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폴란드의 무대미술가들
[단독] 폴란드의 무대미술가들
  • 이종찬 기자
  • 승인 2019.04.1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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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oks of Jacob", directed by Ewelina Marciniak, 2016, photo: Magda Hueckel/Teatr Powszechny w Warszawie
"The Books of Jacob", directed by Ewelina Marciniak, 2016, photo: Magda Hueckel/Teatr Powszechny w Warszawie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중부유럽의 문화강국 폴란드. 경제로는 선진국이 아니지만 연극, 문학, 음악, 영화 등 예술분야에서는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 최근 폴란드의 언론들은 현재 폴란드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무대 디자이너 몇 명을 소개했다. 이를 토대로 오늘날 폴란드의 무대미술은 어떠한지 간략히 살펴본다.

안나 메트
바르샤바 미술아카데미를 졸업한 그녀는 폴란드의 유명 연출가들인 이반 베레바에프, 파벨 파시니, 마레크 칼리타 등과 작업했다. 또한 안나 스몰라, 그라쥐나 카냐, 안나 크라신스카 등과도 함께 무대를 만들었다.

브로츠와프 현대극장이 수여하는 리빙 클래식스(Living Classics) 상을 받은 그녀는 다양한 스타일을 사용해 매력적이면서도 독특한 무대를 연출한다. 안나 스몰라의 <신데렐라>에서는 혼란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거울의 집을 만들어 냈다.

"Cinderella"(c)Magda Hueckel(사진제공=Helena Modrzejewska National Stary Theatre in Kraków)
"Cinderella"(c)Magda Hueckel(사진제공=Helena Modrzejewska National Stary Theatre in Kraków)

베레바에프의 <바냐 아저씨>에서 현실적인 나무헛간을 짓기도 하고 무대 위에 숲을 ‘심기’도 한다. 때로는 전위적으로, 때로는 오페라적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지만 간결한 연출을 하기도 하는데 미래적 분위기의 <2118>에서는 반짝거리는 알루미늄 포일같은 소품을 이용해 단순하고 미니멀리스틱한 분위기로 환상을 창조한다.

"2118: Anna Karasińska"(c)Magda Hueckel(사진제공=Nowy Theatre in Warsaw)
"2118: Anna Karasińska", directed by Anna Karasińska, 2017, photo: Magda Hueckel / Nowy Theatre in Warsaw

미하우 코르코비에츠
처음에는 화가 수업을 받았지만 이후 무대 및 의상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설치와 비디오 아트 작업도 했으며 연출가 모니카 스트레프카와 일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2013년 폴란드 무대예술가협회로부터 권위있는 레온 실러상을 받았다. <Courtney Love>에서는 지저분한 매트리스, 창고, 담요 등을 여기저기 늘어놓은 무대를 연출했다. 이 작품은 디바인 코디미 페스티벌과 제19회 폴란드 현대희곡상에서 수상했다. 또한 오래된 가구, 흙이나 먼지, 쌓아 놓은 의자 등을 즐겨 사용하지만 동시에 단순하고 기하학적 형태를 활용, 온건한 연출을 보여주기도 한다.

"Courtney Love", directed by Monika Strzępka. Pictured: Katarzyna Strączek, photo: Natalia Kabanow/Polski Theatre in Wrocław
"Courtney Love", directed by Monika Strzępka. Pictured: Katarzyna Strączek, photo: Natalia Kabanow/Polski Theatre in Wrocław

도로타 나브로트
그녀의 무대미술은 연출가 미하우 보르추흐의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이인조는 2012년부터 함께 작업했다. 그녀는 보르추흐의 <Paradiso>(2014)를 비롯한 여러 중요한 작품들에서 함께 작업했다. 비드고슈치에 있는 폴스키 극장에서 토마스 베고르제프스키의 <흡혈귀> 무대미술을 맡았다.

"The Vampire: Trauerspiel", directed by Tomasz Węgorzewski, 2018, photo: Natalia Kabanow/Polish Theatre in Bydgoszcz
"The Vampire: Trauerspiel", directed by Tomasz Węgorzewski, 2018, photo: Natalia Kabanow/Polish Theatre in Bydgoszcz

연극 외에 영화와 상업광고에서도 스타일리스트, 의상 디자이너로 작업했으며 경계를 모르는 그녀의 공간 상상력은 특히 추상 드라마에서 강점을 보인다. 그녀는 연출가들과 일체가 되어 자신들만의 언어로 개방적이면서 비선형적인 스토리 텔링을 지향한다. 또한 배우들을 제한하지 않으며 동시에 유머감각이 번득인다.

"All About My Mother", directed by Michał Borczuch, 2016, Łaźnia Nowa Theatre, photo: Klaudyna Schubert
"All About My Mother", directed by Michał Borczuch, 2016, Łaźnia Nowa Theatre, photo: Klaudyna Schubert

미로슬라프 카츠마렉
현대 무대예술의 진정한 베테랑으로 불리는 미로슬라프는 150편 이상의 작품에서 무대미술을 맡았다. 포즈난 예술대학을 졸업한 그는 얀 클라타와 20여편 이상을 작업했다.

