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제발 핸드폰과 소음 관리를...
공연장? 제발 핸드폰과 소음 관리를...
  • 강창호 기자
  • 승인 2019.01.23 15: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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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는 자와 말리는 자! 아직도 그들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사진=KBS교향악단 제공)
(사진제공=KBS교향악단)

[더프리뷰=서울] 강창호 기자 = 클래식 음악 전문공연장이다. 정숙함이 요구되고 특별히 조심스러워지는 공간이다. 아직 공연 시작 전이라 여기저기 관객들이 입장을 서두르고 있다. 무대 위에 배치된 신기한 악기들의 모습에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관객 서넛이 스마트 폰을 꺼내어 인증 샷들을 터뜨린다. 티켓을 들고 프로그램 북을 들고 무대를 배경 삼아 자신이 공연장에 왔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여기저기 찰칵찰칵 번쩍번쩍. 그때마다 여지없이 쏜살같이 나타나는 누군가가 있다. 하우스 매니저 혹은 하우스 어셔들이다. 검정 정장 또는 흰 블라우스와 스커트 차람의 깔끔한 외모로, 그리고 매우 정중하면서 차가운 어조로 차근차근 사진 촬영을 금하는 말과 제스처를 보이며 '촬영불가'를 강조한다. 여기에서 서로 간에 소소한 감정 충돌이 일어난다. 제재당하는 측도 그렇지만 제재하는 측도 쉬워 보이진 않는다. 잠시의 신경전이 주변에도 영향을 미쳐 불편한 기류가 흐른다.

바이올리니스트의 검게 멍든 턱과 깊게 파인 손끝은? 관악기 연주자의 부풀어 오른 입술은? 이밖에 무대 조명을 받지 않는 곳에선 더 많은 스태프가 새벽부터 공연 현장을 지키고 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모든 공연은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익명의 바이올리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의 검게 멍든 턱과 깊게 파인 손끝은? 관악기 연주자의 부풀어 오른 입술은? 이밖에 무대 조명을 받지 않는 곳에선 더 많은 스태프가 새벽부터 공연 현장을 지키고 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모든 공연은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익명의 바이올리니스트)

힘겹게 공연을 준비하는 이들...

공연을 하면서 제일 중요한 존재는 바로 아티스트다. 대관공연이든 기획공연이든 공연을 펼치는 주체가 바로 그들이기에 그렇다. 기획사나 관련 스태프들은 공연이 잘 흘러가도록 돕는 헬퍼들이다.

그러기에 기획사와 스태프는 그저 공연이 무사히 잘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기본적으로 아티스트는 공연을 위해 거의 식음을 전폐하듯 연습에 열중한다. 오로지 최고를 들려주기 위한 피나는 자기와의 전쟁 속에서 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다. 보통 피아노 소나타 한 곡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거의 6개월 가량을 연습에 매달리는데 그 6개월 동안 아티스트는 오로지 공연 생각밖에 없다. 매일매일 8-10시간 가량의 사투(성악은 약 2-3시간)를 벌이며 길고 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비로소 무대에 오를 수 있다. 그러기에 현장은 날 선 칼 위를 스쳐가듯 예민한 긴장선상에서 “오늘도 무사히”를 마음 속으로 외칠 뿐이다. 모든 공연이 바로 이렇게 오랜 시간 힘겹게 보이지 않는 수고와 땀, 그리고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지고 있다. 발레리나의 발을 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바이올리니스트의 검게 멍든 턱과 깊게 파인 손끝은? 관악기 연주자의 부풀어 오른 입술은? 무대 조명을 받지 않는 곳에선 더 많은 스태프가 새벽부터 공연 현장을 지키고 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모든 공연은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발레리나의 발을 본 적이 있는가? 발레보다 발이 더 유명해진 강수진의 발,  모든 공연이 바로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힘겹게 보이지 않는 수고와 땀 그리고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발레리나의 발을 본 적이 있는가? 발레보다 더 유명해진 강수진의 발. 모든 공연이 바로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보이지 않는 수고와 땀, 그리고 노력의 결과로 힘겹게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제공=국립발레단)

클래식의 대중화? 여기서 더 대중화되면??

