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낭트를 물들이는 '한국의 봄'
프랑스 낭트를 물들이는 '한국의 봄'
  • 신재민 공연기획자
  • 승인 2019.06.0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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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문화도시 낭트에서 7회째 진행되는 '한국의 봄'
기존 음악중심에서 올해는 무용까지
낭트 전경
낭트 전경

[더프리뷰=낭트] 신재민 공연기획자 = 프랑스 낭트(Nantes)에서 한국의 문화예술을 소개하는 ‘한국의 봄’ 축제’가 올해로 7회째를 맞아 5월 16일부터 6월 2일까지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음악이 주를 이루던 프로그램이 올해는 무용으로까지 확장되어 시나브로 가슴에, 멜랑콜리 댄스 컴퍼니, 울산시립무용단, 단단스 아트그룹이 초청되었다.

지난 22일 멜랑콜리 댄스 컴퍼니는 호주 출신의 세계적 퍼커셔니스트 윌 거스리(Will Guthrie)와 현지에서의 협업을 통해 라 파브리크 벨뷔-샹트네(La Fabrique Bellevue-Chantenay)에서 즉흥 공연을 선보였으며, 23일 같은 장소에서 시나브로 가슴에의 <휴식>과 멜랑콜리 댄스 컴퍼니의 <비행>이 더블빌로 공연되었다. 이어 24일에는 낭트의 대표적 아트센터 코스모폴리스(Espace Cosmopolis)에서도 <휴식>과 <비행> 두 작품이 역시 더블빌로 공연되었다.

2013년부터 매해 5-6월 프랑스 낭트시와 낭트 메트로폴을 거점으로 열리는 ‘한국의 봄(Printemps Coréen)은 한국의 전통과 현대, 동시대와 미래의 문화예술을 소개하는 융복합적 플랫폼이자 축제이다.

한국의봄협회(l'Association Printemps Coréen, 회장 보데즈 미라 Baudez Mee Ra), 사회적기업 노리단(대표 류효봉), 그리고 주프랑스한국문화원(원장 박재범)이 공동주최하며, 스테레오룩스(Stereolux), 코스모폴리스, 라 파브리크 벨뷔-샹트네 등 낭트의 대표적인 문화공간, 문화기관 및 예술단체와 파트너쉽을 맺고 있다.

'한국의 봄' 포스터
'한국의 봄' 포스터

프랑스 서부에 위치한 역사적인 항구도시 낭트는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혁신적인 창조문화 도시이자 유럽의 중심도시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1970-80년대 들어 도시 경제를 떠받치던 조선업 등 산업이 쇠퇴했다가 다시 부활한 낭트는 21세기 들어 ‘가장 살기 좋은 도시’, ‘가장 일하기 좋은 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2013년에는 ‘유럽환경수도(European Green Captial)’로 선정되었다.

낭트시는 낭트 메트로폴(광역도시)의 중심으로 위치를 다지고 있으며, 역사적 유산과 현대적 혁신, 경제, 환경, 문화예술 사이에 뛰어난 균형을 갖춘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파리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던 젊은 예술가들이 치솟는 물가로 생활이 힘든 파리를 떠나 새로이 정착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한국의 봄 2019’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지금까지 주로 음악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프로그램이 올해는 무용으로까지 범주를 확장했다는 것이다. 특히 거주하는 한국 예술가가 손에 꼽을 만큼 적은 낭트에서 접하기 어려운 한국의 현대무용을 소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의 봄' 리플렛
'한국의 봄' 리플렛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의 협력으로 초청된 두 한국 현대무용단체 시나브로 가슴에(대표 권혁)와 멜랑콜리 댄스 컴퍼니(대표 정철인)의 대표 레퍼토리인 <휴식>과 <비행>은 현지 관객들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게다가 멜랑콜리 댄스 컴퍼니는 호주 출신의 유명 퍼커셔니스트 윌 거스리와의 협업으로 즉흥 공연을 펼쳐 더욱 주목을 받았다.

멜랑콜리 댄스 컴퍼니와 협업한 윌 거스리는 드럼 뿐만 아니라 아시아 타악기 공 등을 활용해 다양한 사운드를 실험하는 퍼커셔니스트이다.

그는 2012년 문래창작공장 ‘닻올림픽’, 2016년 문래예술공장 제6회 국제사운드창작워크숍 ‘문래공진’ 사전공연으로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2016년 문래공진에서는 필름 아티스트 이행준, 사운드아티스트 홍철기와 함께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또한 그는 무용가와도 많은 협업 을 해왔는데, 대표적으로 현재 유럽 무용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안무가 중 하나인 메테 잉바르첸(덴마크)이 있다.

윌 거스리는 메테 잉바르첸의 대표작 <69 Positions>와 <7 Pleasure>의 음악을 맡았으며, 그녀와 여러 차례 즉흥공연을 했다. 이중 <69 Positions>는 올 가을 시댄스에서 선보일 예정이기도 하다. 윌 거스리는 22일 멜랑콜리 댄스 컴퍼니와의 즉흥 공연을 마치고, 다음 날인 23일 전위적 실험성으로 유명한 Spring Performing Arts Festival에서 메테 잉바르첸과의 공연을 위해 네덜란드 우트레흐트로 출발했다.

