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가 고 김영희를 기억하며"
"한국무용가 고 김영희를 기억하며"
  • 이종찬 기자
  • 승인 2019.10.2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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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Memorial Stage'로 꾸미는 제735회 더하우스콘서트
제735회 더하우스콘서트 "김영희를 기억하며..."(사진=더하우스콘서트)
제735회 더하우스콘서트 "김영희를 기억하며..."(사진=더하우스콘서트)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제735회 더하우스콘서트(예술감독 박창수)가 지난 5월 작고한 한국무용가 김영희를 기억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10월 28일(월) 오후 8시 대학로 예술가의 집 3층.

이번 콘서트는 자신만의 독특한 호흡법을 바탕으로 넘치는 에너지와 생명력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내며 한국창작춤의 리더로 불려온 김영희의 발자취와 작품들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그녀의 인생과 예술의 반려자였던 박창수 감독이 준비한 무대로 프로그램은 당일 발표될 예정이다.

창작 한국무용의 대모 김매자가 이끄는 창무회의 중견 안무가로 활동하면서 1988년 <어디만치 왔니>를 통해 압도적인 무대 장악력을 과시하는 등 고유한 예술세계를 구축해온 김영희는 한국 창작춤 발전사에 있어 한국 창작춤을 표현적인 춤으로 이끌어 가는 데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한 안무가로 평가받는다. 1992년 이화여자대학교 한국무용과 전임교수로 부임했으며 1994년 제자들과 함께 김영희무트댄스를 결성, 25년간 시류와 타협하지 않는 강한 표현성을 지닌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한국어로는 뭍(육지, 땅)을, 독일어로는 용기(기력, 의지, 투지)를 뜻하는 ‘무트(MUT)’의 어원에서 보듯, 김영희무트댄스는 한국 전통춤의 호홉법을 창작기법에 응용, 세계인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한국의 춤, 뿌리가 깊으면서도 진보적인 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김영희만의 독특한 호흡법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은 넘치는 에너지와 몰입을 요하는 무대를 만들어왔으며, 정적이면서도 생명력 있는 작품들은 김영희에게 현대 한국 창작춤의 선도자라는 호칭을 안겨주었다.

관객의 감정에 직격탄을 가하는 충격적이고도 과감한 무대를 펼쳐온 그녀의 작업은 <나의 대답>을 시작으로 <어디만치 왔니>, <모르는사이에> 등 수많은 작품으로 이어졌다. 특히 <어디만치 왔니>는 1988년 5월 초연 이후 동유럽과 러시아, 영국, 인도, 일본, 멕시코, 독일, 이집트 등 16개 국에서 100회 이상 공연된 김영희의 대표작이다. 한국춤의 원시적 정서와 현대적 세련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무용수들의 일사불란한 군무와 김영희식 춤사위, 음악과 의상, 무대장치가 융합되어 극장춤으로서의 밀도와 긴장감을 성공적으로 조성한 작품이자, 한국 창작춤 발전사의 경계를 가르는 작품으로 평가 받았다.

그녀는 이와 같은 작업들을 지속적으로 변형, 발전시켜가면서 매해 새로운 시도를 통해 새로운 작품을 창작해냈다. 무트댄스 창단 10주년을 맞은 2004년 이후로는 즉흥춤 작업에 매진하면서 보다 과감하고 도전적인 작품들을 만들어냈으며, 이를 통해 내면의 성찰을 작품에 표현하는 김영희식 표현주의적 세계를 확장시켜 나갔다.

1988년 서울올림픽 폐회식, 1990년 북경아시안게임 기념 예술축제 등에서 안무 및 지도위원을 맡았으며 1996년에는 동아일보 제정 일민(一民)펠로(제2회) 무용분야 해외 연수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1년 멕시코 세르반티노 페스티벌 초청공연을 비롯해 스위스, 이탈리아, 영국, 벨기에 등 해외 13개국에서 공연을 펼쳤다. 2000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최우수 예술인(무용부문), 2004년 춤평론가협회춤평론가상,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올해의 예술상 무용부문 우수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나의 작품은 ‘실험’이고 ‘시도’이다. 우리들이 그동안 전수 받았던 전통춤, 그 밖의 춤들을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고 세상에 내놓고 싶다”(춤, 1983년)고 말했던 김영희. 그는 오늘날까지 한국 전통춤의 기본 정신과 호흡 위에 자신만의 색깔을 견고히 쌓아올려 현대 한국창작춤의 미학을 새롭게 정립하고 알리는 데 성공했다. 2019년 5월 갑자기 타계해 무용계에 충격을 주었던 그녀는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집요한 도전과 과감한 실험으로 한국 창작춤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그녀의 이름과 작품은 오래도록 기록되고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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