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러시아 오픈룩축제 한국무용 특집공연 성황, “동시대 한국문화로 빚어낸 수작(秀作)” 연일 환호갈채
[단독] 러시아 오픈룩축제 한국무용 특집공연 성황, “동시대 한국문화로 빚어낸 수작(秀作)” 연일 환호갈채
  • 이종호 기자
  • 승인 2019.08.22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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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더 큰 규모로 한-러 무용교류 추진
오픈룩 축제 포스터/사진 = 더프리뷰 이종호 기자
오픈룩 축제 포스터/사진 = 더프리뷰 이종호 기자

 

[더프리뷰=상트페테르부르크] 이종호 기자 = 러시아의 대표적 현대무용축제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오픈룩(Open Look) 축제에서 한국의 무용이 엄청난 환호와 기립박수를 받았다.

지난 8월 12-17일 알렉산드린스키극장 신관에서 열린 오픈룩 축제(예술감독 바딤 카스파로프, Vadim Kasparov)는 15-17일 사흘 연속 시나브로 가슴에(시가, 대표 권혁), 아트프로젝트보라(예술감독 김보라), 모던테이블(예술감독 김재덕) 등 3개 단체의 작품을 메인무대에 올려 한국 현대무용의 높은 수준과 다양한 스타일을 현지 관객들에게 소개했고, 관객들은 매일 밤 열렬한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모던테이블의 공연에 열광하는 러시아 관객들/사진 = 더프리뷰 이종호 기자
모던테이블의 공연에 열광하는 러시아 관객들/사진 = 더프리뷰 이종호 기자

 

이번 축제에서 시가무용단은 2인무인 <휴식>과 <Equilibrium>, 그리고 군무작품인 <해탈>을 선보였다. 2011년 초연된 <휴식>(이재영 안무)은 지속적인 운동으로 인한 에너지의 소진에 따르는 피로와 휴식의 절실함, 그리고 그 후의 공허함을 끊임없이 운동하는 공의 이미지를 활용해 위트 있게 풀어냈다. 역시 이재영의 안무작인 <Equilibrium>은 2014년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엔트로피의 증가라는 자연현상의 법칙을 사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우리 사회의 현실과 이슈에 대입해 이야기한다. 인생을 탈춤에 비유한 <해탈>은 안지형의 안무작으로 탈춤이 가진 특징과 캐릭터에 주목, 동시대의 이야기를 유희적으로 풀어낸다.

2014년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공연된 이재영의 'Equilibrium'/사진 = 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2014년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공연된 이재영의 'Equilibrium'/사진 = 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아트프로젝트보라는 김보라의 자작 솔로인 <각시>와 군무작품인 <꼬리언어학>을 선보였다. 한국적 소재인 각시탈에서 모티브를 얻은 <각시>는 현 시대의 신부(아내)로서의 갈등과 소무의 풍자적인 면을 표현한 작품이다. 상상 속 동물의 꼬리 언어와 제스처의 상징체계를 움직임의 모티브로 삼아 위선적인 교양주의와 언어의 해석적 오류를 풍자한 <꼬리언어학>은 2015년 팜스 초이스(PAMS Choice) 선정작으로, 그동안 멕시코 세르반티노 축제를 비롯, 독일,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우루과이, 브라질 등지에서 공연됐다.

아트프로젝트보라 '각시'/사진=Tatiana Yudina(openlook festival)
아트프로젝트보라 '각시'/사진=Tatiana Yudina(openlook festival)
아트프로젝트보라 '꼬리언어학'/사진=Tatina Yudina(openlook festival)
아트프로젝트보라 '꼬리언어학'/사진=Tatina Yudina(openlook festival)

 

2015년 초연, 2016년 시댄스에서 개정확장판이 초연된 모던테이블 <속도>는 드라마나 오브제 같은 무용외적 요소의 개입을 배제하고 춤 본연의 몸짓을 중심으로 긴장과 이완의 리드미컬한 드라마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세 가지 속도(빠르게 느리게 보통으로)를 춤으로 표현, 관객들이 역동적인 생기를 만끽할 수 있다. 이번 러시아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전원 기립박수로 뜨거운 호응을 보낸 데 이어, 일부 관객들은 로비에 나와서까지 소리를 지르며 무용수들의 동작을 따라하는 등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2016년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공연된 모던테이블의 '속도'/사진 = 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2016년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공연된 모던테이블의 '속도'/사진 = 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네덜란드 EDDC(European Dance Development Centre)와 SNDO(School for New Dance Development)의 설립자인 유럽 무용계의 원로 아르트 후헤(Aart Hougee)는 한국 작품들에 대해 “서양 스타일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시대와 자신의 문화를 바탕으로 만든 보기드문 수작(秀作)”이라고 평가했다. 또 스페인의 중견 안무가 미켈 폰트는 아트 프로젝트 보라에게 공동창작을 제안해 오기도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옛 공장지대를 문화공간으로 개조한 세브카벨리/사진 = 더프리뷰 이종호 기자
상트페테르부르크 옛 공장지대를 문화공간으로 개조한 세브카벨리/사진 = 더프리뷰 이종호 기자

 

15일 공연이 끝난 뒤에는 극장 로비에서 카스파로프 감독과 이종호 시댄스 예술감독의 진행으로 한국 현대무용을 소개하는 대화모임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 감독은 한국 현대무용의 역사를 간략히 소개한 뒤 “한국과 러시아 모두 현대무용의 발상지인 서유럽이나 북미와는 다른 자국문화 정체성 탐구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면서 양국 무용계의 공동연구와 교류를 제안했다.

또 17일 마지막 공연에는 권동석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총영사가 참관, 개막 전과 공연 후 리셉션에서 두 차례 축사를 통해 한국 현대무용의 진수를 러시아 관객들에게 보여준 오픈룩 축제에 감사를 표하는 한편, 향후 양국간 무용교류 확산을 위한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바딤 카스파로프 예술감독(우)과 권동석 총영사(좌)/사진 = 더프리뷰 이종호 기자
바딤 카스파로프 예술감독(우)과 권동석 총영사(좌)/사진 = 더프리뷰 이종호 기자

 

이번 한국특집은 2017년 시댄스와 서울공연예술마켓(PAMS)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카스파로프 예술감독이 2018년 국립현대무용단을 초청한 데 이어 두 번째로 한국 현대무용을 소개한 것이다. 카스파로프 감독은 “한국 현대무용을 러시아인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첫날은 비교적 안무의도와 동작을 이해하기 쉬운 시가, 둘째날에는 전혀 다른 철학과 스타일을 지닌 아트프로젝트보라,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한국적 요소와 독특한 동작을 동시에 구사하는 모던 테이블의 작품으로 순서를 짰다”고 말했다.

한편 시댄스와 오픈룩은 내년 한국-러시아 수교 30주년을 맞아 더욱 큰 규모와 다채로운 내용으로 무용교류를 추진하기로 합의,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오픈룩 축제의 중심 개초장소인 알렉산드린스키극장 신관/사진 = 더프리뷰 이종호 기자
오픈룩 축제의 중심 개최장소인 알렉산드린스키극장 신관/사진 = 더프리뷰 이종호 기자

 

올해 21회를 치른 오픈룩은 전통적으로 발레가 강세인 러시아에서 보기드문 현대무용 전문축제로 올해는 한국특집(Focus Korea) 외에도 7273무용단, 푸푸아 디모빌리테(이상 스위스), 테로 사리넨(핀란드), 파비앵 프리오빌(프랑스) 등 모두 10개국 무용가들이 참가, 수준 높고 개성있는 작품들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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