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드디어 막 올라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드디어 막 올라
  • 하명남 기자
  • 승인 2019.04.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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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적폐에 맞서는 현실 고발극
4월 19일부터 5월 19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3관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공연 장면 / 사진=더프리뷰 하명남 기자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프레스콜 장면 / 사진=더프리뷰 하명남 기자

[더프리뷰=서울] 하명남 기자 = 4월 18일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극단 청산의 창단 공연이자 저널인미디어가 기획하는 첫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는 신평 변호사의 동명 에세이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 사람이 만든 법에 사람이 지배당하는 세상에 맞서는 현실 고발극이다. 신성우 극본, 박장렬 연출, 맹봉학, 김용선, 정종훈, 김지은, 문창완, 김진영, 김 천, 최지환 출연. 4월 19일부터 5월 19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공연된다.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공연 장면 / 사진=더프리뷰 하명남 기자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의 한 장면 / 사진=더프리뷰 하명남 기자

원작의 작가 신평은 지난 1993년 돈봉투가 오가는 부패한 사법부의 현실을 질타하며 ‘사법부의 정통성 회복’을 주장한 변호사이다. 스스로는 양심선언을 했지만, 사법부 질타 후 그는 ‘내부고발자’라는 딱지와 함께 온갖 불이익을 당한다. 현행 헌법 시행 이후 최초로 법관 재임용에서 탈락되고, 대법원은 그의 사생활에 관한 흑색선전을 퍼뜨렸다. 이 작품은 이런 고통을 당하는 작가와 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일기 형식을 빌려 본인의 괴로움과 사회의 병폐와 현실을 비판한다. 하지만 비판하면 할수록 작가를 향한 세상의 복수는 가혹해져 간다.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공연 장면 / 사진=더프리뷰 하명남 기자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의 한 장면 / 사진=더프리뷰 하명남 기자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공연 장면 / 사진=더프리뷰 하명남 기자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의 한 장면 / 사진=더프리뷰 하명남 기자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는 일기 형식으로 된 원작을 무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소재 외에는 과감히 재창작을 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인 신평호. 판사들의 금품수수를 내부고발했다가 재임용에서 탈락된 과거를 가진 그는 이번에는 동료 변호사의 비리 의혹을 공개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다. 내부고발에 부정적인 주위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평호는 공정한 판결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고수한다. 하지만 내내 유리하게 진행된 재판의 결과는 예상 밖의 패소.

법원의 판결에 충격을 받고, 이에 대응을 준비하느라 평호는 부당한 판결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던 해고 노동자 경중을 잊고 지내는데… 그러는 사이 궁지에 몰린 경중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하고 제지하는 평호. 하지만 돈도 없고, 빽도 없고, ‘가진 것이라곤 법밖에 없는’ 자신과 같은 보통 사람은 법의 버림을 받으면 더 이상 살아갈 방법이 없다는 경중의 호소에 반박하지 못한다.

‘법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는 깨달음을 얻는 신평호는 ‘법원을 법정에 세우기’로 결심한다.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공연 장면 / 사진=더프리뷰 하명남 기자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의 한 장면 / 사진=더프리뷰 하명남 기자

이 작품에 등장하는 소품 중 하나가 ‘캄비세스왕의 심판’ 이다. 황제 캄비세스(Cambyses)는 시삼세스 판사가 뇌물을 받고 잘못된 판결을 하자, 산 채로 판사의 피부가죽을 벗기는 형벌을 내린다. 다른 모든 법관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모두 처벌과정을 지켜보도록 하고, 벗겨낸 가죽은 판사가 평소 사용하던 판관의 의자에 깔게 한다. 그리고 새 재판관으로 시삼네스의 아들 모타네스를 임명, 제 아비의 가죽이 깔린 재판석 의자에 앉도록 한다.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의 첫 장면은 이 '캄비세스왕의 심판'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2018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사법농단'으로 마무리된다.

캄비세스왕의 심판처럼 잘못된 판결로 판사의 가죽을 벗긴들, 사법농단으로 전 법관을 구속한들, 그로 인해 피해 받은 국민들은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그들의 마음의 상처는 누가 위로해 줄 것인가.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프레스콜, (좌)배우 맹봉학, (우)변호사 신평 / 사진=더프리뷰 하명남 기자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프레스콜. (좌)맹봉학 배우, (우)신평 변호사 / 사진=더프리뷰 하명남 기자

원작자 신평 변호사는 "한국에서는 돈 있고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대법원, 대법관, 법원행정처, 고위 법관을 통해 재판에 개입하고 판결을 바꾸어 왔다. 이를 포괄적으로 '관선변호'라고 한다. 전관예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힘이다. 전관예우가 하나의 힘이라면 ‘관선변호’는 여럿의 힘이다. 관선변호가 무제한으로 작용하는 게 현재 한국사회의 사법 현실이다. 사법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 연극이 모든 것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사법농단의 실체를 드러내면서 뿌리 뽑는 역할을 해나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프레스콜, 연출 박장렬 / 사진=더프리뷰 하명남 기자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프레스콜. 박장렬 연출 / 사진=더프리뷰 하명남 기자

박장렬 연출은 "현실은 아직도 바꿔야 하고 개혁해야 할 게 산더미인데 산더미 속에서 기자, 변호사, 노동자나 사람들이 촛불을 꺼뜨리지 않고 지키는 건 관객 여러분이고 지켜주는 것 이상의 것을 해야 하지 않나…작품은 현실 고발극으로 사법개혁의 시발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신평호역 맹봉학, 선배 판사역 김용선, 사무장역 정종훈, 기자역 김지은, 해고 노동자역 문창완, 그리고 김진영, 최지환, 김희애, 차지예가 출연한다.


배우 맹봉학은 "정의란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다르다. 저는 가슴에서 우러나와 행동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실천하지 않는 외침은 정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프레스콜 / 사진=더프리뷰 하명남 기자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프레스콜 / 사진=더프리뷰 하명남 기자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는 우리 사회의 소수인 내부고발자들의 외침이다. 이번 공연이 신평 변호사가 주장하는 '공익제보자 지원위원회‘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연극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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