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심포니 송과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유영욱
[인터뷰] 심포니 송과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유영욱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06.05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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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베토벤’, 10살 때 작곡 발표회
피아니스트 유영욱(사진=심포니 송)
피아니스트 유영욱(사진=심포니 송)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피아니스트 유영욱(연세대 음대 교수)은 흔히 ‘한국의 베토벤’이라 불린다. 지난 1998년 스페인 산탄데르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2007년에는 독일 본에서 열린 국제 베토벤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베토벤이 다시 태어나 피아노를 친다면 유영욱처럼 쳤을 것”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유영욱은 오는 6월 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하는 심포니 송의 마스터즈시리즈 III<심포니 송의 베토벤 페스티벌>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한다. 이를 계기로 심포니 송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Q : 심포니 송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A : 벌써 첫 연주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랜 인연이 되어 버렸네요. 최근 몇 년의 연주는 생생하지만 그 전의 연주들이 가물가물합니다. 오케스트라는 아무래도 지휘자의 색깔과 철학을 반영하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심포니 송의 연주를 들으면 항상 가슴을 저미는 서정성과 그 바탕을 이루는 심오하면서도 따뜻한 색채가 인상적입니다. 저도 심포니 송과 연주할 때면 늘 왠지 모르게 감성의 스위치가 더욱 강하게 켜지는 느낌입니다.

Q : 함신익 지휘자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A : 함 선생님의 명성은 제가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부터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세계 굴지의 명문대 예일대에서 교편을 잡고 계셨던 선생님께서는 저같은 음악계 후배들 사이에서 우상이자 롤 모델이셨습니다. 처음 제대로 뵌 건 귀국 후 연주에서였는데 저로선 학생시절부터 존경해왔던 선생님과의 연주라 기대감과 더불어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을 많이 느꼈습니다. 또한 선생님의 카리스마가 워낙 강해서 어려우신 분이면 어쩌나 걱정도 살짝 했었는데 예상외로 너무 소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선생님께서 종종 신문 칼럼에 글을 기고하시는데 하나하나 읽어볼수록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력 뒤에 느껴지는 인간의 냄새와 온기에 더욱 감동하게 됩니다.

Q : ‘한국의 베토벤‘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계신 만큼 유영욱 선생님에게 베토벤은 특별한 작곡가일 것 같습니다. 유영욱에게 베토벤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A : 어렸을 때부터 별명이 베토벤이었고 마지막으로 우승한 콩쿠르가 베토벤콩쿠르였던 만큼 베토벤과 저는 항상 묘한 인연이 있었습니다. 딱히 연주하길 즐겼던 작곡가는 아니었습니다. 베토벤의 작품들은 어렵기도 어렵지만 피아노 전공생이라면 반드시 공부해야하는 필독서 같은 존재라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항상 심사받고 평가받는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30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편안한 마음으로 저만의 베토벤을 연주할 수 있었고 진심으로 그의 심오한 매력을 만끽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 올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일이 있으실까요? 예술인으로서 코로나로 인해 바뀐 일상,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등 다양하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일단 긍정적으로 보자면 휴식시간이 많아졌던 것이네요.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없고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본의 아니게 사색의 시간을 가지며 영혼의 힐링도 하고 했던 것 같아요. 안 좋은 점으로는 연주들이 많이 취소돼서 공백의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무대가 점점 멀게 느껴지고 연주의 감 같은 것이 좀 퇴색된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더라고요. 다행히 진짜로 그렇지는 않았습니다만. 또한 학교 레슨을 비대면으로 진행해야하는 것이 아주 고역이었습니다. 보통 페이스톡 같은 것으로 진행했는데 음질이 안 좋고 자꾸 끊기고 해서 어느 정도나마 설명하고 가르칠 수 있는 것들을 찾느라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Q :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계신데,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수법이 있으신가요? 추가로 제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제 교육철학의 근간은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믿음입니다. 주변에서 보면 조금만 발전이 더뎌지고 어려워져도 바로 자신의 재능을 탓하며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저는 묻습니다. 지금 안 되는 이유가 재능 때문인지 방법 때문인지 어떻게 아느냐? 재능이란 말로 좋은 실력을 칭찬하는 것은 나쁠 것 없지만 반대의 경우 자포자기를 합리화하는 도구로 전락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재능이 있는 것은 판단할 수 있지만 재능이 없는 것은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선생의 진정한 의무는 일견 재능이 없어 보이는 사람조차 그 안에 숨어있는 재능을 깨우기 위해 늘 생각하고 연구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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