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경영철학’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경영철학’
  • 서봉섭 기자
  • 승인 2019.12.29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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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과학기술대학교 김상표 교수(서양화가) ‘관념의 모험’ 시리즈 3권 중 제1권 ‘경영은 관념의 모험이다’에 이어 제2권 출간
솔과학刊, 3만5천원, 2020년 1월 9일 출간 예정
솔과학刊, 3만5천원, 2020년 1월 9일 출간 예정

[더프리뷰=인천] 서봉섭 기자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최초의 전문적인 경영철학 저술이다. 서로에게 낯선 경영학자(김상표)와 철학자(김영진)가 우연히 만나 10년 동안의 리좀적 합생 과정을 거쳐 이 책이 탄생했다. 이제야 철학적 향취가 있는 경영에 관한 저술을 갖게 된 것이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드디어 우리에게도 철학과 시장이 만나는 본격적인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서구 철학은 학교가 아니라 시장에서 생겨났다.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철학을 젊은이들이 사게 만들도록 열정을 다해서 유혹하고 설득했던 장소 또한 바로 시장이다. 소크라테스는 고대 그리스의 신관에서 벗어난 '선한 신'의 관념과 '영혼불멸'의 관념을 플라톤에게 판 것이다. 플라톤은 그 관념들을 잘 가꾸어서 2500년 이상 우리의 문명에 선물로 안겨주었다. 21세기에 철학과 시장이 만난다면 어떤 방식이 되어야 할까?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만남의 소산물이다.

 학교에서 관념을 철저히 사유하는 곳이 철학이라면, 시장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는 곳이 경영학이다. 철학자는 자신의 일부를 경영학자에게서 찾았고, 경영학자는 자신의 바램을 철학자에서 발견했다. 그 결과, 두 사람은 경영철학을 탄생시켰다. 저자들은 이질적인 만남을 시도하여 도대체 무엇을 얻고자 한 것인가?

 기업인의 성공 동기가 역설적으로 '세상을 괴롭히고 있는 주기적인 불경기'를 가져온다. 단지 기업가는 성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는데, 그 결과는 비참한 몰락을 가져온다는 것이 화이트헤드의 주장이다. 자본주의체제와 기업공동체 그리고 인간이 파국을 피하면서 21세기 새로운 문명화를 위한 길을 찾아낼 수는 없을까? 10여년 전 저자들의 고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되었다. 긴 고민의 터널 끝에서 아래 글귀가 저자들을 구원해주었다. "사회가 문명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은 그 성원이 다섯 가지의 관념, 즉 '진리', '아름다움', '모험', '예술', '평화'에 참여하고 있는 경우이다." 저자들은 이 경구와 과정패러다임을 벗삼아 기업공동체가 관념과 실천의 모험을 통해 21세기에도 여전히 창조적 전진을 이루어갈 수 있는 조건을 규명하려고 시도하였다.

 진리, 아름다움, 모험, 예술, 평화. 이 다섯 가지 관념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것들이 적용 가능한 공동체가 정말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고 사유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과정공동체'라는 새로운 명법을 발명하고 이를 등대로 삼아 관념의 모험을 감행하였다. 지난 10년 간 두 사람이 수행한 이론적 실천을 보여주는 15편의 논문을 하나의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은 1부와 2부에서 철학과 조직이론에서 과정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와 그러한 추세의 국제적인 동향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이것은 포스트모던의 시대에 실체패러다임을 극복하고자 하는 다양한 학문 영역에서의 시도와 맞물려 있다. 1부에서 화이트헤드와 들뢰즈 두 서구지성과 우정을 나누면서, 과정철학의 존재론, 인식론, 가치론을 나름대로 새롭게 해석한 대목이 매우 독창적이다.

 3, 4, 5부에서는 저자들이 과정패러다임을 기업공동체에 적용한 새로운 모델을 과정공동체(process-community)로 명명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들을 탐색한다. 창조성, 아름다움과 예술, 모험, 평화 이 다섯 가지 관념을 구현하는 공동체가 저 멀리 있는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지금 이미 우리 곁에 헤테로피아로서 나란히 실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경영학의 대가 노나카가 개발한 사례들을 나름의 관점으로 분석한 내용들뿐만 아니라 저자들이 직접 들여다본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에 대한 독특한 시각도 눈여겨볼 만하다. 6부는 과정공동체에 대한 저자들의 논의를 정리한 글이다. 책의 내용을 서둘러 확인하고 싶은 독자는 여기에서부터 시작해도 좋을 듯 싶다.    

