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철학가요 콘테스트' 순회공연
'유럽 철학가요 콘테스트' 순회공연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03.02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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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포맷에 철학 담아
괴짜 예술가의 기억재생작업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이탈리아 출신의 공연예술가 마시모 푸를란(Massimo Furlan)의 이벤트 재현극 <유럽 철학가요 콘테스트>(European Philosophical Song Contest, 이하 콘테스트)가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등 유럽 전역에서 순회공연중이다.

푸를란은 2010년 아비뇽 축제에서 1973년의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재현한 작품 <1973>을 무대에 올렸었다. 그 날 느꼈던 감동과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안타까움 등, 모두가 열광했던 그 공연을 개인의 감정과 의식으로 재현한 작품이다.

이번에 공연하는 <콘테스트>는 지난해 9월 스위스 로잔의 비디 극장(Théâtre de Vidy)에서 초연됐다. 역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포맷으로 만든 작품이지만 단순히 <1973>을 재연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는 가사에 초점이 있다. 유럽 10개국의 철학자, 역사학자, 인류학자 등 11명이 가사를 쓰고 로잔 음악대학(HEMU) 학생들이 노래와 연주를 맡는다.

'European Philosophical Song Contest' 공연장면(c)Laure Cecillier et Pierre Nydegger
'European Philosophical Song Contest' 공연장면(c)Laure Cecillier et Pierre Nydegger

작품 내용은 이 노래들로 콘테스트가 열리고 철학자, 사상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미래 유럽의 비전, 말 그대로 '유로비전(Eurovison)'을 가장 잘 제시한 노래를 선정, 시상하는 것이다. 선정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격렬한 논쟁을 벌인다. 이 노래들은 철학, 인류학, 생태학 등 전문적이고 심도있는 내용이며 노랫말에 맞게 후렴과 운(rhyme)을 갖추어 시의 형식을 띠고 있다.

이번 공연의 기획 의도는 모든 것이 엔터테인먼트에 밀려 진지한 사상이 사라지고 포퓰리스트들의 담론이 지식인을 비웃는 시대에 하나의 유럽이 갖는 다양한 정체성을 짚어보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European Philosophical Song Contest' 공연장면(c)Laure Cecillier et Pierre Nydegger
'European Philosophical Song Contest' 공연장면(c)Laure Cecillier et Pierre Nydegger

스위스를 기반으로 활동중인 마시모 푸를란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예술가다. 미술을 전공, 1987년 전시회를 열기도 했지만 무대미술을 접하면서 자연스레 공연예술에 빠져들었다.

지난 2010년 내한,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We are the team>이라는 1인 공연을 펼친 적도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한국-이탈리아전을 재현한 것인데 혼자 출연해 한국팀의 안정환 선수를 116분간 열연했다. 경기 초반의 페널티킥 실축, 이후 연장전 후반의 골든골까지, 아쉬워하는 모습, 질주하는 모습, 골든골 후 환호하는 모습 등을 연기한 것이다. 처음에는 킥킥거리던 얼마 안되는 관객들은 점차 그의 연기에 빠져들었다.

<콘테스트>는 지난 1월말부터 유럽 도시들을 순회중이다. 5월까지 공연이 예정돼 있고 이후 9-10월에도 일정이 잡혀 있다. 콘테스트와 설치, 퍼포먼스, 그리고 그의 ‘4차원 무대미술'이 잘 결합되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European Philosophical Song Contest' 공연장면(c)Laure Cecillier et Pierre Nydegger
'European Philosophical Song Contest' 공연장면(c)Laure Cecillier et Pierre Nydeg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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