 

"To Damascus", directed by Jan Klata, photo: Magda Hueckel/Helena Modrzejewska National Stary Theatre in Kraków
"To Damascus", directed by Jan Klata, photo: Magda Hueckel/Helena Modrzejewska National Stary Theatre in Kraków

애초 카츠마렉은 대학 졸업 후 시각예술가로 작업했으며 크쥐시토프 발리로프스키의 작품에서 처음 무대미술에 눈을 떴다. 이전에는 연극이 구식 예술이라고 생각했으나 새로운 가능성의 장이라는 것을 알았고 이후 작품을 만들기 시작, 현재는 자신의 가장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말한다.

카츠마렉의 스타일은 섬세함과는 거리가 멀다. 대개 표현적이며 관객에 대해 대면적인 연출을 한다. 예컨대 루빈 연출의 <Towiańczycy>에서는 무대 벽에 수 백 개의 칼, 해머, 낫 등 뾰족한 물건을 박아놓는다.

"Towiańczycy, Królowie Chmur", directed by Wiktor Rubin, photo: Magda Hueckel/Helena Modrzejewska National Stary Theatre in Kraków
"Towiańczycy, Królowie Chmur", directed by Wiktor Rubin, photo: Magda Hueckel/Helena Modrzejewska National Stary Theatre in Kraków

카타르쥐나 보르코프스카
보르코프스카는 풍성하고도 눈을 사로잡는 무대연출의 명인이다. 조명, 의상 디자인까지 직접 하는 그녀의 연출은 분명 기억될 만한 것이며 독립적이면서도 숨이 멎을 듯한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그러면서도 그녀 자신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무대 디자인을 별도의 대상으로 구성하는 것은 실수다. 이는 항상 공연의 내재적인 부분이다.”

다재다능한 예술가인 그녀는 어떻게 그 다양한 창조행위를 한 작품에서 나타낼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그냥 그렇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작품은 극장언어에 대한 그녀의 비범한 감수성을 보여준다. 올가 토카주크의 소설을 각색한 <제이콥의 책>에서는 무대를 독특한 거울로 꾸미고 배우들에게 바로크 스타일의 의상을 입혔다. 다양한 스타일로 무대를 디자인하지만 결코 과한 법이 없다. <세계의 죽음과 부활>에서 그녀는 색면 추상화가 마크 로스코의 거대한 검은 색 그림을 연출했으며 오스트리아의 노벨상 수상작가 옐리네크의 소설을 각색한 <Shadows>에서는 거울에 둘러싸인 배우들이 변화하는 빛을 반사한다.

"Shadows (Eurydice Speaks)", directed by Maja Kleczewska, photo: Magda Hueckel/Polski Theatre in Bydgoszcz
"Shadows (Eurydice Speaks)", directed by Maja Kleczewska, photo: Magda Hueckel/Polski Theatre in Bydgoszcz

아가타 스크바르진스카
장식적인 텍스타일에 관심을 가진 그녀는 2016년 인도로 가서 천연염색법을 배운다. 무대 디자인을 배우 및 그들의 연기와 동등한 요소로 보는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장식이란 말을 경멸한다. 이는 무언가 죽은 것이다.”

2011년 프라하 국제무대미술전(Prague Quadrennial)에서 폴란드 전시회를 공동제작했다. 또한 제4회 세계무대디자인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조명, 기하학적 공간 등을 사용해 60년대 분위기를 연출했다. 매력적이면서도 기능적인 그녀의 연출은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는 순간 생명력을 띠게 된다.

최근작은 레나 프란키에비츠의 <How to be Loved>이다. 이 작품이 유명한 것은 주로 그 무대미술때문인데 스크바르진스카는 여기서 조명과 기하학적 공간을 사용해 60년대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How to Be Loved", directed by Lena Frankiewicz, 2019. Pictured: Gabriela Muskała (Felicja), Adam Szczyszczaj (Nieznajomy), photo: Magda Hueckel/National Theatre in Warsaw
"How to Be Loved", directed by Lena Frankiewicz, 2019. Pictured: Gabriela Muskała (Felicja), Adam Szczyszczaj (Nieznajomy), photo: Magda Hueckel/National Theatre in Warsaw

<악마와 초콜릿>에서는 플라스틱 상자를 사용한 간소한 무대장치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약화시킨다.

"The Devil and a Bar of Chocolate", directed by Kuba Kowalski, Juliusz Osterwa Theatre in Lublin, 2016, photo: Natalia Kabanow
"The Devil and a Bar of Chocolate", directed by Kuba Kowalski, Juliusz Osterwa Theatre in Lublin, 2016, photo: Natalia Kaba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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