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잔 델랄 예술감독 야이르 바르디 은퇴
[단독] 수잔 델랄 예술감독 야이르 바르디 은퇴
  • 이종찬 기자
  • 승인 2019.07.23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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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이스라엘 현대무용 발전의 견인차 역할
시댄스, SCF 등 한국과도 인연

수잔 델랄 센터 예술감독 야이르 바르디(Yair Vardi)(c)Avi Evan(사진=wiki commons)
수잔 델랄 센터 예술감독 야이르 바르디(Yair Vardi)(c)Avi Evan(사진=wiki commons)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이스라엘 공연예술의 메카로 불리는 텔아비브 수잔 델랄 센터(Suzanne Dellal Centre for Dance and Theatre)의 예술감독 야이르 바르디(Yair Vardi, 71)가 감독직에서 물러난다.

수잔 델랄 센터측은 최근 열린 창립 30주년 기념행사에서 야이르 바르디가 30년간 몸담았던 이 곳을 떠난다고 발표했다.

1989년 설립된 수잔 델랄 센터는 '이스라엘 현대무용의 동의어'로 불릴 만큼 지난 30년 간 이스라엘의 공연예술을 이끌어 왔으며, 특히 이스라엘 무용의 국제적 지위를 확고히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함으로써 이스라엘 현대무용의 베이스 캠프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그동안 수많은 중진, 중견, 신진 무용가들이 이 곳을 통해 그들의 역량을 국내외에 알리면서 성장해왔다.

설립자이자 예술감독인 야이르 바르디는 무용수이자 안무가로서 '이스라엘의 국보'로 불리는 바체바 무용단의 2세대 단원이었다. 그는 영국 램버트 발레단(Ballet Rambert)에서 활동했으며 이후 자신의 무용단을 만들기도 했다. 이스라엘을 떠난 지 12년 만인 1989년 이스라엘로 돌아와 수잔 델랄 센터를 설립하고 초대 감독으로 취임, 지금까지 재직해 왔다. 이스라엘 무용 육성을 위해 많은 선도적 노력을 기울였으며 이스라엘 및 외국에서 많은 상을 수상했다. 이스라엘 공연예술에 기여한 이 같은 공로로 2010년에는 이스라엘 최고 영예인 이스라엘상(Israel Prize)도 받았다.

그는 수잔 델랄 센터를 운영하면서 관객이 없더라도 작품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신념을 지켜왔다. 초기에는 관객이 없어 자기 혼자서만 공연을 본 적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텔아비브 무용축제, 이스라엘 무용플랫폼인 IEF(International Exposure Festival), 플라멩코 축제(Flamenco Days Festival) 등 많은 축제를 조직하고 젊은 예술가들의 해외진출을 위한 플랫폼을 다수 창설, 운영해 왔다.

수잔 델랄 센터 전경(사진=Suzanne Dellal Centre)
수잔 델랄 센터 전경(사진=Suzanne Dellal Centre)

한 마디로 그는 이스라엘 현대무용의 대부였고, 수잔 델랄 센터는 그 메카였다. 그의 노력에 힘입어 서유럽 중심의 현대무용계에서 이스라엘은 뚜렷한 강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큐레이터로서 그의 뛰어난 역량과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때로 ‘모든 것을 조종하는 사람’이라는 비판도 들었지만 이에 대해 바르디 자신은 "난 제국주의자가 아니다. 리더일 뿐“이라고 답했다.

한국에서는 2009년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에서 자신이 제작하고 바락 마샬이 안무한 <몽거(Monger)>를 통해 “누구에게도 타인을 지배할 권리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으며 높은 흡입력과 집중력으로 관객들의 커다란 호응을 받았다. 그는 또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SCF)에 매년 심사위원으로 참가, 한국 무용가들을 이스라엘에 초청해왔다.

바르디는 “우리가 건설해 온 이 뛰어난 센터를 이제 떠난다. 새롭고 혁신적인 길을 걸어온 센터에 대해 행복과 긍지를 느낀다”면서 “나는 떠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비켜서는 것 뿐, 난 늘 여러분과 함께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센터측은 그의 바통을 이어받을 신임 예술감독을 수개월 내 선임할 예정이다.

한편 이스라엘 외교부는 얼마 전 예산상의 이유로 올해 12월에 열리는 IEF를 재정지원할 수 없다고 밝혀, 창설 30주년을 맞은 수잔 델랄 센터의 축제 분위기를 다소 감퇴시키고 있다고 이스라엘 무용인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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