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용계도 코로나 직격탄(2)
세계 무용계도 코로나 직격탄(2)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03.30 14:5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런던 더플레이스 한국무용축제도 연기
스프링포워드, DDF 등 주요 행사 대부분 취소
외국인들 많이 오는 프로페셔널 프로그램도 축소
팬데믹 단계로 접어든 Covid-19, Photo by Martin Sanchez on Unsplash
팬데믹 단계로 접어든 Covid-19, Photo by Martin Sanchez on Unsplash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무용계 주요 행사가 많이 몰려 있는 유럽에서는 신진 안무가 플랫폼인 스프링포워드를 비롯, 포르투갈 DDD 축제 등 비중이 큰 행사들이 대부분 취소 혹은 연기됐다. 런던의 더 플레이스 극장이 주최하는 한국무용축제도 하반기로 옮겨질 전망이다.

유럽지역
유럽 신진 안무가들의 최대 플랫폼인 스프링포워드(Spring Forward)도 결국은 연기를 결정했다. 이 행사의 주최기관인 에어로웨이브즈(Aerowaves)는 4월 24-26일 크로아티아의 리예카(Rijeka) 및 오파티야(Opatija)에서 개최하려던 금년도 스프링포워드를 가을로 연기한다고 19일 발표했다.

영국 현대무용의 대부 존 애쉬포드가 이끄는 에어로웨이브즈의 스프링포워드는 유럽 젊은 안무가들의 발굴과 성장, 국제무대 진출을 도모하는 최고의 무대로 세계 각국의 무용 프리젠터들이 대거 참관하는 주요 행사다. 2018년에는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의 <코리아 포커스> 플랫폼에 참가했던 고블린 파티가 아시아 무용단으로는 이례적으로 초청받아 공연하기도 했었다.

에어로웨이브즈의 '스프링포워드'가 연기됐다.(사진=Aerowaves)
에어로웨이브즈의 '스프링포워드'가 연기됐다.(사진=Aerowaves)

올해 제3회를 맞는 런던 더 플레이스 극장의 한국무용축제(A Festival of Korean Dance)도 당초 예정된 6월초에서 하반기로 연기됐다. 이번 축제에는 김보라, 황수현, 차진엽, 이윤정 등 4개 팀이 참가할 예정이었다. 올 하반기에도 이들 4개팀이 연속 공연할 수 있는 일정이 나오지 않아 각자 개별적으로 공연할 예정이다. 더 플레이스의 에디 닉슨 예술감독은 그럴 경우 축제다운 맛이 나지 않아 아예 내년으로 옮길 것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차진엽 안무, 'MIIN : Body to Body'(사진=CollectiveA)
차진엽 안무, 'MIIN : Body to Body'(사진=CollectiveA)

아일랜드 최대의 무용축제인 더블린 무용축제(Dublin Dance Festival)는 지난 20일 “5월 19-31일로 예정했던 올해 축제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예술감독 뱅자맹 페르셰(Benjamin Perchet)는 “올해는 각별히 공동체춤, 집단춤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는데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축제는 취소하지만 ‘집단춤’의 정신을 살린 이번 프로그램의 작품들을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우나 도허티, 'Lady Magma'(c)Luca Truffarelli(사진=Dublin Dance Festival)
우나 도허티, 'Lady Magma'(c)Luca Truffarelli(사진=Dublin Dance Festival)

매년 6월 열리는 영국의 공연예술축제 Greenwich+Docklands International Festival(GDIF)도 올해는 늦여름(8월 28일부터 9월 12일까지)으로 연기됐다.

프랑스 국립 샤이오 극장(Théatre national de Chaillot)이 제작중인 다미앵 잘레(Damien Jalet) 안무 <The Planet>도 사실상 초연 일정(9월 23일)을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초연 이후로 예정됐던 한국과 일본 공연도 취소됐다. 일본의 시각예술가 나와 코헤이와의 협업으로 진행중이던 이 작품은 출연자들이 프랑스와 일본을 오가며 연습할 계획이었으나 출연자들의 입국 문제가 어려워지면서 차질을 빚게 된 것. 이에 따라 이 작품을 올해 폐막작으로 올리려던 시댄스의 일정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다미앵 잘레의 신작 'The Planet'(c)DR(사진=fedora)
다미앵 잘레(Damien Jalet) 신작 'The Planet' 리허설 장면(c)DR(사진=fedora-platform.com)

올해 제40회를 맞이하는 프랑스의 몽펠리에 무용축제(Montpellier Danse)는 코로나19와 관련된 공지를 내지 않고 있다. 일정(6월 20일-7월 8일)상 아직 취소나 연기를 고려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그들의 본거지인 아고라 국제무용센터(l’Agora cité internationale de la danse)는 잠정 폐쇄된 상태이다.

