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in 무비] 슈퍼리치를 넘어 이젠 크레이지 리치!
[클래식 in 무비] 슈퍼리치를 넘어 이젠 크레이지 리치!
  • 강창호 기자
  • 승인 2020.04.02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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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앤컬처 Arts & Culture 4월호 (Vol. 171)
리하르트 바그너, 니벨룽겐의 반지: 3막 전주곡 - 발키리의 기행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_스틸 컷 (사진제공=네이버 영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_스틸 컷 닉 영과 레이첼 추 (사진제공=네이버 영화)

[더프리뷰=서울] 강창호 기자 = 혹시 백화점이나 호텔에서 억울한 차별을 경험해 본 적 있는가? 그렇다면 이 말이 확 튀어나올 수도 있겠다. “확 사버려?” 한마디로 크레이지! 여기에 슈퍼리치를 넘어 미치도록 부자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2018년에 개봉한 영화, 존 추(Jon M. Chu) 감독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Crazy Rich Asians)의 첫 장면을 본다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_스틸 컷 엘레노어 영 역을 맡은 배우 양자경 (사진제공=네이버 영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_스틸 컷 엘레노어 영 역을 맡은 배우 양자경 (사진제공=네이버 영화)

1995년 런던,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어느 날 밤, 흠뻑 젖은 동양인 네 명이 호텔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이미 스위트룸을 예약했음에도 불구하고 호텔 지배인과 직원들은 못마땅해하는 표정과 불친절로 문전 박대. 그들은 또다시 비를 맞고 호텔 앞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건다. 그리고 다시 호텔 안으로 들어온 그들... 잠시 후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_스틸 컷 (사진제공=네이버 영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_스틸 컷 (사진제공=네이버 영화)

영화는 비 맞은 비루한 모습과 고고한 부잣집 마나님으로 변신을 꾀하는 양자경(엘레노어 영)의 명연기로 영화 초반부를 통쾌하게 날린다. 그들은 다름 아닌 19세기 때 중국에서 싱가포르로 이주, 싱가포르를 건설한 영 가문의 후예이다. 싱가포르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모두가 그들의 것, 영화는 그렇게 슈퍼리치의 삶을 통 크게 그려낸다.

소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사진(c)if2seaim 블로그
소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사진(c)if2seaim 블로그

슈퍼리치의 사랑과 전쟁

세월이 흘러 영 가문의 아이들은 성인이 되고 유일한 장자인 닉 영(헨리 골딩)은 뉴욕에서 슈퍼리치가 아닌 평범한 삶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물론 그의 신분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다. 대단한 억만장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소박한 사랑을 꿈꾼다. 그리고 단아하고 지적인 아름다운 여인 레이첼 추(콘스탄스 우)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레이첼은 여전히 애인 닉 영이 어떤 사람인지, 싱가포르에 가서 닉 영의 가족들을 소개받기 전까지도 그 집안이 어떤 가문인지 거의 감을 못 잡고 있다. 단, 영 가문의 패밀리들과의 만남에 앞서 뉴욕대 절친인 페이그린(아콰피나)을 만나 영 가문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게 영화는 신데렐라 신드롬과 더불어 평범한 삶을 살았던(그래도 스탠포드와 뉴욕대를 나와 뉴욕대 경제학 교수를 하는 엘리트) 레이첼이 슈퍼리치의 가문에 입성하는 과정을 그린다. 친구 페이그린과 함께 영 가문의 대문을 통과해서 대저택에 들어가는 과정의 카메라 위킹은 마치 1970년 아더 힐러 감독의 영화 ‘러브스토리’를 연상케 한다.

소설 크레이지 리치치 아시안_사진(c)SARA A.
소설 크레이지 리치치 아시안_사진(c)SARA A.

