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성: 회화의 진리를 묻다’
‘얼굴성: 회화의 진리를 묻다’
  • 서봉섭 기자
  • 승인 2020.02.1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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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수)부터 24일(화)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이즈에서
5회개인전(‘나르시스 칸타타’)을 개최하는 경남과기대 김상표 교수
솔과학刊, 5만원, 456쪽, 2020년 2월 22일 출간
솔과학刊, 5만원, 456쪽, 2020년 2월 22일 출간

[더프리뷰=인천] 서봉섭 기자 =저자 경남과기대 김상표교수는 경영, 철학, 예술 세 분야에 뛰어들어 그 사이를 가로지르며 자신만의 삶의 스타일을 창안하고 있다. 김상표교수가 그동안 감행한 관념과 실천의 모험에 대한 기록을 세 권의 '관념의 모험' 시리즈로 출간 중인데, 첫 번째 책 '경영은 관념의 모험이다'(생각나눔, 2019년 11월)와 두 번째 책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경영철학'(솔과학, 2020년 1월)에 이어 이번에 예술분야의 책, '얼굴성: 회화의 진리를 묻다'를 펴냈다. 

 “오랫동안 나는 펜을 칼처럼 생각했다. 이제야 나는 우리의 무기력함을 알았다. 그래도 상관없다. 나는 책을 쓰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장 폴 사르트르

 “붓을 칼처럼 휘두르며 발작적으로 그림그리기를 하는 나를 발견했다."-김상표

김상표_Nirvana-자화상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9
김상표_Nirvana-자화상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9

 이 책에는 5회의 개인전을 치르는 동안 김상표교수가 작업했던 350여 장의 초상화와 작가의 에세이들이 실려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당대 예술계를 선도하는 학자와 큐레이터들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김상표교수의 작가론을 펼쳐냈다. 먼저 미학자 양효실 박사는 정신분석학과 해체론의 시선을 갖고서 김상표의 회화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있다. 양효실 박사의 2편의 평론은 김상표교수의 ‘화가-되기’의 실존적 삶을 뿌리 채 파헤쳐 그의 회화에 새로운 살을 돋게 하려는 과감한 시도로 비춰진다. 철학자 대구대 김영진 교수는 ‘삶과 차이’라는 글에서 내 안의 다양체라는 들뢰즈의 시선으로 김상표의 회화를 들여다본다. 경기도미술관 김종길 학예연구관은 생명사상가 다석 유영모 선생의 사상을 빌려서 김상표교수가 제나(ego)를 벗고 얼나[眞我]를 회화로 궁리했다고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광주시립미술관 김은영 학예연구관은 어린시절부터 김상표교수의 삶의 궤적을 추적하면서 자신의 아픔을 회화로 승화시킨 점에 주목하는 애정이 듬뿍 담긴 작가론을 남겼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자화상에 집중한 김상표교수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다. 김상표교수의 자화상은 동일성과 재현의 범주에 포박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에 가깝다. 데리다가 말했던 ‘해체론자의 자화상’의 모습을 드러낸다. 해체론자의 자화상은 구체적인 선과 색으로 고정화할 수 없이 끊임없는 기표(작품)들의 접속과 치환 속에서 섬광처럼 드러나는 흔적으로 표현된다(정재식, 2008). 마찬가지로 김상표의 자화상은 (자기가 사랑하거나 미워했던) 타자의 욕망의 흔적들을 보여주면서 지워가며 충만한 공백상태에 도달하려는 투쟁의 기록이다. 

