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는 섬이 아니라고?"
"안면도는 섬이 아니라고?"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06.03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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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에 역사를 묻다’ 출간
아소 다로 증조부의 회사가 있던 곳
일제 수탈의 역사와 자연, 그리고 사람 이야기
신간 '안면도에 역사를 묻다'(사진=서울셀렉션)
신간 '안면도에 역사를 묻다'(사진=서울셀렉션)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대다수 사람들에게 안면도는 자연풍광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관광지요, 휴양지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소나무가 울창한 자연휴양림과 아름다운 낙조를 뽐내는 해변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서울셀렉션의 신간 <안면도에 역사를 묻다>는 우리가 자연에 눈을 빼앗겨 미처 관심을 두지 못했던, 안면도에 깃든 역사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안면도는 원래 육지와 연결된 반도였지만, 조운선이 다니기 편리하도록 운하를 파는 바람에 섬이 된 것이다.

일제의 이기심과 탐욕 때문에 파괴된 안면송 이야기, 고난 속에서도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 조국의 독립을 쟁취하고 평화를 지키려 한 사람들의 이야기, 안면도의 다채로운 모습과 안면인의 다양한 삶을 담았다. 이 밖에도 삼별초와 안면도의 인연, 일제강점기 안면도에서 벌어진 독립운동, 기름유출 사고, 반핵투쟁 등 고려시대부터 현대까지 안면도에 깃든 역사를 모두 담았다.

책은 안면도의 자랑스러운 역사만 언급하는 것은 아니다. 안면도는 노천 역사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스며 있다. 그중에서 가장 가슴 아픈 역사는 아무래도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일 것이다.

조선총독부는 식민 재정을 충당하고자 국유림이던 안면도를 아소상점(마생상점)에 매각한다. 일본의 현 재무상 아소 다로의 증조부 아소 다키치가 세운 회사다. 아소상점은 안면도에 안면도임업소를 설치해 곧고 우람하게 자라 궁궐을 지을 때 쓰인 안면도 소나무(안면송)를 수탈해 간다. 아소상점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안면도 사람들을 일본 등 각지로 보내 강제노동을 시켰다.

이 책에는 당시 안면도임업소장을 맡은 임성삼(일본명 하야시)의 안면도 관찰기를 번역, 수록하고 강제징용을 직접 겪거나 목격한 이들의 증언을 실어 일제강점기에 아소상점이 저지른 수탈의 역사를 생생하게 재구성했다.

아울러 그러한 고난의 시기에도 의지를 굽히지 않은 독립투사들, 폭설 속에서 우편물을 배달하고 돌아오다 숨진 ‘위대한 집배원’ 오기수, 안면도 출신의 민중시인이자 평론가로 한국문학사의 중요한 흐름을 개척한 채광석, 간척사업으로 안면도의 지도를 바꾼 김준희 할아버지, 안면도의 숙원사업인 연육교 설치를 이끌어낸 진승균 등 안면도를 빛낸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실었다.

역사만이 아니다.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에 얽힌 ‘승언 장군전설’과 삼봉에 얽힌 ‘세 자매 전설’등 우리가 즐겨 찾는 관광지에 깃든 이야기도 들려준다. 또한 꽃게 대신 칠게와 농게로 담은 간장게장을 이용한 ‘가성비 영양식’ 게국지, 가마솥 밥, 불에 은근히 익혀 먹어야 제맛인 우럭젓국, 타지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박대묵과 청각무침 등 안면도인들이 즐겨온 음식에 깃든 사연도 흥미진진하다. 이런 스토리를 알고 안면도를 찾는다면 이전에는 미처 느껴보지 못한 재미와 감흥에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저자 김월배는 안면도에서 나고 자랐다. 경제학 박사이자 하얼빈 안중근의사기념관 객원연구원으로 <안중근은 애국, 역사는흐른다>를 비롯, 안중근 의사와 관련한 저서를 여럿 집필했다. 대한민국 국민포장(2018), 매헌 윤봉길 월진회장상(2017), 안중근의사 숭모회 이사장상(2016) 등을 수상했으며, KBS <1박2일>, EBS <국민공감 콘서트>등 다수 방송에 출연,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의 당위성을 알리고 있다.

서산 출생인 공저자 문영숙은 2004년 제2회 푸른문학상과 2005년 제6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잊지 말아야 할 우리 민족의 역사를 어린 독자들에게 알리는 소설을 주로 쓰고 있다. 현재 독립운동가 최재형기념사업회 이사장과 안중근 홍보대사를 맡고 있으며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를 비롯, 많은 청소년 역사소설을 냈다. 장편소설 <꽃제비 영대>는 영어와 독일어로, <그래도 나는 피었습니다>는 영어제목<Trampled Blossoms>로 출간됐다.

서울셀렉션, 김월배, 문영숙 지음, 288쪽, 정가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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