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은 관념의 모험이다’
‘경영은 관념의 모험이다’
  • 서봉섭 기자
  • 승인 2019.11.15 0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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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과학기술대학교 김상표 교수의 관념의 모험 시리즈 중 첫번째 작품

[더프리뷰=인천] 서봉섭 기자 =이 책의 제목은 일반적인 책의 제목들과는 유난히 다르다. 제목 자체가 하나의 선언문으로서 명제로 되어 있고 화이트헤드의 말처럼 그 명제는 매우 매혹적이다. ‘경영은 관념의 모험이다라는 책의 5부를 구성하는 소주제들인 역설경영, 공동체, 기업가정신, 감정노동, 과정철학을 통한 기업의 창조적 전진 이 다섯 가지 영역이 저자가 펼쳤던 모험의 공간인 셈이다.

이 책은 시대를 한발 앞서간 조직이론가의 고민들로 가득 차있어서 우리에게 풍성한 사색의 향연을 베풀어준다. 가벼운 읽을 거리가 아닌 기업공동체의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주장들로 그득하다. 이 책의 제목과 다루는 주제들의 묵직함 때문인지 읽다 보면 저절로 늦가을의 정취처럼 내면이 깊어져 감을 느끼게 된다. 헌데 놀랍게도 이 책은 독자들에게 뜻밖의 자유로움도 선물한다. 묵직한 주제들을 넘나드는 저자의 모험심과 유연성에 감탄하면서 독자도 덩달아 왠지 자유로운 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아마 경영학자로, 그리고 철학자로, 이제 예술가의 길을 가는 저자의 독특한 이력이 이 책의 이곳 저곳에서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 책에서 저자는 조직이론은 반시대적이며, 오로지 반시대적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조직이론에서 한 시대의 보편적 경향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 힘을 상실하게 되면 오히려 진보를 억압하는 일종의 폭력으로 변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공동체의 행동이 그 공동체의 정신에 의해서 지배되듯이, 기업경영도 관념의 모험인 새로운 이론적 실천에 의해 뒷받침될 때 창조적 전진을 이루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모더니즘의 시대를 지나 포스트모던의 시대로 이행한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모더니즘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조직이론에서는 합리성에 기반한 관료제와 형식논리에 빠져있는 상황적합이론이 모더니즘 사유에 해당한다. 그런데 포스트모던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개인과 조직 그리고 세계가 모순적 요소(가치, 경향 등)들로 가득차 있고 그것들 중 어느 하나를 제거하거나 배제하는 모더니즘적 사고방식으로는 기업공동체의 창조적 전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많은 학자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개인이나 전체를 고정불변의 실체로 가정하는 기존의 자유주의나 공동체주의 사상을 가지고는, 포스트모던의 시대에 기업공동체가 직면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없다는 데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면서 그 대안찾기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조직이론의 새로운 자양분으로 과정철학에 관심을 갖는 일군의 학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일명 과정조직이론가들로 불리는데 포스트모던의 시대에 기업공동체가 창조적 전진을 이루는 이론적, 실천적 대안들을 마련하기 위한 관념의 모험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저자도 이들과 관심을 공유한다.

이 책의 주장은 다음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저자는 무엇보다 기업이 공동체적 속성을 가져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은 자유로운 주체로서, 자신의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살아가기를 열망함과 동시에, 공동체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실존적으로 확인받기를 욕망한다.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기업에 공동체적 원리를 도입해서만이 충족될 수 있다는 점을 이 책은 명확히 한다. 이러한 주장은 5부로 구성된 이 책의 2부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만 다른 모든 곳에서도 그 기본전제를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필요조건 하에서 기업이 사회, 환경, 공동체와 함께 지속가능한 번영을 추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들을 이 책은 몇 가지 제시하고 있다. 먼저 책의 1부에서는 형식논리와 짝을 이루는 상황적합이론의 대안으로 역설경영을 제시하고 있다. 이어서 합리성에 기반한 관료제적 통제장치로서의 감정노동에 대한 대안으로 제한된 감정성이나 느낌의 윤리가 이 책의 4부와 5부에제시되고 있다. 자본주의적 기업의 생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 영역인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그리고 마을기업에 대한 저자의 지속적인 관심도 2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4부에서는 기업가정신과 벤처창업 분야에 대한 저자의 매우 실천적인 모험이 기술되어 있다. 저자의 일관된 주장은 기업도 다른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공동체로서 그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관리관행을 하루빨리 벗어나 공동체적 속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저자는 공동체적 기업이 설혹 노동의 인간화를 통해 사람중심의 기업을 구현할 수 있을지라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엄혹한 사실을 비켜가지 않는다. 저자는 공동체적 속성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개인의 개성과 자율성에 기반한 기업가정신을 조직 내에 배태시켜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균현잡힌 시각은 포스트모던의 시대를 헤쳐가야 하는 우리기업들에게 성찰적 계기를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모호함과 복잡함으로 가득찬 경영의 세계는 논리적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퍼즐이 아니라 수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현상하는 만화경에 가까운 것이다. 정태적 균형상태에 있지 않고 끊임없이 유동한다. 이러한 세계를 헤쳐나갈 상상력과 창의성을 이 책이 경영자들에게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포스모던의 시대는 무한히 열려져 있는 예술적 공간으로서 관념과 실천의 모험을 동시에 감행하는 기업가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선물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이 그들의 모험에 동반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저자소개: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같은 대학에서 조직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잠시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일했으며 University of MarylandVisiting Scholar1년 동안 머물렀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임명된 이후에는 같은 대학의 창업대학원 원장과 창업지원단장을 역임했다.

수다지안이라는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기도 했으며 기획재정부 협동조합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또한 한국창업학회와 한국인적자원관리학회의 부회장, 한국인사조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의 상임이사 등을 맡아 여러 학술단체에서 봉사했다.

대구대 김영진교수와 함께 과정철학의 존재론, 인식론, 가치론을 끌어들여 역설경영, 공동체, 기업가정신, 감정노동, 경영교육 등 조직이론의 핵심주제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현실의 구체적 문제들에 실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탐구해 왔다. 이러한 주제들에 대한 연구를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Journal of Organization Behavior, 경영학연구, 인사조직연구, 화이트헤드연구, 철학논총, 한국창업학회지 등 국내외 여러 학회지들에 게재하였다.

화가로서도 이미 4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윤갤러리에서 Amor Fati를 주제로 1회 개인전을, 이어서 얼굴성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을 던지면서 2, 3회 개인전을 열었다. 4회 개인전에서는 펑크락그룹 NIRVANA의 공연을 회화적으로 형상화하는 실험을 해냈다. 앞으로도 인간과 조직 그리고 세계에 대해서 가졌던 인문학적, 사회학적 고민들을 예술로 풀어내는 화가 되기의 모험을 계속할 것이다.

진리, 아름다움, 모험, 예술, 평화라는 다섯 가지 관념에 조직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 비전을 품고 경영, 철학, 예술 세 분야에서 그 동안 감행했던 모험들에 대한 기록을 책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이 책이 연이어 출간될 관념의 모험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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