하우스 매니저나 하우스 어셔들이 막아도 어떻게든 폰을 몰래 숨겨 촬영하는 얌체족, 졸음에 덜거덕 폰이 떨어지며 나는 소음, 갑자기 플래시 번쩍, SNS 확인하는 환한 불빛, 신발 덜거덕 소리, 사탕봉지 부스럭 등등 전혀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기색이 없다. 조용한 엔딩의 순간에 정적을 깨는 카톡 알림소리, 전염의 기류를 탄 듯 계속 콜록대는 기침들, 그리고 그 유명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벚꽃엔딩’ 대참사까지 이루 말할 수 없이 난감하고 창피한 상황들은 끝도 없이 여기저기 발생한다. 이쯤 되면 법이고 질서고 다 소용없는 상황 속에 특히 소리에 예민한 아티스트, 관객 그리고 하우스 매니저 등 모두가 이 유별난 일부 관객으로 인해 피로가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기본적으로 공공질서를 대하는 소위 ‘문화인’들의 모습에서 적잖은 실망감을 느낀다. 또는 ‘클래식의 대중화’란 말에 회의감이 더해진다. “여기서 더 대중화되면 아주 큰 일이 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더해져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공연장에서 발생하는 주요 문제는 개인 SNS 용도의 사진 촬영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 속에 제재하고 실랑이하는 하우스 매니저를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어떻게 서로 간에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해당 공연 장면과는 관계없음 (사진제공=한국예총)
해당 공연 장면과는 관계없음 (사진제공=한국예총)

공연장의 꽃, 하우스 매니저(하우스 어셔), 실은 그들도...

기본적으로 그들이 없으면 공연장은 돌아가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연장의 제일 큰 염려는 바로 ‘안전사고’이다. 과거 서울 모 공연장에서는 실제로 이들의 발 빠른 대처로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한 사례가 있다. 이들은 수시로 안전에 대한 교육을 받으며 위급상황 대처방법도 철저히 배운다. 우리는 이들의 노고 덕분에 쾌적하게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도 공연장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이런저런 상황에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관객과의 접촉이 많은 이들은 현장에서 불평을 듣거나 부당한 갑질행위를 당할 때 당연히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악성 관객과 하우스 매니저, 이들 사이에 발생하는 불편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갈등의 원인은 대부분 사진촬영 제재에 있다. 따라서 공연장 안내 멘트 또한 휴대폰 사용 절제를 강조한다. 그렇다고 이런 당부가 잘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 전국에 스마트폰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해결책을 위해서라도 이쯤에서 뭔가 제도적으로 다시 살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이쯤에서 하우스 매니저 직무 매뉴얼을 다시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의 시대적 흐름에 맞는 매뉴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당 공연 장면과는 관계없음 (사진제공=한국예총)
해당 공연 장면과는 관계없음 (사진제공=한국예총)

전 국민 인증샷 SNS시대!

공공장소 핸드폰 관리가 절실... 공연 전후 인증샷 정도는 괜찮지 않나요?

공연장 소음을 야기하는 악성 관객에 대해서는 때로 물리적 억지력을 가할 필요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공연 중이 아니라면 인증샷 정도는 허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미 공연장 사진은 홈페이지나 여러 경로를 통해 많이 유포되어 있다. 이걸 찍는다고 보안, 저작권 운운하면 시대적 상황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사진 찍혀 SNS상에서 간접 홍보되는 게 공연장 측이나 공연 관계자들한테는 고마운 일일 수도 있다. 관객들이 자진해서 팬심을 갖고 찍어 퍼나르는데 이보다 더 좋은 홍보효과가 어디 있을까?

이미 우리는 전 국민 인증샷, SNS시대에 살고 있다. 간혹 외국수입 공연의 경우 저작권이 포함된 무대연출 사진의 외부 유출을 우려해 계약상 ‘촬영금지’ 조항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이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는 얼마든지 융통성 있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여겨진다. 딱딱한 매뉴얼을 적용해 과도하게 제재를 가하다보면 비싼 비용 들여 공연장까지 와서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관객들의 문화적 삶이 얼룩져버린다. 전문가들은 다르겠지만 일반관객은 대부분 공연장 한 번 찾아오는 게 연례행사에 해당한다. 큰 맘 먹고 어렵사리 한번 와보는 것이다.

해당 공연 장면과는 관계없음 (사진제공=한국예총)
해당 공연 장면과는 관계없음 (사진제공=한국예총)

‘문화생활’을 한다는 행복감에 티켓 값을 지불하며 자신이 공연장에 왔음을 알리려는 욕구를 나무라기만 할 수는 없을 것같다. 그러기에 '촬영금지' 규정을 모르고 셔터를 누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아도 공연계의 재정자립이 심각히 어려운 상황에 공연장 문턱을 조금 낮추어 주는 것도 바람직한 상생의 방법이 아닐까? 오히려 장려하는 차원에서 인증샷 대회, 하우스 어셔의 촬영도우미 참여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사진 촬영의 순기능을 잘 살린다면 관객들의 불필요한 셔터가 줄고 공연장과 관객과의 친화력이 상승하는 것은 물론 하우스 매니저의 스트레스도 줄어들 것이다.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내한과 수많은 공연의 홍수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볼거리가 많은 요즘, 행복한 문화적 삶을 누리고자 하는 관객의 마음과 시대적 상황에 어울리는 공연장 운영의 융통성이 조화를 이루어 보다 성숙한 선진국형 공연문화가 하루빨리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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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리 2019-01-24 05:25:56
멋진 글, 잘 보고 갑니다! 공연장 에티켓을 지킬수 있는 지혜로운 대안이 마련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