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트 하이팅크 은퇴 - 올 루체른 페스티벌서 마지막 지휘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은퇴 - 올 루체른 페스티벌서 마지막 지휘
  • 이종찬 기자
  • 승인 2019.06.30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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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못한 친구들에게 빚을 졌다"
"은퇴라고 말하기 싫어 쉬겠다고 말한 것"
‘음악’을 사랑한 겸손한 지휘자
지휘자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사진=wiki commons)
지휘자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사진=wiki commons)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네덜란드 출신의 전설적인 지휘자 베르나르트 하이팅크가 올 여름 루체른 페스티벌을 끝으로 은퇴한다.

올해 90세가 된 하이팅크는 지난 2월, 남은 2019-20 시즌에 안식기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홀에서 넘어져 부상을 입었었다.

그는 1954년 네덜란드 방송교향악단(당시 명칭 네덜란드 라디오 유니온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로 데뷔했다. 이후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맡았고 이어 런던 필, 글라인드본, 로열 오페라하우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시카고 심포니 등을 맡았다.

하이팅크는 오는 8월 20일과 9월 6일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두 콘서트를 통해 말러 4번, 슈베르트 5번, 브루크너 7번 등의 교향곡과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지휘할 예정이다.

지난 12일 네덜란드의 신문 de Volkskrant와 자택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하이팅크는 “들어봐요, 난 이제 90이요. 내가 안식년을 갖겠다고 말할 땐, 그만둔다고 말하기 싫어서 그런 거요. 공식적인 작별인사 같은 건 싫소. 하지만 분명한 건 이제 더 지휘하지 않는다는 거요”라고 말해 사실상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지휘 스타일은 까다롭지 않고 화려하게 주목을 끄는 스타일도 아니라고 연주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최소한의 동작으로 필요한 모든 세부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이팅크는 지휘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연주자들을 정신없게 하지 말라. 그들은 무척 바쁘니까!”라고도 했다.

음악뉴스 블로그인 슬립드 디스크(Slipped disc)는 시카고 심포니의 비올라 주자인 맥스 라이미(Max Raimi)가 오래 전 하이팅크와 나눈 대화 내용을 실었다. 맥스에 따르면 하이팅크는 자신이 지휘하는 곡을 얼마나 잘 알든지 간에 결코 지루해하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인위적 해석이나 매너리즘은 조금도 없었고 언제나 음악 자체의 가치를 기반으로 연주했다고 한다. 이 비올라주자는 그러면서 다소 튀는 해석을 가미하는 몇몇 지휘자의 이름을 자신의 견해라면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하이팅크가 오케스트라를 위해 마련한 한 와인파티에서 그와 자리를 같이하게 됐고 긴장과 기대감 속에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하이팅크의 아버지는 나치 점령하의 암스테르담에서 전기공이었고 시의 전기를 끊으려는 나치와 시민들 사이에서 무척 곤란해 했으며 이 스트레스 때문인지 전쟁이 끝난 후 그의 아버지는 곧 사망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이팅크가 한 이야기가 매우 놀라웠으며 그는 자신이 하는 말을 분명 확신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보게, 학교시절 난 아무것도 아니었네. 나보다 훨씬 뛰어난 동료들이 아주 많았거든. 하지만 그들은 모두 유태인 소년들이었지. 그리고 그들은 모두 살해당했지. 남은 사람은 나 뿐이었어. 그래서 내가 지금 이 커리어를 누릴 수 있는 거야.”

겸손하고 진정성있는 연주로 음악팬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았던 마에스트로. 아마도 전 세계가 그를 그리워 할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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