‘한국의 봄 2019’ 프로그램 중 ‘K-pulsa Improvisation Danse’의 ‘pulsa’는 pulsation(맥박, 박동, 진동)의 약자로, 매년 타분야 예술가들의 협업이 이루어지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윌 거스리와 멜랑콜리 댄스 컴퍼니가 초청되었으며, 21일 처음 만난 그들은 서로 호흡을 맞추며 즉흥적으로 움직임과 연주의 다양한 양상을 실험했다. 특히 그들이 중점을 둔 부분은 템포의 조절이었는데, 느린 템포의 연주에는 빠른 움직임을, 빠른 템포의 격정적 연주에는 보다 느린 동작을 선보이는 대조적 모습을 보여 주었다.

​라 파브리크 벨뷔-샹트네 전경
​라 파브리크 벨뷔-샹트네 전경

멜랑콜리 댄스 컴퍼니의 대표 정철인은 음악과의 즉흥 작업을 리서치 또는 연습 과정에서 종종 해왔으나, 이번 경우처럼 무대 위에서 공연으로서 선보인 것은 처음이어서 아주 뜻 깊은 경험이었다 말했다. 22일 공연은 낭트시 관계자, 낭트에 거주하는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이 관람했으며, 20여 분의 공연이 너무 짧게 느껴질 만큼 그들의 움직임과 연주에 빠져든 모습이었다.

즉흥 공연이 열린 라 파브리크 벨뷔-샹트네는 1927년 영화관으로 지어진 건물로, 추후 콘서트홀을 갖춘 문화공간으로 개조되어 뮤즈(Muse),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 소닉 유스(Sonic Youth) 등 저명 뮤지션들이 방문한 낭트의 상징적인 음악 공연장 ‘Olympic’이 되었다. 현재는 라 파브리크 벨뷔-샹트네라는 이름으로 음악 뿐만 아니라 무용, 연극, 디지털 아트 등 장르를 확장해 창작물을 발표하는 레지던시 겸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장르 간 협업작업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낭트의 문화예술 자산과 창조적 인재들을 키워낸 역사적 장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후 23일 라 파브리크 벨뷔-샹트네, 24일 코스모폴리스에서 시나브로 가슴에 <휴식>과 멜랑콜리 댄스 컴퍼니 <비행> 공연이 더블빌로 이루어졌다. <휴식>의 안무가 이재영과 <비행>의 안무가 정철인은 현재 국립현대무용단의 지속가능한 무용 레퍼토리 발굴을 위한 안무 공모 프로젝트 ‘스텝업’에 선정된 안무가들이다.

24일 공연이 열린 코스모폴리스는 낭트 메트로폴의 시립 기관이자 국제교류센터로, 세계의 다양한 문화교류 콘텐츠와 프로그램이 창의적인 방식으로 소개되는 아트센터이다. ‘한국의 봄 2019’ 기간 한국 최진경, 지창림, 김명남, 조돈영 작가의 전시가 열렸으며, 24일 쇼케이스 및 강연을 위해 마련된 공간에서 시나브로 가슴에 <휴식>과 멜랑콜리 댄스 컴퍼니<비행>이 공연되었다.

코스모폴리스 전경
코스모폴리스 전경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두 단체의 무용수들이 옷을 갈아입고 나올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기다렸다가 큰 박수를 보냈으며, 코스모폴리스 관계자는 이곳에서 종종 무용공연을 선보였으나 이번처럼 열화와 같은 성원이 있었던 적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한국의봄협회 회장 보데즈 미라, 거문고 연주자이자 ‘한국의 봄’ 축제 디렉터인 이정주, 공동주최 단체인 노리단 류효봉 대표, 그리고 코스모폴리스 대표 카롤 뢰(Carole Reux)는 한국의 두 현대무용단이 이곳에 와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쳐 매우 기쁘며, 지속적으로 낭트와 관계를 맺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기존에 음악공연이 주를 이루던 ‘한국의 봄’에서 처음으로 소개한 현대무용에 대한 반응이 뜨거워 앞으로 ‘한국의 봄’ 축제에 현대무용 프로그램을 확장해 더욱 좋은 컨디션의 극장에서 많은 관객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기획하겠다고 말했다.

시나브로 가슴에의 대표 레퍼토리 <휴식>은 안무가 이재영의 작품으로, 지속적인 운동으로 인한 에너지의 소진에 따르는 피로와 휴식의 절실함, 그리고 그 후의 공허함을 끊임없이 운동하는 공의 이미지를 활용해 위트 있게 풀어냈다. 무대 뒤에서나 볼 수 있는 무용수들의 휴식을 무대 앞에서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에서 안무가의 재치가 돋보이며, 신체 에너지의 사용을 극대화하여 관객에게 약 20분의 러닝타임 동안 풍부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2011년 초연되어 싱가포르, 벨기에, 콩고, 스페인 등에 초청되며 현재까지 10여년째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작품으로, 2015년 스페인 국제안무대회 마스단사(MASDANZA)에서 최우수 무용수상을 수상했다.

목표를 향해 날아오르고자 하는 도약을 표현한 멜랑콜리 댄스 컴퍼니 <비행>은 두 남성 무용수의 호흡과 역동적이지만 섬세한 움직임의 묘사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2016년 ‘젊은 안무자 창작공연’에서 초연된 이 작품으로 정철인은 최우수 안무자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같은 해 시댄스 ‘후즈 넥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HOTPOT: 동아시아무용플랫폼 한국대표’로 선정되어 2017년 홍콩에서 열린 제1회 HOTPOT에서 공연되어 호평을 받았다.

<비행>은 HOTPOT을 통해 가장 많은 초청을 받은 작품으로, 독일, 일본, 헝가리, 멕시코 등에서 공연하였으며, 올해 11월 덴마크 공연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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