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in 무비] 10월의 사랑!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클래식 in 무비] 10월의 사랑!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 강창호 기자
  • 승인 2019.09.30 2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츠앤컬처 Arts & Culture 10월호 (Vol. 165)
“평생을 바꾼 단 4일 간의 사랑 이야기”
소설과 영화, 뮤지컬 그리고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된 아이오와 주 매디슨 카운티의 로즈먼 다리 (사진출처=네이버영화)
소설과 영화, 뮤지컬 그리고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된 아이오와 주 매디슨 카운티의 로즈먼 다리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더프리뷰=서울] 강창호 기자 =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 피천득의 <인연>이라는 시를 떠오르게 하는 이 영화는 로버트 제임스 윌러(Robert James Waller, 1939-2017)의 실화 소설을 원작으로 1995년에 개봉한 영화다.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뮤지컬로 제작되어 빅히트를 쳤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또다시 2017년에 재개봉하여 팬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두 차례의 개봉과 뮤지컬 그리고 원작 소설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자연히 인터넷 포털 상위에 랭크되어 한때 화제를 모았다. 특히 소설은 출간 당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뒤에도 3년 동안이나 자리를 지키며 40개 언어로 번역돼 1200만부 이상이 판매됐다.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_스틸 컷 (사진제공=네이버 영화)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_스틸 컷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영화의 주인공으로,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로버트 킨케이드)와 이 시대 최고의 여배우 메릴 스트립(프란체스카 존슨)이 열연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즈먼을 배경으로 시작하는 사랑 이야기는 아직까지도 깊어가는 10월의 가을 이즈음 더욱 뭇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평생을 두고 첫사랑의 설렘 속에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마음속의 상상과 바람이겠지만 이게 좀처럼 맘대로 되는 건 아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만남 그리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리움… 생각만 해도 이런 로맨스는 평생에 단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대사건임에 틀림없다.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_스틸 컷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_스틸 컷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당신은 절대로 평범한 여자가 아니니까요” 로버트의 대사 중에서

영화는 누구나 꿈꿔 온 그런 우연적인 사랑의 만남을 그린다. 풋풋한 젊은 시절의 사랑이 아닌, “어쩌면 내 생에 그런 동화 같은 우연이 있겠어?”라며 타성에 젖은 무료한 일상 중 갑작스러운 낯선 이의 방문과 동행 그리고 가벼운 농담과 대화, 그렇게 4일간의 로맨스는 두 사람 사이의 작은 일로부터 시작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와 평범한 가정주부 프란체스카 존슨, 영화는 물론, 실제 나이에서도 60대와 40대였던 그들의 운명적 만남이 어쩌면 4일간의 로맨스 이후 22년의 세월 속에서 단 한 사람을 향한 그리움에 사무친 사랑이 될 줄이나 알았을까? 결국 그들은 22년 전 그들이 만났던 매디슨 카운티의 지붕 덮인 로즈먼 다리에서 죽음을 지나 유해로 만난다.

영화는 프란체스카의 자녀들이 어머니의 죽음과 남겨진 유품을 두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줄곧 어머니의 일기장에 적힌 사연을 읽어가며 처음에는 어머니의 또 다른 사랑에 실망감으로 힘들어하던 그들은 영화의 말미에서 그 누구에게도 말 못 할 사랑의 진통을 오로지 가슴에만 묻고 남편과 자녀들에게 충실했던 어머니의 깊은 사연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그리곤 진정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본다.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_스틸 컷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_스틸 컷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모든 아리아 가운데 가장 어려운 곡이죠”-마리아 칼라스

이 영화의 러닝타임 135분 중에 등장하는 클래식 음악은 모두 두 개, <벨리니: 노르마 1막, 정결한 여신>과 <생상스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 중 2막의 아리아, ‘그대의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가 유일하다. 모두 1분 남짓 라디오를 통해 두 남녀의 은밀한 사랑은 아리아(Aria)의 음률에 실려 보일 듯 말 듯 흔적을 남긴다.

두 곡 모두 세기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1923-1977)의 노래를 담았다. 사랑을 그토록 갈구했으나 사랑과 배신 사이에서 상처투성인 그녀의 파란만장한 사연처럼 로버트와 프란체스카 그리고 마리아, 그들 모두는 사랑과 그리움에 관해선 동병상련인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마리아 칼라스의 슬픔에 젖은 노래는 영화를 통해 은유하는 메시지가 녹아져 있다.

벨칸토 오페라의 명작 '노르마'는 B·C 50년경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았던 갈리아 지방을 배경으로, 총독 '폴리오네'와 여제사장 '노르마', 그리고 여제사장 '아달지사'의 삼각관계로 전개되는 비극이다.

1막 1장 '정결한 여신'은 오페라 가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무대에 대한 환상을 꿈꿀 정도로 아름다움이 가득한 곡이다. 그러나 이 곡은 소프라노에게 있어서 고난이도적인 역량을 요구하기에, '노르마'역으로 88회 이상 무대에 올랐던 마리아 칼라스조차 “모든 아리아 가운데 가장 어려운 곡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녀의 수많은 음원 가운데 1960년 9월 EMI에서 발매한 '오페라 노르마 전곡집'에 소개된 마리아 칼라스의 '정결한 여신'은 이탈리아 출신의 지휘자 툴리오 세라핀(Tullio Serafin, 1878–1968)과 함께한 스튜디오 음원이다. 사랑과 배신 그리고 상처로 점철된 주인공 '노르마'의 비극적인 감정과 이를 미묘한 음색으로 표현하는 그녀의 솜씨는 오늘날까지도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최고의 명반으로 소개되고 있다.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_스틸 컷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_스틸 컷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매디슨 카운티’ 로즈먼 다리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사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국 전역에 ‘매디슨(Madison)’이라는 지명이 상당수 된다. 가장 큰 도시 위스콘신 주 매디슨을 비롯해서 전국에 30개, 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아이오와 주 ‘매디슨 카운티’ 또한 미국 내에 20군데나 된다. 이는 늘 중요한 무언가를 기억하며 기념하기 좋아하는 미국인들의 삶에 대한 철학에서 비롯된다.

바로 ‘헌법의 아버지’ 미국 제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 1751~1836)을 기념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러한 거국적인 큰 이슈 앞에 영화에서의 매디슨 카운티는 한낱 한적한 시골일 뿐. 느린 시간 속, 작은 시골에서 벌어지는 두 남녀의 짧고 아쉬운 4일간의 사랑은 22년이라는 그리움의 세월과 죽음 그리고 남겨진 유품 속에서 다시금 서로의 사랑을 소리 없는 흐느낌과 눈물로 재확인한다.

결국 그들은 처음 그 장소, 로즈먼 다리에서 다시 만났다. 그리고 그들의 러브스토리는 ‘매디슨 카운티’를 넘어 미국과 전 세계에 걸쳐 소설과 영화 그리고 뮤지컬을 통해 또다시 기념되고 있다. 마치 ‘매디슨’처럼...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_포스터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_포스터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