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새 과제는 ‘재원확보와 공공성’
예술의전당 새 과제는 ‘재원확보와 공공성’
  • 강창호 기자
  • 승인 2019.05.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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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택 사장, “10만원×10만명=100억원”
공연계 현장에선 “제작극장 모습 찾아야 제 구실“
예술의전당 사장 유인택 (사진제공=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 사장 유인택 (사진제공=예술의전당)

[더프리뷰=서울] 강창호 기자 = 유인택 예술의전당 신임 사장은 얼마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재임중 가장 노력할 부분으로 재원 확충과 공공성 확보를 꼽았다(더프리뷰 5월 3일자 기사 참조). 신임 사장답게 여러 가지 포부를 밝혔지만 가장 방점을 두었던 것은 이 두 가지였고, 여기에 타기관들과의 협력, 제작기능 강화가 추가됐다. 이처럼 상식적인 항목들이 새삼 강조된 것은 그만큼 예술의전당이 여지껏 공공극장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반증으로도 읽힌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재원. 기자간담회에서 유 사장은 시대의 변화를 강조하며 "예술은 고고하니 천박하게 돈 번 너희들이 예술을 후원하라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가 40년 간 쌓은 네트워크를 총동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뛰겠다"며 예술의전당 골드회원 유치에 관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예술의전당 사장 유인택 (사진제공=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 사장 유인택 (사진제공=예술의전당)

“설득논리만 있다면, 10만원씩 10만명이면 100억이란 말이죠"

“제가 대학로에 있었던 70-80년대 가난했던 시절, 우리 예술계 어르신들이 예술을 시작하면서 대기업 후원에 의존하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세월이 지나 그 사이에 대한민국은 부자가 되었고, 기부문화도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월급쟁이도 소액 기부를 어렵지 않게 하는데 이런 정보들을 모르고 계속 대기업의 후원만 바라보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설득논리만 있다면 많은 중소 벤처기업들의 부담 없는 소액 후원은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봅니다”

“우선 예술의전당에 연간회원인 골드회원(회비 10만원)이 있습니다. 10만원씩 10만명이면 100억원이란 말이죠. 그동안 축적된 네트워크나 인맥,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 사회의 흐름을 볼 때 골드회원 유치가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저의 3년 임기 내 10만명 목표로 모집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공공성을 띤 예술사업을 펼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콘서트 오페라 '토스카' 중에서 (사진제공=예술의전당)
콘서트 오페라 '토스카' 중에서 (사진제공=예술의전당)

“이외에도 영화나 뮤지컬에 투자를 받듯이 제 전문 분야였던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투자유치를 통해 예술의전당이 기획, 제작을 하는데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3년 후 임기가 끝나도 진행될 수 있도록 임직원들에게 펀드에 관한 교육을 할 계획입니다. 임직원들이 문을 열고 스스로 깨우쳐 나가고 운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려고 합니다”

“재원확보를 오로지 지자체나 국가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다양한 소액기부, 소액투자를 통해 예술가들에게 발표의 기회를 주고 시민들에게 양질의 작품을 향유할 수 있도록 예술의전당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과거 인터넷이 없던 국민소득 7천-8천달러 시절, 1억8천만원을 모아서 신촌에 예술극장 한마당이라는 소극장을 만든 적이 있고, 1994년 국민소득 1만달러가 되었을 때, 7천7백여 명으로부터 3억원을 모아 전태일 영화의 제작을 도운 적도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이라고 해서 안 되리란 법은 없겠죠. 제가 가진 인맥,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서 부조한다 생각하고 예술의전당 후원회원으로 가입하도록 캠페인을 펼치려고 합니다”

예술의전당 공연 (사진제공=KBS교향악단)
예술의전당 공연 (사진제공=KBS교향악단)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 누리는 공공성

유 사장은 “예술의전당이 예술의전당답다는 것은 결국 공공성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가령 예술의전당 로비에 있는 비타민 스테이션에 입주한 매장들이 올 7월 말에 계약 만료됩니다. 이에 따라 로비를 넓혀 외제차 전시장을 만들면 몇 억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대한민국 대표 극장으로서의 공공성을 생각하면 더욱 많은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육아문제로 문화예술을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는 여성과 어린이들을 위해 '어린이 라운지'를 제안했습니다. 그러면 230여개 지방자치단체 문예회관들도 이런 예술의전당의 변화에 영향을 받으면서 전반적인 문화현장의 모습이 변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재원 확충을 통해 예술의전당의 공공적 역할을 증대하고 비인기 종목인 오페라, 무용, 연극, 미술 등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유 사장의 기자간담회에 대해 공연예술계 현장의 기획자, 예술가들은 “예술의전당이 너무도 오랫동안 방치해온 제작극장으로서의 면모를 되찾는 일도 결국은 유 사장이 강조하는 재원확보와 공공성에 대한 인식 증진에 달려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
(사진제공=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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