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용계도 코로나 직격탄(1)
세계 무용계도 코로나 직격탄(1)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03.30 14: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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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순부터 줄줄이 취소/연기/폐쇄
캐나다 FTA는 자국 무용단들만 참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세계 공연계에 취소, 연기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세계 공연계에 취소, 연기가 잇따르고 있다.(c)https://www.vperemen.com)(사진=wiki commons)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가 전세계로 퍼지면서 유럽과 미주, 아프리카 등 모든 지역의 공연예술계가 타격을 받고 있다. 극장들이 폐쇄되면서 공연이 취소된 것은 물론이고, 특히 다른 장르에 비해 신체접촉이 많은 무용의 경우 공연 뿐 아니라 교육도 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 무용학교/학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본지 3월 17일자 참조).

3월 중순부터 한두 군데씩 나오기 시작한 구미 무용계의 취소/연기 사태는 시간이 지나면서 거의 전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4월로 예정됐던 공연들은 대부분 취소/연기됐고 5월로 잡혀있는 공연들도 상당수가 취소됐다. 6월 이후 공연들은 아직 관망중이다.

공연단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공연예술 애호가들에게 실연 무대 대신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일부 예술단체들은 공연 취소에 따른 재정난이 버겁다면서 재정지원과 기부를 호소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하기 직전 행사를 마치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습도 보인다. 올해 창설된 에스토니아의 1000 Cranes 무용축제(3월 8-18일 탈린)가 그런 경우. 창설자이자 예술감독인 테트 카스크는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처음 선보이는 축제인데 코로나 사태로 차질을 빚을까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이 축제에는 한국의 모던 테이블(예술감독 김재덕)과 아트프로젝트 보라(예술감독 김보라)도 초청받아 공연했다.

격년제로 열리는 독일무용플랫폼(Tanzplattform Deutschland, 3월 4-8일 뮌헨)도 비슷한 경우. 이 행사 총감독인 발터 호인은 “매년 하는 것도 아니고 2년에 한 번 하는 행사인데 취소됐으면 어떻게 됐겠냐”며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독일 무용작품을 집중 소개하는 이 행사는 매번 도시를 옮겨다니며 열린다.

이들보다 좀더 일찍(2월 11-17일 요코하마) 열렸던 동아시아무용플랫폼(일명 HOTPOT, 핫팟)의 공동 호스트인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 요코하마댄스컬렉션, 홍콩시립현대무용단(CCDC) 관계자들 역시 다수의 감염자가 발생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요코하마 항구에 정박해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행사 기간 내내 긴장을 풀지 못했다.

북미지역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캐나다 몬트리올의 무용 중심 공연예술축제 Festival TransAmériques(FTA)는 외국 단체들의 초청을 포기하고 국내팀들만 참가시키기로 했다.

5월 20일부터 6월 3일까지 열리는 올해 제14회 축제에는 벨기에 알랭 플라텔의 <L을 위한 진혼곡(Requiem pour L)>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브라질, 일본 등 12개 외국 무용단이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캐나다 정부가 6월 30일까지 외국인의 입국제한 조처를 발표하자 주최측이 불가피하게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18일까지만 해도 열심히 홍보 마케팅을 계속했으나 불과 며칠 후 외국팀 초청 포기를 발표한 것이다.

알랭 플라텔의 'L.을 위한 진혼곡'(사진=유튜브 동영상 캡처)
알랭 플라텔의 'L.을 위한 진혼곡'(사진=유튜브 동영상 캡처)

따라서 이번 축제에는 캐나다 무용단 10개 팀만 참가하게 된다. FTA 공동감독인 마르탱 포셰와 다비 라부아는 “이처럼 전례없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美)와 예술과 삶에 대한 우리의 헌신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제16회 레 쿠 드 테아트르(Les Coups de Théâtre) 축제도 취소하기로 했다고 주최측이 27일 발표했다. 5월로 예정됐던 이번 축제에는 캐나다를 비롯해 러시아, 덴마크, 포르투갈 등 12개 공연단이 참가할 예정이었다.

캐나다 서부의 대표 발레단인 브리티시 컬럼비아 발레단(Ballet BC)은 3월 중순 빅토리아주에서 열릴 예정이던 메디 발러스키(Medhi Walerski) 안무 <로미오와 줄리엣>을 취소한 데 이어 공개 오디션도 취소했다. 오는 7월 네덜란드 단스 테아터(NDT)로 옮겨가는 현 감독 에밀리 몰나르의 바통을 이어받은 후임 예술감독 발러스키는 자신의 야심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데 만족하고 있다.