 이 책의 7부는 21세기 조직화 패러다임을 향한 관념의 모험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경영과 철학의 아름다운 대비가 돋보인다. 화이트헤드는 지적 성장의 리듬을 낭만의 단계, 정확의 단계, 일반화의 단계로 나누었다. 그의 단계 구분으로 보자면 이 책의 7부는 일반화의 단계로서 낭만이라는 혼돈과 정교화라는 질서의 상태가 자유로운 상상을 통해 새로운 질서로 비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동안 두 사람이 체계적 훈련을 통해 습득한 철학과 경영의 이론을 동원하면서도 엄숙한 학자의 모습을 벗어나 과정공동체의 창조적 진화라는 불가능성의 가능성, 그 낭만적 꿈을 안고 비상한다.

 7부에서는 카오스 속에 코스모스가 자리 잡고, 코스모스 가운데 카오스가 살아 숨 쉬는 멋진 카오스모스의 마당들을 맛볼 수 있다. 역설경영, 합생적 기업가정신, 프로네시스, 가추법, 느낌의 윤리 등 기업경영에서는 낯설고 새로운 개념들이 우리를 유혹한다. 그 유혹은 강렬하지만 들뢰즈의 천개의 고원을 넘어갈 때처럼 인내가 필요하다. 화이트헤드의 상호 파악이라는 용어처럼, 각 논문들과 개념들은 서로를 품어 안고 있기 때문이다. 명사형 독서가 아니라 동사형 독서가 필요하다. 이러한 독서 경험이 우리를 실체패러다임이 아닌 과정패러다임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저자 소개:

 김상표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같은 대학에서 조직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잠시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일했으며 University of Maryland에 Visiting Scholar로 1년 동안 머물렀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임명된 이후에는 같은 대학의 창업대학원장과 창업지원단장을 역임했다. ㈜수다지안이라는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기도 했으며 기획재정부 협동조합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역설경영, 공동체, 기업가정신, 감정노동, 사회화 등 조직이론의 핵심주제들을 연구하여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경영학연구, 인사조직연구, 화이트헤드연구, 철학논총, 한국창업학회지, 벤처경영연구 등 국내외 여러 학술잡지들에 게재하였다. 화가로서도 얼굴성을 통해 회화의 진리를 묻는 방식으로 4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2020년 3월에 갤러리이즈에서 5회 개인전 '나르시스 칸타타'가 예정되어 있다. 앞으로도 인간과 조직 그리고 세계에 대해서 가졌던 인문학적, 사회학적 고민들을 예술로 풀어내는 '화가 되기'의 모험을 계속할 계획이다. 저서로는 『경영은 관념의 모험이다』(생각나눔, 2019)가 있다.

 김영진 교수는 대구에서 철학과 경영학 두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마쳤다. 진주에서는 철학과 경영을 함께 연구했다. 현재는 대구대학교 창조융합학부에 교수로 재직하며 철학, 과학, 예술 등을 융합하는 강좌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화이트헤드학회 회장을 맡아 회원들과 우정을 나누고 토론한다. 선호하는 세계관은 에피쿠로스주의이지만, 종교는 따로 있다. 취미로 태극권을 배우고 가르친 세월이 오래다. 〈사색의 텃밭〉이라는 장에서 시민들과 고전을 읽으며 함께 사유하고 성장하는 즐거움을 공유한다. 「화이트헤드의 방법론」(2004), 「칸트와 화이트헤드의 시간론」(2006),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에서 플라톤의 『티마이오스』의 위상」(2009), 「조직공정성과 조직결과변수간의 관계에서 심리적 주인의식의 매개효과 및 부정적 성향의 조절효과」(공저, 2010), 「심리적 주인의식이 일중독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조직몰입의 매개효과와 자기효능감의 조절효과」(공저, 2016), 「화이트헤드의 느낌의 윤리」(공저, 2017) 등의 논문을 화이트헤드연구, 철학논총, 동서철학연구 등에 게재했다. 번역서로는 『자연의 개념』(공역, 이문출판사, 1998)과 『느낌의 위상학』(이문출판사, 2018)이 있다. 저서로는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그린비, 2012)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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