프랑스 남부 리옹의 무용의 집(La Maison de la danse)은 일단 4월 17일까지 잡혀 있던 모든 공연을 취소했다. 무용의 집 예술감독인 안무가 도미니크 에르비외(Dominique Hervieu)는 “뜻밖의 타격을 입은 무용의 집을 계속 지탱하기 위해 기부를 해달라”며 예매한 입장권을 환불받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는 리옹의 '무용의 집'(사진=La Maison de la danse)
올해로 40주년을 맞는 리옹의 '무용의 집'(사진=La Maison de la danse)

매년 5월 포르투갈 북부 도시 포르투에서 열리는 Dias da Dança(DDD) 무용축제도 내년 4월17일-5월 2일로 연기됐다. DDD는 또다른 공연예술축제인 FITEI와 공동으로 + WEEK(포르투갈 공연예술 플랫폼)를 준비해 왔으나 이 역시 자동 취소됐다.

네덜란드의 경우 취소 또는 연기하지 않고 예정대로 진행하는 행사들도 많으나 이 경우에도 프로페셔널 프로그램(타지역이나 외국의 프로그래머, 큐레이터 등을 초청해 홍보하고 싶은 공연들을 집중적으로 관람시키는 행사)은 다수가 취소될 예정이다. 네덜란드 신진 안무가 프로모션 축제인 Moving Futures(5월 및 6월 2회), 인형극과 오브제극 중심인 암스테르담 팝 아트축제(Pop Arts Festival, 4월 15-26일)는 프로페셔널 프로그램을 취소했다. 다수의 외국 인사들이 몰려들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감염 등 각종 위험과 부담을 고려해서다.

그러나 네덜란드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축제인 홀랜드 페스티벌(Holland Festival, 4-6월), 실험적인 신경향 공연작들을 다수 소개하는 스프링 공연예술축제(SPRING Performing Arts Festival, 5월 14-23일 위트레흐트), 오페라 및 음악극축제인 오페라다헨 로테르담(Operadagen Rotterdam, 5월 21-30일) 오에롤(Oerol) 사이트 스페시픽 예술축제(6월 12-21일 Terschelling), 네덜란드 최고 수준의 무용축제로 평가받는 율리단스(Julidans, 6월30일-7월 12일), 네덜란드와 플랜더스(벨기에 북부) 예술가들의 연극, 무용, 음악극을 집중 소개하는 불르바드축제(Theaterfestival Boulevard, 8월 6-16일 Hertogenbosch) 등은 예년처럼 프로페셔널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룩셈부르크의 가장 중요한 현대무용 센터인 트루아 세-엘(Le TROIS C-L, Centre de Création Chorégraphique Luxembourgeois)도 19일부터 폐쇄에 들어갔다. 따라서 이곳에서 열리던 각종 공연, 워크숍, 레지던시 등 모든 활동이 중단됐다.

트루아 세-엘, 텅 빈 스튜디오(사진=Trois C-L)
트루아 세-엘, 텅 빈 스튜디오(사진=Le Trois C-L)

5월 중순 제2회 불가리아 무용플랫폼을 열려던 소피아의 안티스타틱 축제측은 “아직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금년 후반기로 연기해야 할 것 같다. 다음 소식을 기다려 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세계 주요 무용 프로그래머들에게 발송했다.

스위스 니용 소재 공연예술 기관인 파르(far°)는 당국의 지시에 따라 모든 공연을 중단했으나 이에 따른 출연자와 무대기술자 등 앵테르미탕(Intermittent, 비정기 인력)의 수당은 어떻게 보전해 줄 것인지 공개질의서를 냈다. 이들은 국내외 공연예술 관계자들에게 스위스 정부에 수당 보전을 촉구하는 청원서에 서명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8월 26-30일(독일 뒤셀도르프)로 예정돼 있는 세계 최대의 무용마켓 탄츠메세(Tanzmesse)는 아직 취소나 연기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상황이 호전돼 예정대로 개최하기를 기대하면서 항공이나 숙박을 예약해둔 참가 예정자들은 아직 취소하지 말고 기다려 보라고 권하고 있다.

디터 얘니케(Dieter Jaenicke) 예술감독을 비롯한 탄츠메세 근무자들도 23일부터 한 달 예정으로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얘니케 감독은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는 인류의 가장 풍요로운 표현방식의 하나인 예술을 잃어버릴까 두렵다”면서 코로나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되기를 기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윤은주 2020-04-03 21:09:29
어서 이 위기가 끝나기를!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