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야(Melodiya)' 레이블, 민간기업에 매각
‘멜로디야(Melodiya)' 레이블, 민간기업에 매각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02.24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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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디야 레닌그라드 공장 팻말(c)13243546A(사진=위키 공용)
멜로디야 레닌그라드 공장 팻말(c)13243546A(사진=위키 공용)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러시아 국영 레코드 회사인 멜로디야(Melodiya)가 최근 민간기업에 매각됐다고 러시아의 베도모스티(Vedomosti)지가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지난 2월 7일 열린 경매에서 러시아 연방자산관리국(The Federal Property Management Agency, FPMA) 소유의 멜로디야회사(Firma Melodiya)가 민간기업인 포르막스(Formaks)에 매각됐다. 이날 경매에는 포르막스사와 소유즈 스튜디오(SOYUZ studio)가 참여했으나 소유즈 스튜디오가 시작가인 3억2천만 루블만을 제시해 사실상 비경쟁 입찰로 진행됐다.

낙찰가는 3억2천9백60만 루블(한화 약 62억원)이었다. 멜로디야의 레코드들은 회사 소유의 두 건물에 소장돼 있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 두 건물의 가치는 3억-3억5천만 루블(한화 60억-70억원)로, 이를 감안하면 소장 음원들은 거의 공짜로 넘긴 셈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음원들만 따로 감정할 경우 약 3천만-6천만 루블(한화 약 6억-12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멜로디야는 그간 음반 판매 및 영화, 광고 등의 음악사용료가 주 수입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회계표준(Russian Accounting Standards)에 의한 멜로디야사의 2018년 재무제표를 보면 이익은 백5십3만5천 루블(한화 약 3천7십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964년 설립된 멜로디야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이다. 모스크바, 탈린, 리가, 빌뉴스, 트빌리시 등 구 소련의 주요 도시 및 공화국들의 수도에 소재한 녹음 스튜디오들의 통합을 위해 정부 주도하에 설립됐다. 음반제작을 독점하면서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포크, 팝, 그리고 문학, 역사와 정치에 관련된 레코딩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영향력을 미쳤다. 현재 약 24만 여점의 음원을 소장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러시아 연방자산관리국 소유가 됐다.

러시아어를 몰라도 음악팬들이라면 ‘Μелодия’(멜로디야)의 글자 모양만은 익숙할 것이다. 특히 멜로디야는 구 소련 국가들의 독자적인 아카이브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S. 리흐테르, E. 길렐스, M. 로스트로포비치, E. 키신, M. 유디나 등 구 소련의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레퍼토리를 좋은 가격에 발매, 클래식 음악 팬들의 요구에 부응해 왔다.

러시아의 전설적 피아니스 S. 리흐테르(c)Щербинин Юрий(사진=위키 공용)
러시아의 전설적 피아니스 S. 리흐테르(c)Щербинин Юрий(사진=위키 공용)

한편 이 소식과 관련, 음악전문 블로그인 슬립디스크는 “거의  백년을 풍미한 연주들이 대중들은 잘 알지도 못한 채 노래 한 곡도 안되는 값에 팔려버렸다는 것은 슬픈 일” 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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