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Review] 춤 인생 70주년, 거장의 숨결에 동행하다
[공연 Review] 춤 인생 70주년, 거장의 숨결에 동행하다
  • 이주영 공연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10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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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명화의 名舞展 - '대를 잇는 춤의 맥'

[더프리뷰=대구] 이주영 공연칼럼니스트 = 무대 후방에서 거장이 천천히 걸어나온다. 뒤이어 나온 제자들 인사하다. 후방이 활짝 열린다. 싱싱한 자연 모습 그대로다. 싱그러움이 늦가을 햇살을 한가득 머금는다. 거장에 대한 환영 인사가 경외롭다. ‘대를 잇는 춤의 맥’이란 부제로 2019년 10월 26일(토) 오후 5시,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무대는 <권명화의 명무전(名舞展)>을 반갑게 맞이했다. 새롭게 단장한 후, 문을 연 극장의 기획공연으로 이루어진 이번 무대는 ‘전통은 맥(脈)’임을 명징하게 보여준 춤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이다.

저음의 구음이 시작되자 ‘입춤’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14명 군무진은 권명화 예능보유자의 구음, 전수조교이자 딸인 조은희의 징 연주에 인생을 담는다. 박지홍 스승으로부터 사사한 권명화류 입춤. 가을은 또 하나의 봄임을 알 수 있는 무대였다.

이어지는 무대는 대구광역시무형문화재 제9호로 지정된 ‘살풀이춤’. 1995년에 지정된 종목이다. 권명화 살풀이춤이 가진 예술적 독창성을 들자면, 투박하고 단순한 디딤새, 고풀이와 연풍대다. 경상도 특유의 맛과 멋을 오롯이 보여준다. 윤회사상과 천지인 뜻이 담긴 동작 등은 권명화 명무의 춤철학과 삶을 공존케한다. 경상북도무형문화재 제34호 판소리 예능보유자인 정순임 명창의 구음과 함께한 살풀이춤은 단단하되 그 속은 한없이 부드럽다. 딸이 어머니 춤을 받쳐주는듯한 2인무 후, 딸에게 춤맥을 넘겨 독무로 이어진다.

공연에서 선보인 살풀이춤 /사진=이주영 공연칼럼니스트
공연에서 선보인 살풀이춤 /사진=이주영 공연칼럼니스트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민속분과위원장으로 이날 해설을 맡은 석대권 사회자 말에 따르면, 얼마 전 공연 후에 “이제야 춤맛을 알겠다”라고 권명화 선생이 언급했다고 한다. 70년 춤인생에서 나온 말이다. 살풀이춤은 이 말의 의미를 여지없이 객석에 전달했다. 계속되는 무대는 ‘검무’. 12명의 화려한 보석같은 여자무용수들이 연푸른 조명아래 칼날을 번뜩인다. 회색빛 검 돌림이 경쾌하다. 빨강, 노랑의 강렬한 색깔의 의상 또한 조명속에서 더 빛난다.

‘승무’다. 거장의 장삼 뿌림은 시간을 멈추고 세월을 담아낸다. 권명화 선생은 승무를 1953년 대구 국립극장 시절 때 추었다. 오늘 선보인 이 작품은 1962년 첫 무대에 올려졌다. 이후 1983년 ‘권명화 무용발표회’에서 조은희 전수조교가 공연 한 바 있다.

살풀이춤과 더불어 오늘 작품의 백미는 ‘고풀이춤’. 살풀이춤 특질을 담보하는 것도 ‘고’ 때문이다. “내 몸이 창작했다”라고 말한 고풀이춤은 살풀이춤 속에 있는 ‘고풀이’를 주제로 고풀이만의 안무가 도드라진 창작성으로 발현한 작품이다. 지정 무형문화재 살풀이춤보다 더 긴 수건 사용과 장단 변화에 따른 다양한 동작이 일품이다. 구음과 함께 이어지는 12달 액풀이는 열고 담음이 확실하다. ‘삶의 고’, ‘춤의 고’, ‘우리네 고’를 희로애락을 담아 맺고 푼다. 고풀이춤을 ‘하얀 비나리’로 칭하고 싶다.

공연에서 선보인 고풀이춤 /사진=이주영 공연칼럼니스트
공연에서 선보인 고풀이춤 /사진=이주영 공연칼럼니스트

마지막 무대는 ‘소고춤’이 장식했다. 덧배기장단에 맞춘 권명화류 소고춤은 영남 지역성을 담아내는데 주저함이 없다. 군무에서 2인무, 솔로춤으로 이어진다. 특히 권명화 명무의 마지막 솔로춤은 작은 소고(小鼓)가 아니고, ‘춤 대고(大鼓)’임을 여실히 입증한 ‘거무(巨舞)’였다.

권명화 춤 인생 70년을 맞이한 명무전. 보유자부터 손주에 이르기까지 3대가 함께한 무대, 홍순이, 추현주, 이숙희, 박선영 외 이수자, 김용철, 김정원, 심현주, 이종희, 김현태 외 전수자 등 많은 제자들이 거장의 춤인생에 동행했다. 계명대 무용학과 장유경 교수의 연출은 다양한 레퍼토리를 입체적으로 배치하고, 무대 미학을 세련되게 구현하는데 기여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이 기획공연으로 함께한 것은 지역 문화예술을 넘어 대한민국 춤 자산을 보존, 전승하는데 뒷받침했다. 향후 지속적인 지원과 무대 제공이 필요하다. 대를 잇는 무대, 춤으로 맥을 보여준 무대다.

 

이주영 공연칼럼니스트

고려대 문학박사, 시인, 대본작가, 공연칼럼니스트

現) 경희대 대학원 공연예술학과 외래교수

前) (사)조승미발레단 기획홍보실장, (재)세종문화회관 기획, 국립극장 기획위원, (재)인천문화재단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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