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의 이단아' 빔 반데케이부스 내한
'현대무용의 이단아' 빔 반데케이부스 내한
  • 이종찬 기자
  • 승인 2019.09.28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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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댄스 개막작, '덫의 도시' 공연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제22회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 SIDance) 개막작으로 빔 반데케이부스가 이끄는 울티마 베스 무용단의 <덫의 도시(TrapTown)>가 공연된다. 10월 2일(수) 오후 8시, 3일(목) 오후 4시,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벨기에 인베이전의 대표주자
안무가 뿐만 아니라 비디오/영화 아티스트, 사진작가로도 잘 알려진 빔 반데케이부스는 ‘현대무용의 이단아’, ‘벨기에 인베이전의 대표주자’로 불린다. 20세기 초 탄생한 현대무용은 80년대 후반 프랑스의 ‘누벨 당스’를 중심으로 서유럽에서 활짝 꽃피운다. 하지만 다른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늦었던 벨기에의 현대무용은 알랭 플라텔, 안 테레사 드 케에르스매커, 얀 파브르 등 기라성 같은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화려한 꽃을 피우며 독보적 위상을 구축한다. 이를 무용계에서는 ‘벨기에 인베이전’, 혹은 이들의 출신지역 이름을 따 ‘플랜더스 웨이브(Flanders Wave)'라 부른다.

빔 반데케이부스는 1986년 자신의 무용단 울티마 베스(Ultima Vez)를 창단, 지난 30여 년간 매년 1-2편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는 지난 2003년 처음 방문했으며 당시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 <블러쉬(Blush, 2002)>는 파격적인 비주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블러쉬> 재공연 요청이 워낙 많았는데, 빔 반데케이부스는 이러한 요구를 반영해 <블러쉬>의 연장선상에서 새로이 만든 작품이 <덫의 도시>라고 말한다. 이번 시댄스 무대는 울티마 베스의 여섯 번째 내한 공연이다.

울티마 베스 무용단 감독, 빔 반데케이부스(c)Danny Willems(사진=시댄스)
울티마 베스 무용단 감독, 빔 반데케이부스(c)Danny Willems(사진=시댄스)

현대에도 이어지는 고대신화 속의 인간군상
빔 반데케이부스는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무용, 연극, 영상, 사진 등 여러 예술매체에 빠져들었던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수의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거칠고 야생적인 에너지의 분출에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을 반복하는 법이 없지만 늘 고대신화에 나타난 인간의 속성에 흥미를 느낀다. <블러쉬>도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은 작품이었다.

<덫의 도시>에서는 시대를 알 수 없는 도시를 배경으로 두 종족간의 싸움이 벌어진다.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갈등을 기본으로 인간의 다양한 모습의 폭력을 묘사한다. 빔 반데케이부스 특유의 거칠고도 고급스런 느낌의 춤동작, 흑백의 암울하면서도 세련된 영상, 연극적 대사와 오리지널 음악이 어우러져 울티마 베스만의 개성있는 총체극(Total Theater)을 보여준다.

울티마 베스, "덫의 도시)(c)Danny Willems(사진=시댄스)
울티마 베스, "덫의 도시)(c)Danny Willems(사진=시댄스)

폭력인가 투쟁인가?
시댄스측은 올해 ‘폭력특집(Focus Violence)'을 준비하면서 폭력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폭력이 무엇인가를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물리적, 혹은 관념적, 제도적 강제력을 통해 개인의 자존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발터 벤야민은 폭력을 구분하여 물리적 폭력을 의미하는 주관적 폭력(구타, 감금), 언어가 지닌 분류와 배제의 속성에 내면화된 상징폭력(검둥이, 천한 것들과 같은 언어들), 제도, 법률, 관행 등에 의한 체계적 폭력으로 나눈 바 있다. 이러한 폭력들은 결국 우리 스스로가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폭력에 대항하기 위한 투쟁은 무엇일까? 흔히 투쟁에는 폭력이 수반된다. 그러면 이 폭력도 나쁜 것일까? 벤야민은 프랑스 대혁명을 예로 들며 이를 '신적 폭력(divine violence)'이라 칭한다. 신이 징벌을 내리는 것과 같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울티마 베스, "덫의 도시(TrapTown)"(c)Danny Willems(사진=시댄스)
울티마 베스, "덫의 도시(TrapTown)"(c)Danny Willems(사진=시댄스)

알 수 없는 싱크홀, 무엇을 가리키나
<덫의 도시>에는 이러한 다양한 폭력의 모습이 모두 나타나 있다. 폭력특집의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폭력에 관한 무용판 종합보고서'라 할 만하다. 태고적부터 반복되는 갈등과 재앙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덫의도시’에는 우리 사회가 가진 보편적 문제가 예술적 상상을 통해 재현되며 사회에 존재하는 부조리한 구조, 억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의 관계가 비유적으로 드러난다. 끝까지 싸우는 두 계급의 운명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울티마 베스, "덫의 도시(TrapTown)"(c)Danny Willems(사진=시댄스)
울티마 베스, "덫의 도시(TrapTown)"(c)Danny Willems(사진=시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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