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지 개인전 '지나가는 것들(Fleeting Moments)'
박윤지 개인전 '지나가는 것들(Fleeting Moments)'
  • 김 에스더 기자
  • 승인 2019.08.0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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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가 빨아들인 순간의 감정과 기억들
금세 사라질 듯 가볍고 여리고 엷은 이미지들

[더프리뷰=서울] 김에스더 기자 = 박윤지 개인전 <지나가는 것들_Fleeting Moments>이 지난 7월 28일부터 8월 10일까지 열리고 있다. 강남구청역 부근 아트플러스 갤러리(강남구 언주로 140길 22). 이번 전시작 20여 점은 대부분 금년에 만든 신작들로 한지의 번짐성을 이용한 부드러운 표현이 주를 이룬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좀더 다양해진 색감과, 규격에서 벗어난 형태의 프레임을 선보이고 있다.

박윤지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 학부와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꾸준히 다양한 소재로 그리기를 시도하였다. 이번 전시는 보통은 주인공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상의 소소한 빛과 그림자의 이미지를 가공, 작품 안에서 주인공으로 끌어올린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작품은 ‘살아가면서 매 순간 느끼는 감정이나 기억들, 소중한 순간들은 생각보다 너무 연약하고 쉽게 사라져 버릴 것들’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빛이나 그림자는 공간에 따라 형태가 변화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잠시 머물다 사라진다는 특성이 있어서 지나가는 것들을 표현하기에 좋은 소재였다고 작가는 말한다. 일상에서 매일 마주치는 풍경들은 매일 같은 것이 아니고 그 순간의 시간이나 온도, 바람, 또는 주체의 감정에 따라 매번 다르게 느껴진다. 그 순간들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게 기록하듯이 담아내고자 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박 작가의 작품은 한지의 일종인 순지를 바탕으로 물감이 스며들고 마르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면서 만들어진다. 그림자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얇고 흘러가 버릴 듯한 은은한 표현이 특징적이다. 박서보가 ”미술은 현대인의 고뇌를 빨아들이는 흡인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박윤지는 우리가 쉽게 흘려보내곤 하는 순간의 감정이나 기억들을 종이에 흡인시켜 담고자 하였다.

문화기획자인 최동환 전 세네갈 대사는 한 마디로 박윤지의 작품을 ‘선한 영향력’ 이라고 평했다. 그림은 보는 이의 몫이라고 하지만 조용히 건네는 부드러운 손길처럼 온유하며 선한 영향력이 배어 나온다.

박윤지는 지금 이 순간 지나가버리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담고자 눈으로 보고, 본다는 행위로 인해 느낄 수 있는 것들에 주목해 심상적 접촉이 일어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잡아둔 채 작업으로 남기고 있다. 그림 앞에서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 엷은 이미지는 금세 사라질 듯 가볍고 여리고 엷다. 어디서 한들한들 바람결이 느껴지고 그때 눈을 감고 가만히 서있는 자신을 상상하게 만드는 고요한 그림들이다.

박윤지는 지난해 첫 개인전 <오후 다섯시>를 열었다. 2018 아시아프 프라이즈, 2018 후소회 청년작가상을 수상했고, 꾸준히 여러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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