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발레코치 빌헬름 부르만 별세
세계적 발레코치 빌헬름 부르만 별세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04.03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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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하지만 겸손하고 자상했던 ‘발레의 현인’
Wendy Whelan
발레의 현인 빌헬름 부르만(Wilhelm Burmann)(사진=동영상 캡처)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세계적인 발레 교사이자 코치인 빌헬름 부르만(Wilhelm Burmann)이 지난달 31일(미국시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합병증에 따른 신부전으로 별세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향년 80세.

1939년 독일에서 태어난 빌헬름 부르만은 지난 40여 년 간 세계 톱클래스급 무용수들의 발레교사였으며 ‘발레의 현인’으로 불렸다. 1984년부터 뉴욕의 발레 스튜디오 Steps on Broadway(이하 스텝스온)에서 발레를 가르쳤으며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훌리오 보카, 알레산드라 페리, 그리고 뉴욕 시티 발레(NYCB)의 웬디 웨일런, 마리아 코우로스키와 같은 정상급 발레 무용수들이 모두 이 학교를 거쳐갔다.

그의 철학은 ‘단순한 동작을 완벽하게’였으며 그의 스텝스온은 초보학생, 테크닉을 좀더 다듬으려는 기성 무용수, 운동삼아 무용을 배우려는 일반인 등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의 풍부한 지식은 그의 폭넓은 활동경력에서 나온 것이다. 16세부터 발레를 배운 그는 이후 NYCB, 프랑크푸르트 발레, 슈투트가르트 발레, 제네바 대극장 발레 등 세계적인 발레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했고 멜리사 헤이든 발레학교, 하크니스 발레스쿨, 제네바 대극장 발레, 워싱턴 발레, 발레 뒤 노르 등에서 발레 마스터로 활동했다.

그는 수업에서는 냉정하고 완벽을 요구했으며 가르치려는 것에 조금도 양보가 없었다고 한다. 늘 엄격하고 조금 무서웠다고 한다. 하지만 이같은 엄격함은 가르칠 때만 그랬고 밖에서는 친절하고 자상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NYCB의 수석 발레리나 애비 스태포드(Abi Stafford)는 댄스 매거진 기고에서 한 일화를 소개했다. 20대 초반 시절 자신이 바 연습 도중 커피 잔을 실수로 발로 차서 커피가 사방에 튀자 그녀는 키친 타월을 가지러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자 윌리(빌헬름의 애칭)는 자신에게 연습을 계속하게 하고 자신이 키친 타월을 가져다 직접 닦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 일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튜디오 밖에서 그는 친절하고 젠틀했으며 또한 세심하고 관대했다고 한다. 애비와 동료들이 유럽 투어를 할 때 그는 매번 공연 전 워밍업을 시키며 리허설을 감독했다. 투어중 공연이 끝나면 모두를 안아주며 칭찬과 격려를 했고 투어를 마친 후에는 모두에게 이메일을 보내 단원들이 표현한 아름다움에 칭찬과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병원측은 그가 생일(4월 3일)을 며칠 앞두고 평화롭게 잠들었으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었더라면 그저 신장 문제에 그쳤을 것”이라며 “그를 추모하는 방법이 많이 있겠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 계획도 세울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그와 생일이 같은 애비 스태포드는 그에게서 늘 가장 먼저 생일축하 메시지를 받았었다며 오는 3일(금)에 일찍 일어나 하늘을 보며 “생일 축하해요 윌리, 사랑합니다. 그리고 모든 것에 감사드려요”라고 말할 것이라며 그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현재 NYCB의 부감독인 웬디 웨일런도 “윌리는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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