발레BC의 본거지인 밴쿠버 소재 퀸 엘리자베스 극장도 잠정 폐쇄됐다. 오하드 나하린의 서사시적 무용<Hora>와 샤론 에얄과 가이 베허의 <Bill>로 구성된 발레 BC의 이번 시즌 마지막 프로그램은 일단 5월로 연기됐지만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국 출신 세계적 안무가인 폴 테일러의 작품들을 3년 계획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순회공연하던 폴 테일러 재단(예술감독 마이클 노박)도 공연 대신 폴 테일러와 그 무용단에 관한 도큐 필름인 <Dancemaker>를 온라인에 올려놓았다.

폴 테일러 무용재단(PTDF)(사진=Paul Taylor Dance Foundation)
폴 테일러 무용재단(PTDF)(사진=Paul Taylor Dance Foundation)

세계적인 무용가 안나 할프린이 이끄는 샌프란시스코의 타말파 인스티튜트도 지난 16일 고지를 통해 5월 중순까지 모든 수업과 워크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치유의 춤’의 대명사인 안나 할프린은 한국인 제자들도 두고 있다.

다른 지역들
대만 국립극장은 4월 중순 자국 공연예술의 진면목을 세계 주요 프리젠터들에게 보여준다는 야심찬 계획하에 제1회 대만주간(Taiwan Week)을 열 계획이었으나 수 차례 회의 끝에 결국 내년 봄으로 연기했다.

일본 역시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이스라엘 바체바무용단 초청공연이 예정돼 있었으나 취소됐고, 테시가와라 사부로, 가나모리 조 등 유명 국내 무용가들의 공연도 모두 취소돼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싱가포르의 M1 콘택트 페스티벌(예술감독 퀵쉬분)은 한국 시댄스와 협력 프로젝트의 하나로 양국 신진 안무가 2인의 공동창작을 추진해왔으나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 입출국에 제한이 생기자 고민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두 안무가 사이의 영상 소통을 통한 공동작업 방식을 고려하고 있으나 공연 예정이 6월이어서 전망이 다소 불투명한 상황이다.

싱가포르 최대 공연장인 에스플러네이드는 3월 25일부터 4월 30일까지 모든 공연을 취소했다. 상가와 문화시설이 밀집한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이 곳은 요즘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의 에스플러네이드(Esplanade) 극장(c)William Cho(사진=wiki commons)
싱가포르의 에스플러네이드(Esplanade) 극장(c)William Cho(사진=wiki commons)

호주 멜버른의 유명 문화공간인 예술의 집(Arts House)도 시 당국의 결정에 따라 이달 31일까지 문을 닫는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상황에 따라 폐쇄가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 멜버른의 다른 주요 문화공간들인 아트플레이, 시그널, 미트마켓 등은 물론, 도서관, 레크리에이션 센터 등도 모두 문을 닫고 있다.

이에 따라 아츠 하우스에서 4월에 열릴 예정이던 스펙트럴(빛과 소리를 주제로 한 시각/퍼포먼스 행사)과 5월 15-31일로 예정됐던 넥스트 웨이브 페스티벌도 일단 취소됐다. 여기서 공연될 예정이던 공연물들은 온라인 등 다른 방법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마커스 웨일(Marcus Whale)의 'Possession'(사진=Arts House)
마커스 웨일(Marcus Whale)의 'Possession'(사진=Arts House)

4월 카이로로 잡혀 있던 아랍예술 포커스도 10월말로 연기됐다. 아랍 지역의 공연예술과 시각예술을 집중 소개하는 이 행사 조직위원회는 “국제 게스트들을 초청하는 데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으나 자국에도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상황이 나빠지자 결국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올해는 특히 국제공연예술협회(International Society for the Performing Arts, ISPA)와 공동으로 규모있게 행사를 치르려 했으나 일단 무위로 돌아간 셈이다.

3월말에 열릴 예정이던 아프리카 무용 비엔날레 역시 무기 연기됐다. 모로코 옹 마르슈(On Marche) 축제의 일환으로 준비돼오던 아프리카 현대무용 플랫폼으로, 아프리카 현대무용의 대표적 인물들이 공동 추진해왔으나 일단은 무산됐다.

아프리카 무용 비엔날레(사진=페이스북)
2020 아프리카 무용 비엔날레(사진=비엔날레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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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주 2020-04-03 21:08:48
코로나19때문에 예술계가 너무 힘들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