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태리 사람!” 마시모 자네티, 그와의 짧은 인터뷰
“역시, 이태리 사람!” 마시모 자네티, 그와의 짧은 인터뷰
  • 강창호 기자
  • 승인 2019.05.07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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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2019 교향악축제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리허설, 인터뷰 (4/20)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예술의전당 2019 교향악축제 리허설 중에서/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예술의전당 2019 교향악축제 리허설 중에서/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더프리뷰=서울] 강창호 기자 = 지난 4월 20일(토) 예술의전당에서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1962)의 인터뷰가 있었다.

“내면을 살핀다”는 뜻의 ‘인터뷰(interview)’라는 말은, 오랜 시간을 두고 대상(interviewee)과 심도 깊은 대화의 문을 통해야만 비로소 무언가를 알 수 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기에 짧은 시간 속에서 나눈 대화 몇 마디 그리고 말의 여운 등을 가지고 그 사람의 의중을 충분히 파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만나자마자 친구처럼 격 없이 대하던 마에스트로는 첫 대면임에도 서로 간의 간격을 좁힐 줄 아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 그를 보며 “역시, 흥이 많은 이태리 사람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간단한 몇 가지의 질문을 던졌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예술의전당 2019 교향악축제 리허설 중에서/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예술의전당 2019 교향악축제 리허설 중에서/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작년 2018년 9월에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맡은 후 지금 7개월가량 지났는데, 첫 만남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방향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셨는지요?

“처음 경기필의 연주를 접했을 때 단원들의 연주력은 테크닉적인 면에서 매우 놀라운 실력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 공연들에서도 이미 그 실력들은 입증되었고, 특히 얍 판 츠베덴과의 연주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음악’이라는 것이 테크닉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기에 경기필에서 아쉽게 느껴졌던, 마음으로부터의 연주를 생각해보게 되었지요. 그래서 오케스트라 단원들과의 친밀한 관계형성을 통해 시간의 유연성을 가지고 음악에 대한 즐거움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내가 즐거우면 상대도 즐겁듯 결국 연주자의 마음이 음악에 담겨야 관객들이 즐겁고, 그러다 보면 또 다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을까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예술의전당 2019 교향악축제 리허설 중에서/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예술의전당 2019 교향악축제 리허설 중에서/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그동안 단원들과 친해지는 과정이 중요했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어떤 소통 과정과 노력이 있었나요?

“단원들과 연습실에서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함께 리허설을 해나가면서 가만히 단원들의 얼굴을 살펴보자면, 특유의 무표정이 있어요. 그것이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무의식중에 가끔 나타나는 그런 표정들은 유럽인들의 감정에 대한 표현 방법과는 사뭇 다릅니다. 물론 문화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음악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들에 대한 표정과 행동을 그대로 드러내는 경우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저도 새로운 작품에 몰두하다 보면 심각한 표정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것도 음악으로부터 오는 느낌에 대한 감정이겠죠? 그렇다고 단원들을 유럽인처럼 만들겠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음악을 위한 표현 방법적인 측면에서 서로 간에 접점을 찾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 그게 노력이라면 노력일까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예술의전당 2019 교향악축제 리허설 중에서/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예술의전당 2019 교향악축제 리허설 중에서/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요즘 마에스트로를 따르는 팬들이 점점 늘어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한국에선 ‘이태리 남자’ 하면 상남자 이미지가 떠오르거든요 마에스트로도 상당한 미남이시고요, 마치 ‘아르마니 모델’ 같은 이미지입니다. 이런 부분이 유럽이나 여기나 매력 포인트일 텐데... 이 질문은 특별히 팬들이 한번 물어봐 달라고 부탁한 겁니다. 마에스트로는 평소 무대 밖에서의 생활과 성격은 어떠하며 음악 말고 또 다른 관심사가 더 있는가요? (이 부분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다. 팬 이야기에 분위기는 급 달아오르며 “How do you know that?”을 연발, 그 팬들이 누군가에 대해 무척 궁금해했다. 실은 경기필 여성 관객이 최근들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저에게 팬들이 있다는 말이 무척이나 반갑게 들립니다. 오늘 연주 잘 되겠는데요?(웃음) 저는 1년 중 한 10개월 정도는 여기 경기필과 여러나라의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오페라 한 편을 준비하는 시간이 짧게는 한두 달 정도 걸립니다. 그 시간들은 음악을 깊이 연구하고 여러 가지를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거의 사생활이 없다고 봐야겠지요. 현재 베를린과 밀라노에 거주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유일한 즐거움이 있다면, 크리스마스 분위기처럼 어쩌다 지인들과 함께 저녁 한 끼 먹는 게 그나마 유일한 낙이라고 할 수 있지요. 예전엔 테니스를 즐겼는데 부상 관계로 그렇게는 못하고 지금은 걷는 걸 좋아해서 하이킹을 즐긴답니다. 그런데 그 팬들이 도대체 누구인가요?”(웃음)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예술의전당 2019 교향악축제 리허설 중에서/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예술의전당 2019 교향악축제 리허설 중에서/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앞으로 경기필과 함께 이루고 싶은 일은 무엇이며, 10년 후 경기필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취임 후 베토벤 사이클에 도전했는데 이 프로젝트는 일주일 안에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자는 게 본래 취지였습니다. 앞으로 2020년까지 전곡 연주를 할 계획이며, 나아가서는 좀 더 다양한 레퍼토리의 연주를 하고 싶습니다. 또한 다른 바람이 하나있다면 저희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함께한 관객들이 연주를 듣고 단순히 좋았다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고 감동의 여운이 길게 남아 오랫동안 감동이 이어지길 희망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 애호가로, 경기필의 팬으로 오래도록 남아 있겠죠”

“10년 후... 더 큰 발전을 위해 현재 음악감독으로서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저의 이런 각오와 더불어 단원들이 곡에 대한 마음과 애정, 그리고 헌신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모두가 같은 시선과 한마음으로 노력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예술의전당 2019 교향악축제 리허설 중에서/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예술의전당 2019 교향악축제 리허설 중에서/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강인숙의 솔직담백한 칼럼' 중에서)

마에스트로 마시모 자네티와의 짧은 인터뷰를 통해 그는 누구보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기술이 탁월해 보였다. 팬들의 이야기에 어린아이처럼 너무나 즐거워했고 ‘아르마니 모델’에서 거의 박장대소했다. 이렇게 순수한 모습 속에 그는 분명 흥과 끼가 넘치는 아티스트임에 틀림없었고 경기필과의 짧은 시간 속에 단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스스로 애써 노력하는 리더였다. 그의 음악적 열정과 재능은 폐막일을 하루 앞둔 2019 교향악축제에서 역대 최고의 감동적인 연주를 팬들에게 선사했다.

경기필은 오는 5월 31일(금) 현시대에 걸작으로 재평가 받는 <베토벤 3중 협주곡>과 작곡 당시 큰 대중적 지지와 인기를 얻은 <브람스 교향곡 3번>을 가지고 또다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팬들을 맞는 감동의 시간을 펼친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예술의전당 2019 교향악축제 리허설 중에서/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예술의전당 2019 교향악축제 리허설 중에서/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예술의전당 2019 교향악축제 리허설 중에서/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예술의전당 2019 교향악축제 리허설 중에서/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예술의전당 2019 교향악축제 리허설 중에서/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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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예술의전당 2019 교향악축제 리허설 중에서/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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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예술의전당 2019 교향악축제 리허설 중에서/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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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예술의전당 2019 교향악축제 리허설 중에서/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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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 예술의전당 2019 교향악축제 리허설 중에서/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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