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의 대모'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삶과 예술
'퍼포먼스의 대모'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삶과 예술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03.1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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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마리나의 눈' 출간

신간 '마리나의 눈'(사진=그레파이트온)
신간 '마리나의 눈'(사진=그레파이트온)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도서출판 그레파이트온핑크(Graphite on Pink)에서 신간 <마리나의 눈>을 출간했다. ‘퍼포먼스의 대모’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ć, 1946-)에 대한 국내 최초의 에세이집으로 그레파이트온핑크는 미술 이론서와 아티스트북 등 주로 출간하는 미술 관련서적 전문 출판사다.

퍼포먼스는 현대미술 연구자에게는 낯설지 않은 장르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여전히 정보가 부족하거나 지나치게 학술적인 설명으로 좀처럼 친숙해지기 어려운 분야다. 이 책은 현대미술에서의 퍼포먼스, 그리고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라는 예술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예술이 가진 힘에 대한 실험을 40년 간 지속해 온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생애와 예술을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그녀의 초기 작품들이 퍼포먼스의 역사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인생의 어떤 분기점을 통해 작가가 성장해왔고 퍼포먼스라는 장르에 그녀가 얼마나 헌신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며칠 전 세상을 떠난 행위예술가 울라이(Ulay, 본지 3월 6일 보도)와 12년간 함께한 작품세계의 의미 등에 대해 저자 특유의 문체로 차분하게 안내한다. 울라이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연인이자 동료로서 도발적인 퍼포먼스 작품들을 발표했다.

저자는 지금까지 작가와 작품세계에 대해 발간된 국내외 서적과 인터뷰들을 참고,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의미를 소개하는 데에 중점을 두면서도 자신만의 관점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작가의 일생을 섬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세르비아(구 유고슬라비아)에서 태어나 내전으로 얼룩진 발칸 반도의 문화적 토양에서 잉태되었던 예술가적 기질의 그녀가 수많은 갈등과 한계를 극복해나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사회의 내재된 폭력과 그로 인한 개인의 상처를 무대 위에 재현하고 관객과 교류하는 그녀의 퍼포먼스는 초연결 사회를 살아가는 현재의 모든 개인에게 유효한 대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특히 그녀가 지금까지의 퍼포먼스를 통해 개발한 명상법 ‘아브라모비치 메소드’는 미국의 팝스타인 레이디 가가를 비롯하여 수많은 다른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그녀가 창안한 ‘집 청소’에 비유한 비워내기의 수련방법은 과부하로 인한 번아웃(burn-out) 증후군에 빠진 사람들에게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생을 통해 타인과 관계를 맺고 또 신뢰를 형성해가며 수많은 갈등을 일으키며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를 찾는다. 종교와 원시 문화에 내재된 영적인 힘을 자신만의 에너지로 승화하여 관객을 마주하는 그녀의 예술 언어에는 신비한 회복력이 내재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삶과 퍼포먼스가 닮은 점이 있다면 둘 모두 과정이며 시간의 흐름에 각인된 경험과 기억만이 말할 수 있는 에너지의 총체라는 점이다. 현대미술이나 퍼포먼스에 대한 관심이 없는 독자라도 이 책을 통해 방향을 잃은 현재의 일상을 다시 들여다보고 개인의 역사에 각인된 다양한 관계들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얻게 될 것이다. 출판사측은 마리나의 고요한 눈빛이 응시하는 내면의 자아를 마주하며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키워내는 예술적 처방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저자인 김지연은 예술학과 법학을 공부했으며 예술과 도시에 깃든 사람의 마음, 그리고 서로 관계맺으며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에 관심을 갖고 자유로운 글쓰기를 하고있다. 국제 시사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Le Monde diplomatique)>와 미술 무크지 <그래비티 이펙트(Gravity Effect)>에 기고하며 미디어아트 전시 《뮤즈》 시리즈를 기획했다. 지난 2016년 제1회 그래비티 이펙트 미술비평 공모에 입상했다.

김지연 지음, 그레파이트온핑크, 정가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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