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in 무비] 영화 ‘로렌조 오일’에 흐르는 단장(斷腸)의 감성!
[클래식 in 무비] 영화 ‘로렌조 오일’에 흐르는 단장(斷腸)의 감성!
  • 강창호 기자
  • 승인 2019.07.28 2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츠앤컬처 Arts & Culture 8월호 (Vol. 163)
사무엘 바버 ‘현을 위한 아다지오(Adagio for Strings)’
모차르트 ‘존귀하신 구주(Ave Verum Corpus)’
영화 로렌조 오일(Lorenzo's Oil)_포스터 (c)네이버 영화
영화 로렌조 오일(Lorenzo's Oil)_포스터 (c)네이버 영화

[더프리뷰=서울] 강창호 기자 = "투쟁하는 삶만이 의미가 있다. 승리냐 패배냐는 신이 결정할 일이니, 투쟁을 축하하자! - 동아프리카 스와힐리 전사의 노래(Swahili Warrior Song)"

영화 ‘로렌조 오일(Lorenzo's Oil, 감독 조지 밀러, 1992)’은 첫 시작을 위와 같은 비장한 문구로 시작한다. 희귀병 시한부 사형선고를 받은 5살짜리 어린 아들 로렌조, 자식을 살리기 위한 부모의 애끓는 뜨거운 사랑과 희생이 130여 분 내내 스크린을 사로잡는다.

발병 2년 안에 사망에 이른다는 희귀병 ALD, 부신백질이영양증(Adrenoleukodystrophy) 성염색체인 X염색체 유전자 이상으로 결국 뇌의 신경세포가 점차 파괴되어 사망하는 희귀 질환이다.

영화 로렌조 오일(Lorenzo's Oil)_스틸컷 (c)네이버 영화
영화 로렌조 오일(Lorenzo's Oil)_스틸컷 (c)네이버 영화

1980년대 실제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포기한 치료제를 부모가 직접 나서서 어려운 유전학, 생화학, 미생물학, 신경학 등 전문 의학서적들을 독학하며 의학계를 움직이는 그 역경과 반전의 과정을 사실감 있게 스크린에 담아내고 있다.

또한, 작품의 몰입도를 더해주는 것은 희귀병과 투쟁하는 로렌조와 오돈 부부(배우 닉 놀테, 수잔 서랜든)의 고통스러운 내면의 세계를 익숙한 클래식 음악들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감정은 고스란히 음악이 이를 대변해주는 듯 간간히 보이는 밝은 미소조차도 행복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생과 사의 저울질 가운데 표정들은 마치 음악의 가면 아래 미묘한 내면의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심지어 밝게 웃는 장면에서 조차 음악은 즐거움이 아닌 내면 깊숙한 우울을 투영하듯 고통스러움으로 울려온다.

영화 로렌조 오일(Lorenzo's Oil)_스틸컷 (c)네이버 영화
아들 로렌조를 살리기 위한 아버지의 절절한 사랑, 치료제 개발에 모든것을 희생. 영화 로렌조 오일(Lorenzo's Oil)_스틸컷 (c)네이버 영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중 ‘파리를 떠나서’, <레퀴엠> 중 '아그누스 데이',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흘리는 눈물',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 D단조 아다지오>, 벨리니의 <노르마 서곡 2악장>, 그레고리오 알레그리의 <미세레레(Miserere)>, 엘가의 <첼로 협주곡 e단조> 그리고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말러 <교향곡 5번> 등등

이 다양한 클래식 곡들 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 사무엘 바버의 ‘아다지오’는 구불구불한 현악의 선율들처럼 주인공들의 고통에 싸인 내면적 감정선을 주도적으로 잘 표현해 내고 있다.

그리고 클래식 음악은 아니지만 동아프리카의 작은 섬 코모로에서의 천진난만한 개구쟁이들의 모습 속에서 인생 중 가장 행복했던 로렌조의 모습을 담아낸 월드뮤직 아프리카 음악, 곤다 전통 음악 연주자들이 부른 <키자나 음야나 음발리(Kijana Mwana Mwali)>가 여러 감정들을 대신하고 있다.

영화 로렌조 오일(Lorenzo's Oil)_스틸컷 (c)네이버 영화
영화 로렌조 오일(Lorenzo's Oil)_스틸컷 (c)네이버 영화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은 엔딩 크레딧 장면이다.

천천히 흐르는 화면 속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로 들려주는 모차르트의 <존귀하신 구주(Ave Verum Corpus 아베 베룸 코르푸스)>가 로렌조와 동일한 질병을 앓고 있는 전 세계의 어린 ALD 환자들의 해맑은 모습들을 비추어 준다.

마지막까지 미어지는 뭉클함과 먹먹함은 한동안 그 자리에 맴돌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