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범죄소설 ‘소호의 죄’ 출간
[신간] 범죄소설 ‘소호의 죄’ 출간
  • 이종찬 기자
  • 승인 2019.08.21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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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인 아메리카' 편집장 리처드 바인의 스릴러
“예술계잖아. 다들 섹스를 하면 했지 악수는 안 한다고”
‘예술이라는 불길한 병’
신간 "소호의 죄"(사진=
신간 "소호의 죄"(사진=서울셀렉션)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뉴욕의 힙스터 문화가 범람했던 90년대, 소호는 드높은 세계무역센터의 호위를 받으며 세계 예술계의 수도로 군림했다. 그 시절, 소호에서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건이 저질러졌다. 이 소설은 그 애매하고 은밀한 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윈게이트 가문의 상속녀인 미술품 컬렉터가 자신의 로프트에서 얼굴이 날아간 채로 발견된다. “제가 아내를 죽였어요.” 남편의 자백이 있었지만 치매성 뇌질환을 앓고 있는 그의 말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부부의 친구인 미술품 딜러 잭과 사립탐정 호건은 이 사건을 조사하며 주로 자칭 예술가인 용의자들을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사건의 실마리가 될 범죄적 예술의 현장들이 드러난다. 도대체 누가, 왜 그녀를 죽였는가? 넘치는 서스펜스와 아슬아슬한 관능미로 예술과 죄악의 경계를 묻는 본격 예술 스릴러.

작가인 리처드 바인은 세계적인 미술잡지 《아트 인 아메리카》 편집장으로 일평생 예술계에 몸담아왔다. 소설 속 등장인물의 자기 표현이나 이야기 전개가 매우 사실적이다. 소호의 전성기를 구가한 예술가들과 그 주변인들의 삶이 작품 속에 오롯이 옮겨져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단서들과 예기치 않게 등장하는 용의자들. 그리고 그들을 쫓는 속물적 딜러 잭과 순수함의 결정체와 같은 소녀 멜리사까지. 

이 모두를 관통하는 공통된 테마는 예술, 광기와 공허함에 사로잡힌 예술이다. 그 예술의 기저에는 그 시절 소호에 살던 사람들이 걸렸던 불길한 병, “에이즈도 매독도 아닌, 유혹하고 헤어지고 사랑하고 배신하는 눈먼 열정”이 존재한다. 주인공 잭은 저주와 같은 그 열정의 바탕 위에서 소호의 갤러리와 미술관, 뉴욕의 힙한 레스토랑과 바, 아트페어와 페스티벌, 페티시로 점철된 퍼포먼스 등 뉴욕의 내로라하는 명소와 현장을 누비며 범인을 찾아 나선다. 박지선 옮김, 464쪽, 1만5천원, 서울셀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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