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의 규방이야기 ‘소소한 그리움’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전시회
순이의 규방이야기 ‘소소한 그리움’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전시회
  • 김영일 기자
  • 승인 2019.05.16 0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양에 몬드리안이 있다면 동양에는 이름 없는 여인들의 조각보가 있다!’
5월 20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5층
순이의 규방이야기 ‘소소한 그리움’ 전시회 / 사진=더프리뷰 김영일 기자
순이의 규방이야기 ‘소소한 그리움’ 전시회 / 사진=더프리뷰 김영일 기자

[더프리뷰=서울] 김영일 기자 = 규방은 남정네들이 화투를 치는 등 유희 공간인 사랑방에 대비해 여인네들이 수다떨며 작업하는 자투리 공방을 말한다. 순이의 규방이야기는 작가 진순이의 어렸을 적 어머니, 동네 이모들이 모여 떠들며 작업하던 그 규방의 기억을 떠올리는 그 시절의 여인네들을 향한 ‘소소한 그리움’을 담은 첫 번째 전시다.

순이의 규방이야기 ‘소소한 그리움’ 전시회 / 사진=더프리뷰 김영일 기자
순이의 규방이야기 ‘소소한 그리움’ 전시회 / 사진=더프리뷰 김영일 기자

작가 진순이의 규방 작품은 주로 모시를 다룬 작업이다. 모시는 곁보가 아닌 홑보라 잘라진 끝부분이 흐트러지기 십상이라 시접이 풀어지지 않도록 뒤를 다시 감싸서 감칠질을 해야 한다. 즉 앞면과 뒷면에 바느질을 하는 쌈솔바느질 기법이 적용된 양면에 닮은꼴 예술적 모시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모시를 이어 붙인 작품들은 얼핏 서양 회화의 몬드리안 작품을 연상하게도 하지만 몬드리안 작품 기법보다도 이미 100여년 앞선 작품 제작 기법이다. 작가 몬드리안은 이미 크기가 정해진 작품의 면을 여러 선과 면으로 분할한 회화 기법을 창작했지만 그에 비해 자투리를 이어 붙여 나가는 규방 작품은 완성된 사이즈가 쓰여지는 용도에 의해서 비로소 완성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나가는 공예 기법이다. "서양에 몬드리안이 있다면 동양에는 이름 없는 여인들의 조각보가 있다!"

순이의 규방이야기 ‘소소한 그리움’ 전시회 / 사진=더프리뷰 김영일 기자
순이의 규방이야기 ‘소소한 그리움’ 전시회 / 사진=더프리뷰 김영일 기자

자투리 있는 만큼의 조각들을 가지고 모여 자유로이 창작하는 작업으로 요즘처럼 나이, 학벌, 전공을 따지는 질서와 서열을 위한 기제가 필요하지 않다. 진순이의 주변에도 예전 규방처럼 같이 모여 작업하며 예술적 교감을 나누는 동료들이 있을 뿐이다. 규방의 작품세계는 창작자들의 어떤 경지를 차지하기 위한 기술을 추구하는 기술자 과정이 아니라 창작 활동을 통해 소소한 신명풀이를 하는 예술적 영역의 작품 활동이다.

작가 진순이의 모시를 다룬 작품들은 오늘의 자투리로 이 만큼의 작업을, 내일 생기는 자투리를 이어 그 만큼의 작업을, 반복 반복하며 용도에 맞는 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마치 매일 일기를 써나가듯 일기장을 하나둘씩 완성해나가는 작업의 연속이다. 작가 진순이의 작품들은 매일 매일의 수작업의 결실로 탄생한 생활 소품 작품들이고 현재 필요에 의해 완성한 작품들이기에 일반적인 판매 상품으로 제작되는 일이 없다. 작가 진순이의 작업은 보기 드문 순수영역의 예술작품 활동이다.

순이의 규방이야기 ‘소소한 그리움’ 전시회 / 사진=더프리뷰 김영일 기자
순이의 규방이야기 ‘소소한 그리움’ 전시회 / 사진=더프리뷰 김영일 기자

“이번 전시는 제 자신에게 주는 상과도 같은 전시입니다. 제 자신에게 그 동안 수고했다 애썼다고 위로하는 전시입니다. 전시장을 제 집에 있는 모습 그대로 옮겨와 자개장과 소품들 속에 규방 작품들을 배치했습니다. 관람객 여러분에게도 편안함과 행복감이 전달되면 좋겠습니다"라고 작가 진순이는 말한다.

여인네들의 규방 예술 작품 전시회, 순이의 규방이야기 ‘소소한 그리움’은 5월 15일부터 20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5층에서 열리고 있다.

순이의 규방이야기 ‘소소한 그리움’ 전시회 / 사진=더프리뷰 김영일 기자
순이의 규방이야기 ‘소소한 그리움’ 전시회 / 사진=더프리뷰 김영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