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브리뷰= 서울] 김영일기자 = 사다리움직임연구소가 창단 20주년 기획 공연의 마지막 작품으로 <굴레방다리의 소극>을 선보였다.
서울 북아현동 (옛 지명: 굴레방다리)의 어느 허름한 서민아파트 지하.아버지와 두 아들은 서울로 오기 전 고향에서 있었던 할머니의 죽음에 관한 일들을 매일 연극으로 꾸미며 일상을 보낸다.
문 밖으로 나갈 기회는 오직 마트에 가는 일뿐. 연극에 쓰일 소품이 도착하면 그들은 먹고, 마시고, 음모를 꾸미고, 태우고, 부수고, 죽이고, 도망치는 잔인하고 난폭한 연극을 시작한다.
어느 날 갑자기 둘째 아들이 매일 가는 마트에서 만나던 여직원이 바뀐 봉지를 들고 집에 찾아오는데...
2008년 초연 후 <굴레방다리의 소극>은 지금까지 네 차례 공연 되었으며, 매 공연마다 관객과 연극계에서 극찬을 받았으며, 지난 3월 두산아트센터에서의 성공적인 공연을 마치고 올 여름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이번 20주년 기획 공연의 마지막 작품인 만큼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작품성과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다.
<굴레방다리의 소극>은 연변에서 살았던 한 가장이 그가 저지른 폭력을 숨기고, 아현동의 굴레방으로 도망와 두 아들과 숨어 지내는 이야기이다.
아버지와 두 아들은 사건의 실제를 위장하고, 미화해서 사건을 연극으로 매일 꾸며낸다. 두 아들은 아버지의 억압과 연극 속에 갇혀 바깥세상을 염원하지만 결국엔 다시 소극으로 돌아간다.
<굴레방다리의 소극>은 ‘섬처럼 고립된 공간’ 속에서 그들 스스로 ‘삶을 복원’하는 극중극을 통해, 가식과 허울 그리고 폭력의 상흔은 인간을 얼마나 비굴하고도 비참하게 만드는가 하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의 연출 임도완은 극중극이라는 메타포가 우리에게 늘 눌러 붙어 기생하여, 우리의 삶이 연극 속의 삶보다 얼마나 부조리한가를 드러내고자 하였다고 밝힌다.
창단 20주년을 맞은 사다리움직임연구소는 1998년 결성 되었으며, 20년간 꾸준히 “새로운 연극 언어의 창조”를 위해서 끊임없는 훈련과 창작을 이어가고 있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는 인간 본연의 열정을 신체에 대입하여 움직임과 오브제 등의 무대 언어로 환유시키며 새로운 언어를 창조해내고 있다
<굴레방다리의 소극>은 극단의 20년을 기념하는 마지막 공연으로 극단의 새로운 20년을 기대해보는 공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