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할프린, 신간 ‘Making Dances That Matter’ 출간
안나 할프린, 신간 ‘Making Dances That Matter’ 출간
  • 이종찬 기자
  • 승인 2019.04.08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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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댄스의 창시자, 98세에 신간
평생의 작업과 정신을 맑은 문체로 정리

안나 할프린, "Making Dances That Matter"(사진제공=annahalprin.org)
안나 할프린, "Making Dances That Matter"(사진제공=annahalprin.org)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세계적인 안무가이자 '치유예술로서의 춤' 개념의 창시자인 미국의 안나 할프린(Anna Halprin)이 최근 새 저서 <Making Dances That Matter>를 출간했다. 커뮤니티 댄스, 힐링 댄스의 창시자로 불리는 그녀는 지금까지 <생명을 향한 움직임>(Moving Toward Life), <건강 회복하기>(Returning to Health), <치유예술로서의 춤>(Dance as a Healing Art) 등을 포함, 여러 저서를 출간했다.

이번 책에서는 어떻게 사람들을 모아 춤을 만들어 개인과 공동체의 복지를 키울지를 보여준다. 또한 어떻게 춤이 강력한 치유와 변화를 만들어내는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우리가 살아가야 한다면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하다고 주장한다. 사진과 그래픽이 넉넉히 들어간 이 책은 무용 테라피스트, 교육자, 모든 종류의 커뮤니티 아티스트들에게 매우 긴요한 책으로 국제 무용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안나 할프린, 2010년 모습(c)Shawncalhoun(사진=위키 공용)
안나 할프린, 2010년 모습(c)Shawncalhoun(사진=위키 공용)

1960년대 미국의 포스트 모더니즘 댄스를 이끌던 그녀는 피부색을 가리지 않고 무용수를 기용한 첫 안무가들 중 하나였으며 트리샤 브라운, 이본 레이너, 시몬 포르티 등 세계적인 무용가들을 배출한 끊임없는 개혁가였다. 1965년, 후일 ‘20세기의 명작’으로 일컬어지는 <Parade and Change>를 통해 예술적 치장을 걷어낸 민낯의 누드로 파장을 일으켰으며 뉴욕에서는 20년간 공연이 금지되기도 했다. 이 작품은 2004년 프랑스에서 리바이벌됐다.

1971년 직장암 진단을 받은 그녀는 수술 후에도 암이 재발되자 개인 치유의식 공연을 거치며 병이 완화되는 경험을 했다. “나도 암에 걸렸었고, 죽을 줄 알았지만 치유의 방법으로 춤을 시도했고, 효과가 있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이 때의 체험과 깨달음을 토대로 그녀는 1978년 딸인 다리아 할프린(Daria Halprin)과 함께 타말파 연구소(Tamalpa Institute)를 설립, '치유예술로서의 춤'이라는 아이디어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녀의 춤인생에 있어 중요한 두 가지 프로젝트, ‘Planetary Dance'와 ’Circle the Earth'를 다루고 있다. 1978-81년, 그녀의 고향인 캘리포니아주 타말파이스 주립공원에서 6명의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민들은 충격과 무력감에 빠졌고 안나 할프린은 자신이 진행중이던 지역 워크숍 참여자들과 함께 살인사건이 발생한 산책로를 포함, 며칠간 이 산에서 춤을 추었다.

며칠 후 ‘우연히’도 살인범이 잡혔고 주민들은 충격과 상처를 딛고 평화를 찾았다고 한다. 이후 매년 봄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는 이벤트가 열렸고 할프린은 이 모임을 ‘지구 감싸안기’(Circle the Earth)로 이름붙였다. 이제는 매년 아시아, 호주, 아프리카 등 전세계 사람들이 이 모임에 참여하며 말 그대로 지구를 감싸안고 있다. 그리고 춤을 통한 치유라는 이 의식을 ‘Planetary Dance’라고 부른다.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자연과 하나임을 깨닫기, 그리고 이를 통해 스스로의 병을 치유하고 이제 그 체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안나 할프린. 우리 나이로 100세를 맞는 할프린은 이제는 다소 부축을 받아 거동하는 상태지만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청바지를 입고 직접 춤을 추었다. 이제까지 살아온 것보다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앞으로의 삶을 누리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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