 김상표교수는 자화상과 자신의 가족 초상화 이외에도 1회 개인전에서는 미륵을, 4회 개인전에서는 그룹 NIRVANA를, 다음 달 3월 11일부터 갤러리이즈에서 열리는 5회 개인전에서는 혁명가 장일순을 회화적으로 형상화해내는 실험을 감행했다. 이 그림들에는 나르시시즘과 나르시시즘적 투사를 벗어나기 힘든 지식인의 운명과 고투하면서 절대적 타자성을 향해 자신을 열려는 지난한 몸부림이 깃들어 있다.  나르시시즘과 절대적 타자성(혹은 주체와 타자), 이 둘은 논리적으로든 실천적 삶 속에서든 화해시키기 무척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자신을 해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둘 간의 관계를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비록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열려진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인간과 조직 그리고 세계의 문제를 경영학과 철학의 언어로 풀려고 고심해온 김상표교수 또한 이 문제를 비껴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는 이 책 6장을 폴발레리의 시를 빌려 ‘나르시스 칸타타(NARCISSUS CANTATA)’(5회 개인전 제목이기도 하다)로 명명하고, 자신의 회화와 작은 에세이들을 징검돌 삼아 이 아포리아(aporia)에 매달린다. 그 심정을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내 그림이 분리된 유한자가 절대적 타자성을 품어 안고 쏟아내는 구원의 눈물방울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나르시스 칸타타’로서 음악처럼 향유되었으면 좋겠다. 나르시시즘과 절대적 타자성이 서로를 배반하지 않고 서로를 끌어안는, 不二의 나르시스 칸타나.”(411쪽)

 이런 점에서 김상표의 회화는 ‘자신의 구원의 방편이자 그만의 고유한 수행방식이다’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의식이 개입하지 않은 채 한 호흡에 의해 이루어지는’ 김상표의 회화적 퍼포먼스를 미학자 양효실 박사는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그는 자아의 폭력으로 인한 슬픔, 그와 그의 사랑하는 가족의 ‘행복’과 무사함이 요구한 폭력을 위로하려고, 자신의 끝모를 슬픔을 비우려고 그린다. 그래서 그는 너무 많은 땀을 흘리고 유사 실신 상태에 이르는, 내가 ‘자기-소진’이라고 불렀던 수행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100호 크기의 캔버스를 한 호흡에 의한 칠하기·긁기·긋기로 채우는 것은 물리적으로나 글자그대로 고통이다. 이러한 마조히스트의 고통은 그러나 ‘자기-창조’의 행복에 다름 아니다.”(59쪽)

 경기도미술관 김종길 학예연구관은 김상봉교수가 제시한 ‘서로주체’라는 개념으로 김상표교수가 풀려고 시도하는 나르시시즘과 절대적 타자성의 아포리아에 대해 접근한다. 

 “어제, 오늘, 아제(來日)에서 어제는 과거, 오늘은 현재, 아제는 미래 시제를 갖는다. ‘ㅓ’와 ‘ㅏ’에 시제가 있다는 사실. 어제처럼 ‘너’는 과거요, 아제처럼 ‘나’는 미래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 어제가 아제의 과거이듯이 ‘너’는 ‘나’의 과거다. 아제가 어제의 미래이듯이 ‘나’는 ‘너’의 미래다. 우리말에서 ‘너나’는 구분되어서 말할 수 없는 연속 시제의 시간성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우리’라는 말을 쓴다. 너의 눈, 나의 눈에 서로가 어려 있는 모습을 ‘눈부처’라고 한다. 내 눈 속의 네가 나의 부처인 것처럼, 네 눈 속의 내가 너의 부처이니 우리는 서로에게 하나의 부처인 셈이다. 이렇듯 너와 나, 나와 너라는 우리는 ‘서로주체’의 상징성을 갖는다. 철학자 김상봉은 이것을 ‘서로주체성’이라고 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만남’이다. 김상표의 초상은 ‘너/나’를 하나의 시선으로 그린 것이다. 내 안에 과거 현재 미래로 존재하는 얼굴들의 서로주체와 만났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52쪽)

