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개막식, 아이누족 춤공연은 제외키로
도쿄올림픽 개막식, 아이누족 춤공연은 제외키로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02.2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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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상의 문제’로 취소
일본정부의 소수민족 정책에 의구심 야기
아이누인들의 결혼식 모습(c)Munechika Tanaka(사진=위키 공용)
아이누인들의 결혼식 모습(c)Munechika Tanaka(사진=위키 공용)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올해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일본의 소수민족인 아이누족의 전통춤 공연을 개막식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일본 정부의 토착원주민 정책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소수민족 중 하나인 아이누(Ainu)족은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 섬이 본고장이다. 이들은 이번 올림픽을 맞아 전 세계에 자신들의 문화를 소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조직위는 ‘보급상의 제약(logistical constraints)’으로 아이누족의 공연을 취소한다고 영국 가디언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위는 또 “아이누족을 참가시킬 다른 방법을 모색중이나 개폐막식의 세부사항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에 따르면 오는 3월에 열릴 도쿄국립박물관 문화엑스포 행사에서는 아이누족의 춤공연이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이누 대표들은 올림픽에 대비, 수 년 전부터 연습을 시작했으며 이들은 보다 큰 무대에 서길 원하고 있다.

Savannah Rivka
아이누인들의 춤공연 모습(c)Savannah Rivka(사진=위키 공용)

홋카이도 아이누연합의 가주키 가이자와는 “모두가 올림픽 경기장에서 공연하길 바라고 있었다”면서 이미 3년 전부터 조직위와 개막식을 통해 아이누 문화를 소개하는 문제를 논의해 왔다고 밝혔다.

가이자와는 올림픽 기간동안 어떻게 아이누 문화를 보여줄 것인지 조직위에 이야기할 것이라며 "조직위는 아이누족 공연 취소 결정에 해명을 해야 한다. 사태가 잘 풀리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실 조직위의 취소 결정은 최근 일본 정부의 아이누족 지위 개선을 위한 움직임과는 결을 달리한다. 지난해 5월 일본 의회는 아이누족을 일본의 원주민으로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그들의 문화 정체성을 보호하고 고용, 교육 및 기타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실상 이 법은 19세기 말 일본 메이지 정부가 홋카이도를 장악한 이후 한 세기 이상 계속된 아이누족 차별의 역사를 공식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홋카이도는 아이누족의 터전으로 그들이 사냥, 어업, 애니미즘 종교의식을 행하던 곳이다. 그들은 서기 1300년대 이후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홋카이도가 일본인들에게 개방된 이후, 일본 정부는 아이누에 대한 강제 동화정책을 썼다. 오늘날 일본 정부는 아이누족에 대한 태도를 많이 바꾸고 있지만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의 원주민 우대정책에 비하면 한참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이누인들의 모습. 1930년경.(c)작자미상(사진=위키 공용)
아이누인들의 모습. 1930년경. 여성들은 동양적 외모를 지녔지만 남성들은 백인모습에 가깝다고 한다.(c)작자미상(사진=위키 공용)

2017년 인구조사에서는 홋카이도 지역에 약 1만3천 명의 아이누족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실제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많은 이들이 자신들이 아이누족임을 밝히기 꺼려하며 일본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많은 아이누인들이 여전히 편견에 시달린다. 공식 자료에 의하면 다른 일본인들에 비해 약 절반 정도만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평균 국민소득보다 훨씩 적게 번다. 2017년 조사에서 23% 이상의 아이누인들이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홋카이도대학의 마이 이시하라 교수(인류학)는 “사회가 아이누인들을 포용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식들에게 그들이 아이누인임을 말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토착원주민에 대한 인식부족은 일반인 뿐 아니라 정부 고위층도 마찬가지다. 재무장관인 아소 다로는 일본이 지난 2천년간 단일민족이었다고 발언, 국내외에서 비난을 받았다. 그는 “2천년간 단일인종이 단일지역에서 단일언어로 한 황제와 한 왕조를 유지한 나라는 일본 말고는 없다”며 지역 유권자들에게 “일본은 위대한 민족”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나중에 그는 사과했다.

일본의 아소다로 재무장관 겸 부총리(c)D. Myles Cullen(사진=위키 공용)
일본의 아소다로 재무장관 겸 부총리(c)D. Myles Cullen(사진=위키 공용)

그는 일본의 한 젠더 관련 비정부기구(NGO)로부터 ‘최악의 발언을 한 정치인’으로 2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문제된 발언은 일본의 고령화, 저출산과 관련, "아이를 낳지 않는 쪽이 문제다“라는 말이었다. ‘망언제조기’라는 별명은 거저 얻은 것이 아닌 모양이다.

최근 홋카이도 삿포로에는 '국립 우포포이 아이누 박물관 및 공원'이 생겨났다. 우포포이란 아이누어로 ‘함께 노래하기’란 뜻이다. 삿포로에 더 많은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한 아베의 작품이다. 올림픽 마라톤 경기 장소도 논쟁 끝에 도쿄에서 이 곳 삿포로로 옮겨졌다.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가 도쿄의 더위와 습기 때문에 장소를 옮길 것을 권유한 데 따른 것이다.

아이누연합의 가이자와는 “전 세계 사람들이 이 공원에 오길 희망한다. 많은 일본 사람들 또한 여기에 왔으면 좋겠다. 너무 많은 일본인들이 여전히 우리 존재와 문화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올림픽은 화합의 장이다. 때문에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선수와 관객들 모두 서로 격려하고 잔치를 즐기는 것이다. 일본정부가 올림픽 정신을 받들어 보다 개방적이고 선도적인 정책을 취한다면 세계가 일본을 바라보는 눈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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