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옥, 미술의 임상실험실 ‘물, 비늘, 껍질’ - 갤러리에무 초대전
김정옥, 미술의 임상실험실 ‘물, 비늘, 껍질’ - 갤러리에무 초대전
  • 하명남 기자
  • 승인 2020.03.09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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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2일(Thu) - 4월 26일(Sun) 복합문화공간에무 B2 갤러리
오전 11시 - 오후 7시 *매주 월요일, 공휴일 휴관
오프닝리셉션 2020년 3월 12일(Thu) 5PM, 작가와의 대화 2020년 4월 9일(Thu) 3PM
물, 비늘, 껍질, 68x187cm, 장지위에 먹, 2020, 김정옥
물, 비늘, 껍질, 68x187cm, 장지위에 먹, 2020, 김정옥

 

[더프리뷰=서울] 하명남 기자 = 김정옥, 미술의 임상실험실 ‘물, 비늘, 껍질’전시회가 갤러리에무 초대로 3월 12일부터 4월 26일까지 열린다.

내려서 되돌아가기도 애매하다. 꽉 막힌 도로 위 버스 안에서 초조하게 시간을 확인하며 생각한다. 결국 이 길을 통과하게 되어있다고. 서로의 옷깃을 구겨 꽉 들어찬 지하철에서 숨을 참아가며 얼른 이 시간이 지나가기 를 기다린다. 참았던 숨을 몰아쉬듯 열리는 지하철 문에서 나와 다시 수없이 오가는 사람들 속에 섞인다. 숨 막 히는 지하철에서 튕겨져 나오면 나는 어시장에서 본 수 많은 물고기 중 한 마리가 된다. 끊임없이 오가는 군중 들의 움직임은 어디서나 멈춤이 없다.

작업실 근처 민물고기 상점이 있다. 가게 안에 수족관들이 종이 박스처럼 차곡차곡 쌓여있다. 그 안에 메기, 장어 등의 민물고기가 가득 우글거린다. 메기의 검은 등과 흰 배가 서로의 미끈거리는 껍질을 타고 쉼 없이 교 차한다. 수족관 사장의 뜰채 외에 다른 탈출구가 없어 보이는 생명들이 끊임없이 서로의 몸을 부대끼며 몸부림 친다. 서로 엉겨 비집고 들어가 겨우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 그곳을 나갈 구멍은 없다. 숨 막히는 움직임이다. 그 곳엔 딱 견딜 수 있을 만큼의 힘듦이 있다. 무엇을 위한 몸짓일까. 축축하고 비릿한 메기 수족관에서 벌어지 는 흑백의 향연을 멍하게 보고 있으면 어쩐지 한편의 누아르(noir) 영화가 떠오른다.

횟집 작은 수족관에 커다란 농어 한 마리가 떠 있다. 어느 날은 오른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다른 날은 왼쪽을 응시한다. 물고기에게 표정이 있었던가. 마치 명상하다 열반에 든 수도승 같다. 정지화면처럼 멈춰 있 다가 이따금 몸을 꿈틀거린다. 이내 가지런한 비늘을 통과하는 한줄기 빛. 순간 수족관이 반짝인다. 아 농어가 살아 있었구나.

나의 작업에서 투명한 수족관은 제한성을 전제로 한 삶의 환경이다. 우리 삶에도 투명한 수족관이 존재한 다. 보이지 않는 투명한 수족관 속에서 공기처럼 떠도는 막연한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 물이 아닌 공기 로 치환된 수족관 속에서 인간은 서로 무리 짓고 군중 속에서 부대끼다 동시에 문득 개인으로 반짝인다.

거시적으로 보면 군중의 모습은 끊임없이 반복적인 동선을 오가는 쉼 없는 움직임에 지나지 않는다. 꽤 묵 직한 메기를 기절시킨 상태로 검은 봉지 안에 담아 온 적이 있는데 사진을 찍으려고 봉지를 열자 메기가 숨을 토해내며 파닥이기 시작했다. 몸을 뒤척이며 꿈틀대다 입을 뻐끔거린다. 선홍색 아가미가 보였다. 그 생명을 손으로 잡았을 때 미끈거리는 껍질의 촉감. 묵직한 중량감. 나를 보는 것 같은 눈, 말을 하듯 뻐금거리는 입, 그 순간의 공포를 나는 잊지 못한다. 막연하고 아득해 질 때 나는 그날 작업실 바닥에 몸을 비비는 메기가 떠오른 다. 그저 소리 내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리는 물고기처럼 두 눈을 질금 감으며 중얼거린다. 눈 먼 물고기여도 상관없다. 어쨌든 서로의 자리를 찾게 되어 있으며 무사히 이곳을 통과 할 수 있다고.

아이러니하게 단단하고 투명한 수족관이 사라지는 순간은 나의 존재의 부재를 의미한다. 내가 있음으로 공 간이 생긴다. 막연한 답답함 외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투명한 수족관 속에서 적어도 살아있음을 느 끼는 순간은 서로의 껍질을 맞닿으며 온기와 냄새를 느끼는 순간이다. 그것으로 생명을 느낄 수 있다. 비늘이며 반짝임이다. (작가노트)

 

김정옥 Kim, Jung Ok

중앙대학교 한국화학과 졸업,중앙대학교 대학원 한국화학과 졸업, 동덕여자 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회화) 박사과정 졸업

<개인전>

2018 탕진수묵2-풍경속의 풍경 (인영갤러리)

2015 파브리카(FABRICA)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2012 Say hello....(안상철 미술관) 2011 Sprouting... (동덕 아트 갤러리)

2008 이상할 것도 없지...-기묘한 이야기- (게이트 갤러리)

2006 풍경의 답 (관훈 갤러리)

김정옥, 미술의 임상실험실 ‘물, 비늘, 껍질’ - 갤러리에무 초대전
김정옥, 미술의 임상실험실 ‘물, 비늘, 껍질’ - 갤러리에무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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