 이 책의 에필로그 ‘Tao of Painting - Tao Painting’이라는 글에서 김상표교수는 자신의 회화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선과 색 그리고 화폭 안팎의 연기의 망 속에서 주체 없는 그림이 사건의 복합체로 늘 새롭게 서있다. 그것이 나의 그림이다. …. 단숨에 그리되 수많은 순간들이 모이면 충돌하고 충돌하면서 어울림이 일어난다. 획이 가는 대로 그대로 두면 그대로 자연이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획과 획의 부조화의 조화, 불균형의 균형이 공감적으로 잠시 멈추어선 순간이 나의 그림이다. 화이트헤드의 미학에서 말하는 대비의 대비 속에서 우뚝 선 ‘균형 잡힌 복합성(balanced complexity)’이 생겨난다. 바로 역설의 미학이 탄생하는 것이다.”(444-445쪽)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 책에는 김상표교수의 미학에 대한 중층적 논의로 가득차 있다. 그렇기에 김상표교수의 회화는 모더니즘의 언어를 가지고는 한 마디로 제단하기 어렵다. 그가 박사과정 때부터 매달린 ‘역설’의 문제 마냥 우리에게 해결을 요구하는 영원한 수수께끼처럼 다가온다. 정말로  이 책 ‘얼굴성: 회화의 진리를 묻다’는 ‘느낌에 대한 유혹(lure for feeling)’으로 그득하다, 오디세우스를 유혹했던 세이렌의 노래처럼. 김상표가 그린 얼굴들이 우리에게 그와 함께 예술의 모험을 감행하자고 손짓한다. 오디세우스처럼 몸을 밧줄로 묶는 대신에, 김상표교수의 시선의 유혹에 과감히 끌려들어가 보기를 권한다. 유혹에 뛰어들지 않으면 니체의 영원회귀와 같은 창조와 생성의 삶은 없을 것이기에 …

김상표_혁명가의 초상-무위당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9
김상표_혁명가의 초상-무위당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9

저자 소개:

 김상표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같은 대학에서 조직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잠시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일했으며 University of Maryland에 Visiting Scholar로 1년 동안 머물렀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임명된 이후에는 같은 대학의 창업대학원 원장과 창업지원단장을 역임했다. ㈜수다지안이라는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기도 했으며 기획재정부 협동조합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또한 한국창업학회와 한국인적자원관리학회의 부회장, 한국인사조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의 상임이사 등을 맡아 여러 학술단체에서 봉사했다. 과정철학의 존재론, 인식론, 가치론을 끌어들여 역설경영, 공동체, 기업가정신, 감정노동, 경영교육 등 조직이론의 핵심주제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현실의 구체적 문제들에 실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탐구해 왔다. 이러한 주제들에 대한 연구를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경영학연구, 인사•조직연구, 화이트헤드연구, 철학논총, 한국창업학회지 등 국내•외 여러 학회지들에 게재하였다. 화가로서도 이미 4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윤갤러리에서 Amor Fati를 주제로 1회 개인전을, 이어서 ‘얼굴성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을 던지면서 2, 3회 개인전을 열었다. 4회 개인전에서는 펑크락그룹 NIRVANA의 공연을 회화적으로 형상화하는 실험을 해냈다. 2020년 3월에 갤러리이즈에서 5회 개인전 ‘나르시스 칸타타’가 예정되어 있다. 앞으로도 인간과 조직 그리고 세계에 대해서 가졌던 인문학적, 사회학적 고민들을 예술로 풀어내는 ‘화가되기’의 모험을 계속할 것이다. 진리, 아름다움, 모험, 예술, 평화라는 다섯 가지 관념에 조직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 비전을 품고 경영, 철학, 예술 세 분야에서 그 동안 감행했던 모험들에 대한 기록을 관념의 모험 시리즈 3권으로 출간 중이다. 제 1권 『경영은 관념의 모험이다』(생각나눔, 2019년 11월)와 제 2권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경영철학』(솔과학, 2020년 1월)에 이어서 출간되는, 제 3권 『얼굴성: 회화의 진리를 묻다』는 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는 저자의 문제의식을 알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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