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GS의 그런 날] 보고싶어요
[BOGS의 그런 날] 보고싶어요
  • 복스(BOGS)
  • 승인 2019.09.0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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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어요 - (c)일러스트레이터 복스
보고싶어요 - (c)일러스트레이터 복스

첫째가 유치원차에서 내리는데 표정이 안 좋았다. 아이에게 왜 그러는지 묻자 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린다. 아이는 돌아가신 친할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했다. 친할아버지는 아빠 엄마가 결혼하기도 전에 돌아가셔서 묘소에서만 뵈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친할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우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둘째도 데리러 가야하기 때문에 차에 태워 둘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그 사이 첫째는 잠시 멈췄던 눈물을 다시 뚝뚝 떨어트리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
“할아버지는 하늘나라에 계시는데, 대신 다음에 묘소에 찾아뵈러갈까?”
“아니야, 지금 할아버지 만나러 하늘나라에 가고 싶어.”
“할아버지는 우리 아가가 지금 할아버지 만나러 가는 거 원하시지 않을 텐데?”
“왜?”
“직접 너를 보진 못했지만 할아버지는 너를 아주 사랑하실 테니까. 할아버지는 우리 아가가 여기에서 재미있는 거 많이 하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즐겁게 지내다가 나중에, 아주 나~~중에 오는 걸 바라실거야.”

집으로 돌아와도 계속 마음에 걸려 유치원에 전화를 걸어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물었다. 월요일에 등원을 하여 주말에 무엇을 하는지 말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때 한 친구가 주말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다른 친구들도 저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했다고 하는데 우리아이한테는 그 이야기가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자신의 일처럼 여겨졌나 보다. 그리고 하원 전에는 유치원 화단에서 키우는 식물들의 마른 잎을 선생님이 떼는 걸 보고 물을 주면 다시 살아날 수 있는데 왜 뜯는 거냐며 물었다고 한다. 선생님께서는 아마 이 두 가지 일이 우리 아이 마음속에 깊이 남은 것 같다고 하신다.

그제야 아이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이 아이의 여린 마음을 어떤 말로 위로해 주어야 할지 몰라 아이가 자는 동안 꼭 껴안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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