영화는 슈퍼리치의 대비를 통해 신분 상승의 기대와 갈등 그리고 반목과 음모 등을 보이며 스토리 전개의 흥미를 더한다. 흔히 우리네 드라마에서 보이는 그러한 막장은 아니지만 숨 막히고 깐깐한 시월드는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세계적인 공감대가 영화의 텐션을 높여준다. 과연 레이첼은 시어머니가 될 엘레노어 영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리하르트 바그너, 니벨룽겐의 반지: 3막 전주곡 - 발키리의 기행

Richard Wagner - Ride of the Valkyries (Walkürenritt)

이 음악을 들으면 “아!” 할 만큼 이미 우리에겐 익숙하고 유명한 음악이다. 굳이 바그너 음악이 아니더라도 이미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1979년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통해 폭격 속에 날아오르는 헬기들과 노을 장면 그리고 북유럽 신화 속의 전사 발키리를 연상케 하는 비장한 음악은 우리를 고대 신화의 옛이야기 속으로 초대하는 듯하다. 영화에서의 이 음악은 패러디 장면과 더불어 사용됐다. 결혼식을 앞둔 닉 영의 절친 콜린 쿠(크리스 팡)의 총각 파티를 위해 남자들을 태운 헬기들은 바다를 건너 선상의 파티장으로 이동한다. 이때 쓰이는 음악은 정확하게 과거의 영화를 데자뷔 하게 한다. 마치 발정 난 수컷들의 밤 전쟁을 위해서랄까? 슈퍼리치들의 광란의 밤을 위한 소비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다. 영화이기에 가능하겠지만 어느 정도는 현실성 있는 일이리라. 영화에서의 클래식이라곤 이 음악이 유일하다. 20여 초 가량의 이 음악은 과거 연상되는 영화의 장면들과 함께 순간 가벼운 오락의 재미를 업 시켜준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_스틸 컷 레이첼 추 역을 맡은 배우 콘스탄스 우 (사진제공=네이버 영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_스틸 컷 레이첼 추 역을 맡은 배우 콘스탄스 우 (사진제공=네이버 영화)

폴링 인 러브(Can't Help Falling In Love)

그러나 오락성의 재미와는 달리 인상 깊은 또 다른 음악이 있다. 바로 ‘폴링 인 러브(Can't Help Falling In Love)'이다. 이 노래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1961년에 발표한 노만 타로그 감독의 영화 <엘비스 프리슬리의 블루 하와이> OST에 수록된 곡이다. 이후 세계적인 히트를 치면서 여러 아티스트들의 리메이크를 거쳐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영화에서 이 곡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인 키나 그래니스(Kina Kasuya Grannis)가 불렀다. 그녀는 유튜브에서 9,900만 유저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수많은 자작곡과 커버 곡들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는 아티스트이다. 영화에서의 이 음악은 비록 남의 결혼식에 들러리로 참가하는 닉 영과 레이첼이지만 불가능한 결혼을 가능케 하는 유일한 통로로서의 음악으로 존재한다. 모든 것이 그렇듯 시련과 역경 속에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법. 완고했던 엘레노어 영의 마음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에 대한 결말은 영화 속에 답이 있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_스틸 컷 (사진제공=네이버 영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_스틸 컷 (사진제공=네이버 영화)

이 영화는 2013년에 출간된 케빈 콴(Kevin Kwan)의 원작 소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 출발한다. 케빈은 실제로도 이 영화에서 시나리오 각색을 맡았다. 곧 후속편도 제작되어 나올 예정에 있다는 소식과 함께 이 소설은 영화 이전에 이미 많은 호평 속에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이 소설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현기증 나는 쇼퍼홀릭 코미디... 콴은 돈 많고, 천박하고, 명품에 중독된 신인류를 거침없는 풍자와 유머로 그려냈다” 그리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했다. 등장인물의 쾌락적 소비를 흥청망청 즐기면서도, 그들의 물질주의에 혀를 끌끌 찬다”

이제 소설과 영화 중 무엇을 먼저 찾을지에 대한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_포스터 (사진제공=네이버 영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_포스터 (사진제공=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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