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와 청조문인의 대화(秋史金正喜与清朝文人的对话)
추사 김정희와 청조문인의 대화(秋史金正喜与清朝文人的对话)
  • 이종찬 기자
  • 승인 2019.06.10 1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국가미술관 한중교류프로젝트 제2탄
괴(怪)의 미학(美學)과 동아시아 서(書)의 현대성
추사에게는 서양 큐비즘의 가능성도
유홍준 교수 등 학술포럼 참여

추사 김정희와 청조문인의 대화(秋史金正喜与清朝文人的对话)(사진제공=예술의전당)
추사 김정희와 청조문인의 대화(秋史金正喜与清朝文人的对话)(사진제공=예술의전당)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예술의전당(사장 유인택)은 중국국가미술관(관장 우웨이산 吳爲山)과 공동으로 오는 18일(화)부터 8월 23일(금)까지 중국 베이징 중국국가미술관에서 <추사 김정희와 청조 문인의 대화전>을 개최한다.

‘괴(怪)의 미학(美學)과 동아시아 서(書)의 현대성’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치바이스와의 대화전>(2018.12.05-2019.2.17/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 이은 두 번째 한-중 국가예술교류 프로젝트로, 예술의전당과 중국국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고 예술의전당과 과천시 추사박물관이 공동 주관한다.

이번 전시에는 간송미술문화재단, 과천시추사박물관, 제주추사관, 영남대박물관, 김종영미술관, 수원광교박물관,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선문대박물관, 일암관, 청관재, 정벽 후손가, 그리고 개인 등 모두 30여 곳에서 출품된 현판, 대련, 두루마리, 서첩, 병풍 등이 총 망라돼 있다. 특히 유교로 관통하는 추사의 학예일치(학문과 예술이 하나)와 유희삼매(예술이 극진한 경지에 이름)의 경지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걸작과 자료 총 87건이 중국국가미술관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유 사장은 “이번 전시가 19세기 동아시아의 세계인이었던 추사 김정희 선생을 통해 21세기 동아시아 평화와 예술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만 아는 추사가 아닌, 세계인이 함께 감상하고 느끼는 추사 서화(書畫)의 새로운 장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8일 개막식에 이어 19일에는 중국국가미술관에서 전시 학술포럼도 진행된다. 유홍준(명지대학교 석좌교수, 전 문화재청장), 허홍범(과천시 추사박물관 학예연구사), 최준호(광주대 교수) 등이 한국측 발표자로 나서고 션펑(전 중국서법가협회 주석), 왕위에촨(베이징대학교 중문과 교수, 베이징대 서법예술연구소장), 예신(중국국가화원서법전각원 해외서법연구소 부소장) 등이 중국측 발표자로 나서 추사의 서(書)를 매개로 한 한중간 진정한 의미의 예술교류의 장이 될 전망이다.

이제까지 추사의 미학은 기괴고졸(奇怪古拙)과 유희(遊戱)로 알려져 왔으며 추사 생존 당시에도 추사체의 괴미(怪美)에 대해서는 비난과 조롱이 비등했었다. 추사는 이에 대해 “괴(怪)하지 않으면 역시 서(書)가 될 수도 없다”고 응수했다고 한다. <청조문화(淸朝文化) 동전연구(東傳硏究)>의 저자인 후지스카 치카시(藤塚鄰, 1879-1948)는 “청조문화(淸朝文化)에 정통하고 새로이 실사구시(實事求是)의 학문을 조선에 수립, 선포한 위대한 공적을 이룬 사람은 일찌기 없었다. 고금독보(古今獨步)라는 느낌이다”라며 추사의 작품을 새로이 평가했다.

이러한 추사의 학예성취는 한국과 동아시아는 물론 서구 현대미술과의 대화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즉 추사체(秋史體)의 괴미(怪美)와 유희정신은 19-20세기 서구미술의 ‘추(醜)’와 ‘추상(抽象)’과 같고도 다른 맥락에서 비교해 볼 수 있다.

전 중국서법가협회 주석이자 현존 중국 최고의 서법가로 인정받는 션펑(沈鵬, 1931-)은 “변혁의 중심에 있었던 김정희의 서법(書法) 작품은 강렬한 반역적(反逆的) 성격, 특히 비(碑)로써 첩(帖)으로 들어가는 모종의 ‘불협조(不協調)’의 성격은 일반인으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김정희의 서법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조선민족의 강렬한 독립과 자주(自主)와 자강(自强)의 모습은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고 말했다.

한국의 현대추상조각 선구자인 김종영(金鍾瑛, 1915-1982) 또한 “내가 완당(김정희의 호)을 세잔에 비교한 것은 그의 글씨를 대할 때마다 큐비즘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완당이 일반의 통념을 완전히 벗어나 작자(作字)와 획(劃)을 해체하여 극히 높은 경지에서 재구성하는 태도며 공간을 처리하는 예술적 구성이며 하는 것은 그의 탁월한 지성을 말해주는 것이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예술의전당측은 이번 전시회가 그간 추사 김정희의 개인적 성취의 신화화에 머무르며 극단적인 진위논쟁에 빠져있던 그의 작품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라보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이번 전시회는 추사가 연행(燕行)한지 210년 만에 이루어지는 이벤트로서 한-중 우의를 다지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를 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