없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사진제공=잘츠부르크주 관광청)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사진제공=잘츠부르크주 관광청)

세계를 향해 펼치는 K-클래식 그리고 KBS교향악단

해마다 유럽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우리 한국 아티스트의 참여는 또 다른 K-클래식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2016년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20회 베토벤 이스터 페스티벌에서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개막연주에서 호평을 받았고 작년 2018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한국의 최재혁이 사이먼 래틀 경(Sir Simon Rattle)과 함께 슈톡하우젠 <그루펜>을 연주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한, 한국 공연단체로는 처음으로 남성 4인 피아니스트 앙상블클라비어가 지난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전야축제(Fest zur Festspieleroeffnung)에 초청받아 전석 매진을 기록했으며, WCN코리아의 초청으로 내한한 헬가 라블-슈타들러(Helga Rabl-Stadler)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대표는 2020년 100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조성진 공연이 확정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한국의 클래식 아티스들은 유럽 전역 곳곳에 K-클래식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사진제공=잘츠부르크주 관광청)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사진제공=잘츠부르크주 관광청)

이번 4월 유럽투어에서 KBS교향악단은 폴란드의 <베토벤 이스터 페스티벌( Beethoven Easter Festival)>에 초청되어 3회의 공연과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Musikverein Golden Hall)’에서 마지막 공연을 펼친다.

<베토벤 이스터 페스티벌>은 1997년 베토벤 서거 1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시작돼 올해로 23회째를 맞는 명실상부한 폴란드 최고의 클래식 음악제이다. 부활절(Easter)은 기독교 3대 주요 절기 중 하나로 전 세계적으로도 대단히 큰 행사가 벌어진다. 유럽은 이 시기에 여러 각종 페스티벌로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까지 이어지는 1년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이자크 펄만의 바이올린 선율이 들리는 듯 하다. (사진제공=김이곤)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이자크 펄만의 바이올린 선율이 들리는 듯하다. (사진제공=김이곤)

<베토벤 이스터 페스티벌>이 시작됐다는 크라쿠프는 과거 제2차 세계대전의 고통이 머무는 슬픔의 땅이다. 나치의 잔혹함을 기억하는 1220년에 지어졌다는 성 마리아 성당 등 기념물들이 도시 곳곳에 남아있다. 당시 전쟁의 참화 속에서 바르샤바의 85%가 파괴되었다고 하니 도시 하나가 없어진 것과 마찬가지다. 그 당시의 상황과 아픈 상처를 음악으로 치유하고 화해시키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The Pianist, 2002)>의 마지막 장면 ‘쇼팽 발라드 1번’은 내가 기억하는 영화 중 최고의 명장면이다. 그리고 이자크 펄만의 구슬픈 바이올린 선율이 흐르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1993)> 또한 지금도 가슴 저미는 감동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이 두 영화의 장면과 음악들이 흐르는 크라쿠프는 슬프고 참혹했던 과거사로 인해 아름다운 풍광을 잊게 한다.

소프라노 조수미 ⓒRobin Kim
소프라노 조수미 ⓒRobin Kim

폴란드의 루블린, 카토비체, 바르샤바를 투어하는 KBS교향악단은 이곳에서 작곡가 류재준의 <피아노 협주곡>을 신예 피아니스트 맥킨지 멜레메드(24, Mackenzie Melemed)의 피아니즘으로 협연을 펼친다. 작년 10월에 맥켄지는 이미 핀란드 쿠오피오 오케스트라를 통해 호연을 펼쳐 보인 바 있다. 이어 KBS교향악단은 창단 63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 최고의 클래식 공연장인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를 누비며 여전히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소프라노 조수미와 함께 유럽투어의 화려한 마지막 공연을 펼친다.

2018 KBS교향악단 유럽투어 (사진제공=KBS교향악단)
2018 KBS교향악단 유럽투어 (사진제공=KBS교향악단)

잠든 거인을 깨우다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의 저자 앤서니 라빈스(Anthony Robbins)가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은 결심하는 그 순간이다”

언제부터인가 KBS교향악단의 사운드의 결이 달라졌다는 소리를 다양한 목소리로 여기저기서 많이 듣는다. 이는 분명 누군가의 노력이 좋은 결과를 만들었으리라. 오늘보다는 내일이 낫고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좋아야 하듯, 우리의 고민 또한 삶 속에서 점점 더 새로워지는 게 당연하다. 남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음악이 정작 본인에게 행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헛수고일 뿐,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KBS교향악단은 내가 아닌 ‘우리’라는 ‘우분트’가 존재했다. 앙상블은 결코 혼자서 이뤄낼 수 없는 법, 그동안 소리를 갈고닦은 ‘소리의 마술사’ 요엘 레비의 수고로움이 결코 작지 않다. 눈과 마음으로 단원들과 소통하고 싶어 스코어를 통째로 외운다는 요엘 레비는 지난 인터뷰에서 “미래를 감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10년 후 KBS교향악단은 더 좋은 소리를 가진 오케스트라로 성장해 있을 것이 분명하다”며 “이제껏 모두 한마음으로 애써왔기에 더 성장한 모습으로 관객들과 깊은 호흡을 함께하는 오케스트라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요엘 레비, 그는 그동안 KBS교향악단속에 잠든 거인을 서서히 흔들어 깨웠다. 이제 그 거인이 세계를 향해 한발 내딛으려 한다. 그동안 국민의 오케스트라로 사랑받아온 KBS교향악단, 울타리를 넘어 세계인의 오케스트라로 그 꿈을 펼친다. 잠에서 깬 거인! 이제 그들은 축제의 중심, 유럽의 심장부를 향해 들어간다.

KBS교향악단/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KBS교향악단/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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