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체바 무용단의 원죄?
바체바 무용단의 원죄?
  • 이종찬 기자
  • 승인 2019.06.07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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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때마다 반이스라엘 시위
정부도 시위대도 무용단을 이용한다

바체바 무용단 반대시위(2017년 모습)(c)Mostafa Heddaya via bdsmovement.net
바체바 무용단 반대시위(2017년 모습)(c)Mostafa Heddaya via bdsmovement.net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이스라엘의 세계적인 현대무용 단체인 바체바무용단은 해외공연 때 종종 공연 반대시위대와 마주친다. 2012년 영국, 2014년 뉴질랜드, 그리고 미국에서는 2017년, 2018년, 2019년 계속해서 시위가 벌어졌다.

바체바무용단은 많은 팬들이 열광하는 세계적인 무용단이다. 미국에서도 분명 많은 팬들의 환영을 받지만 한편으로는 늘 공연반대 시위자들이 있다. 시위자들은 이스라엘의 대팔레스타인 정책에 반대하며 바체바에게도 혐의가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이 메시지를 공연장 바깥에 현수막을 걸어 전달한다. 관객들에게 팜플렛을 나눠주거나 때로 공연을 방해하기도 한다. 바체바무용단에게 이러한 소동은 이제는 거의 일상적인 일이 됐다.

하지만 왜 무용단이 목표일까? 바체바는 이스라엘의 지정학적 갈등과 무슨 상관일까? 최근 미국의 기고가인 브라이언 섀퍼는 댄스매거진에 실린 글을 통해 이들 시위자들은 대개 반이스라엘 단체인 BDS(Boycott, Divestment, Sanctions) 운동에 동조하는 지역 주민들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바체바 무용단을 서안지역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과 같은 정치적 문제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려는 이스라엘 정부의 시도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즉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정책으로부터 관심을 돌리려는 수단으로 무용단을 이용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바체바는 이스라엘 최상의 글로벌 문화대사”라고 말한 바 있으며 바체바무용단은 예산의 3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그러므로 바체바무용단은 이스라엘 정부와 공모관계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무용단의 예술감독인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은 무용단의 재정지원 구조는 지난 수 십 년간 정당하게 이루어져 왔고 정부의 특정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한다. 돈은 납세자로부터 오는 것이며 예술가들의 특정한 요구없이 예술을 지원하기 위해 오랫동안 배정돼 왔다고 주장했다. 나하린은 또한 염치없게도(?) 시위자들의 방법이나 목표뿐 아니라 그들의 슬픔에 공감한다며 정부를 비판하기도 한다.

예술감독 오하드 나하린(c)Adi Cohen Zedek(사진=wiki commons)
예술감독 오하드 나하린(c)Adi Cohen Zedek(사진=wiki commons)

그러면서 브라이언은 이 글을 통해 정책과 예술은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강력한 예술지원 정책의 전통은 없지만 예술가들은 1965년 설립된 국립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NEA)의 지원을 고맙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NEA가 때로 정치적으로 작동하긴 하지만 대체로 예술과 국가는 섬세하게 분리된 상태를 유지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의 지원이 특정 정책이나 방침에 대한 기부로 이어지지도 않고, 특정 정책으로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교묘한 시도도 아니라는 것은 대개 잘 알고 있으며, 만일 예술지원금에 그러한 숨은 의도가 있다면 분명 예술가들은 지원받기를 다시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바체바에 대한 반대시위는 자주, 뚜렷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BDS 운동은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것을 보이콧하는 광범위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바체바하고는 상관이 없지만, 바체바는 그 그물망에 걸려든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 정부가 국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바체바를 이용한다고 비난하는 것과 똑같이 시위자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바체바를 너무 많이 이용한다는 것이다. 반대시위의 목표가 사람들로 하여금 이스라엘의 정책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게 하는 것이라면, 이는 분명 효과가 있어 보인다.

다른 저명한 무용단은 왜 바체바 같이 엄격한 잣대를 적용받지 않을까? 1776년 설립된 볼쇼이 발레단은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전체예산의 약 70%에 이른다. 현재 미국은 러시아를 인권침해와 미국의 민주적 절차를 침해한 혐의로 비난하고 있으며 중국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비난하고 있다.

이 기사는 “다른 나라의 예술가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 나라 정책이 아니라 사람들을 보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예술교류와 대화를 통해 모든 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복합적 현실에 대한 깊은 이해가 가능한 것이다”라면서 정부의 지원을 댓가로 특정 정책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한다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바체바는 그런 경우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예술과 국가의 분리를 소중히 여기고 확실하게 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해외의 양심적인 예술가들에게 똑같은 권리를 허락해야 한다는 말로 기사는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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