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아닌 '가상의 실재' <얼리티(Ality)>
'가상현실' 아닌 '가상의 실재' <얼리티(Ality)>
  • 이종찬 기자
  • 승인 2019.10.11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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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서 무료공연
공연중 입/퇴장, 이동 자유로운 '열린 공연'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제22회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 SIDance)가 한국-덴마크 수교 60주년 기념공연으로 <얼리티(Ality)>를 초청한다. 12일(토)과 13일(일) 오후 2시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두 차례 공연하며 무료로 진행된다.

<얼리티>는 덴마크의 프로젝트 그룹 투위민머신쇼(Two-Women-Machine-Show)와 영국의 배우이자 무용가인 조나단 보니치, 그리고 한국의 공연예술가 김유진이 함께 창작, 출연하는 작품이다.

<얼리티>는 2015년 ‘가상현실(virtual reality)'에 중독되어 가는 전세계적 현상을 고찰하는 과정에서 기획됐다. 그러나 곧 이 단어의 도치된 형태, 즉 ‘가상현실’이 아닌 ‘가상의 실재(the reality of the virtual)'라는 단어에 주목하게 되었다. <얼리티>는 ‘가상성’의 개념을 슬로베니아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이 언급했던 ‘현실(reality)이 현행화(actualized)되어 나오는 무한한 잠재성(possibility)의 장’으로 이해한다.

공연자들은 이러한 잠재성들이 가득찬 공간과 대화를 나누듯 춤을 추며 보이지 않는 세계의 그 ‘무엇’에 의해 자극받는 듯 보인다. 현실에서 볼 때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춤이 추어지는 것이다.

또한 공연자들의 몸은 ‘채널링 바디’ 즉 통과되는 몸으로서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정보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통로가 되며 언어를 통해 공간과 존재하는 것들 사이를 매개한다. 이것은 언어와 정의 이전의 존재의 상태를 말한다.

"얼리티" 공연모습. 일체의 사유가 정지된 듯한 모습이다.(c)Kristiina Kooma(사진=시댄스)
"얼리티" 공연모습. 일체의 사유가 정지된 듯한 모습이다.(c)Kristiina Kooma(사진=시댄스)

덴마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투위민머신쇼와 조나단 보니치는 <트랜스>(2015)라는 첫 번째 협업작품에서부터 시도해왔던 수행적 접근법을 이번 작품에도 적용하여 발전시킨다. 수행적 접근법이란 안무, 응용이론, 무의식기법, 언어중심 연극 등 다양한 방법론을 실천적으로 적용하여 공연 안에서 수행하는 방식이다.

덴마크의 무용 프로젝트 그룹, '투위민머신쇼'(c)(사진=투위민머신쇼)
덴마크의 무용 프로젝트 그룹, '투위민머신쇼'(c)(사진=투위민머신쇼)

이번 작품이 공연되는 상암동 문화비축기지는 지난 2017년 일반에 개방된 문화공간이다. 본래 석유비축기지 시설이었으나 2002년 월드컵 대회 당시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되었다가 2013년 시민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얼리티> 공연은 약 3시간 가량 진행된다. 공연중 관객은 언제든지 입/퇴장이 가능하며 이동도 자유롭다.

상암동 문화비축기지 모습. 석유저장기지를 문화공간으로 개조했다.(사진=서울시)
상암동 문화비축기지 모습. 기지공간은 공원으로, 저장탱크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사진=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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