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형의 친일풍자극 '해방의 서울'
박근형의 친일풍자극 '해방의 서울'
  • 김영일 기자
  • 승인 2020.05.20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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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해방의 서울'(사진=극단 골목길 제공)

 

[더프리뷰=서울] 김영일 기자 = 연출가 박근형이 이끄는 극단 골목길의 <해방의 서울>이 오는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관객들을 다시 만난다.

박 연출이 극작까지 한 작품으로 지난 2017년 초연했고 작년에도 대학로 무대에 올랐다. 일제강점기 영화 촬영지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친일을 풍자한다.

배경은 1945년 8월 15일. 창경원 동물원과 그 옆 춘당지를 배경으로 문예영화 <사쿠라는 피었는데>를 촬영하는 배우들의 이야기다. 영화 속 비극의 주인공이 죽는 마지막 장면만 남겨두고 있다.

그 순간 라디오에서 일왕의 항복선언이 나온다. 배우들은 촬영을 마친 뒤 만주로 떠날 생각이었다. 그곳에서 낭만을 즐긴다는 생각에 들떠 있던 이들은 이 갑작스런 소식에 당황한 속내를 숨기지 못한다.

<해방의 서울>은 해방 7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친일 잔재를 겨냥한다.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아직도 풀지 못한 역사적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박 연출의 공력이 돋보인다. 역시 친일 문제를 다룬 <만주전선>(2014) 보다 한결 노련해졌다. <해방의 서울> 속 배우들이 가고 싶어했던 만주를 배경으로 한 <만주전선>은 일본인보다 더 일본스럽게 창씨개명을 한 사람들을 비꼰다.

<만주전선>을 거쳐 <해방의 서울>로 이어지는 박 연출의 문제의식은 지금의 대한민국과 당연히 맞닿아 있다. 정치·경제적으로 일본과 최악인 상황에서 여전히 친일의 마수는 뻗어 있고, 누군가는 실체가 없는 권력에 여전히 길들여져 있음을 은유한다.

극 속에서 일제강점기 시대상황에 굴복한 배우들은 우스꽝스럽게 묘사되는데, 특히 배우 '지화정' 역의 강지은이 돋보인다. 김정호, 이원재, 이호열 등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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