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in 무비] 이름만으로도 무서운 영화, “샤이닝”
[클래식 in 무비] 이름만으로도 무서운 영화, “샤이닝”
  • 강창호 기자
  • 승인 2020.07.01 0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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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펜데레츠키를 추모하며…
아츠앤컬처 Arts & Culture 7월호 (Vol. 174)
영화 샤이닝_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샤이닝_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더프리뷰=서울] 강창호 기자 = 공포감은 화면의 시작 시그널 'Wanner Brothers'의 로고가 사라지면서부터 시작된다. 아직 무엇이 나타나거나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스크린의 톤과 음향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눈빛을 통해 뭔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은 이렇게 우리의 숨통을 서서히 옥죄어 온다.

카메라 앵글은 로키산맥의 깊은 산속과 계곡 그리고 절경을 지나 콜로라도 주 어딘가에 있는 '오버룩 호텔'을 향하고 있는 노란색 폭스바겐을 따라가며, 이후 이들을 기다리는 참혹한 상황이 무엇인지 영화는 감독 특유의 미장센으로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영화 샤이닝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샤이닝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1980년도에 개봉한 영화 <샤이닝>은 공포 스릴러의 대가 스티븐 킹의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이후 이 영화는 ‘스릴러 영화의 바이블’이라는 호칭을 얻었으며, 당시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1928-1999) 감독과 배우 잭 니콜슨 그리고 현대음악의 대가인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Krzysztof Penderecki, 1933-2020)와 죄르지 리게티(Gyōrgy Ligeti, 1923-2006)와의 환상적인 조합은 이 상업적인 영화가 어떻게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는가를 보여준 파트너십의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영화 샤이닝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샤이닝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는 보이지 않는 영혼을 감지하고 볼 수 있는 ‘샤이닝’ 능력을 가진 아들 대니 토렌스(대니 로이드)와 엄마 웬디 토랜스(셜리 듀발) 그리고 소설가 아빠인 잭 토렌스(잭 니콜슨)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는 감상자로 하여금 연속적인 불안감과 공포감을 상승시키는 효과적인 작용을 위해 등장인물의 뒤를 추적하듯 계속 따라다니는 스테디캠을 사용했다. 리얼리티 드라마를 촬영하듯 전개되는 다큐멘터리적인 화면은 갑자기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불안감 증폭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후 카메라 위킹으로 스테디캠을 제일 효과적으로 잘 쓴 첫 작품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샤이닝’을 꼽기도 했다.

영화 샤이닝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샤이닝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오버룩 호텔과 잭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깊은 산속 '오버룩 호텔'에 온 잭 토렌스는 어찌 보면 다정다감한 가정적인 남편이자 아빠인 듯하다. 그러나 영화는 점차 그가 호텔의 비밀스러운 사건들과 함께 점차 광기에 싸여 미쳐가는 모습을 그린다. 결국엔 무언가에 빙의된 채 도끼를 들고 아내와 아들을 죽이고자 난동을 피는 잭. 이런 과정들 속에서 스탠리 큐브릭만의 상상력 돋보이는 연출과 곳곳에 장치된 여러 공포스러운 장면들은 당시로서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영화 샤이닝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샤이닝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섬뜩한 대표적인 장면으로는 복도에 홍수처럼 한꺼번에 쏟아지는 ‘피’ 장면을 꼽을 수 있다. 마치 영화 대사 중 호텔에 관한 유래를 두고 ‘백인들이 자행한 인디언들과 흑인들에 대한 학살과 만행 위에 세워진 호텔’이라는 설정은 ‘원한에 맺힌 희생자들의 분노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라는 것으로 해석이 될 듯하다. 큐브릭 감독은 이러한 장치들과 미쳐 돌아가는 잭의 모습을 두고 현대 미국 사회의 과도한 자본주의로 인한 이기심과 부조리한 모습을 고발하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샤이닝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샤이닝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공포의 배경을 이루는 음향들, 팬데레츠키와 리게티

영화의 배경을 이루는 전자음향들은 배우 잭 니콜슨의 천재적인 표정 연기들과 더불어 더욱 공포감을 가중시킨다.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웃는 미소조차도 섬뜩하게끔 보이게 한다. 따라서 스릴러 영화에서의 소리는 매우 중요하다. 등장인물들의 세세한 심리까지도 표현해 낼만큼 영화의 배경에 흐르는 음향과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 어느 장르보다 크다.

당시 1970~80년대에는 요즘과 같은 첨단 음향장비나 신디사이저, 컴퓨터와 프로그램이 없었다. 다만 이공계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소리의 파형 하나하나를 설계하고 만들어가는 길고 긴 작업 과정을 거쳐 비로소 전자음향으로 이루어진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산더미 같은 장비들과 복잡한 케이블들 사이에서 탄생한 이 음악들은 클래식 현대음악의 쌍벽을 이루는 팬데레츠키와 리게티가 왜 세계적인 대가인가를 다시금 짐작케 한다.

영화 샤이닝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샤이닝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지난 3월에 세상을 떠나 많은 음악인들을 안타깝게 했던 ‘폴란드의 음악 대통령’이라 불리는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작곡가이기도 하다. 과거 1991년에 광복의 의미를 담은 ‘한국’이란 부제의 <교향곡 5번>을 발표했으며, 작년 2019년 서울국제음악제에 참석하기로 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결국 내한하지 못했다. 그는 1960년 전위 음악 <히로시마 희생자를 위한 애가>와 <성 누가 수난곡>, <폴란드 레퀴엠> 등을 선보였으며, 그래미상 5회, 에미상 2회 그리고 작곡계의 권위 있는 ‘그라베마이어상’을 수상했다.

50여 년동안 단 13편의 영화를 남긴 스탠리 큐브릭은 <아이즈 와이즈 셧>을 유작으로 세계 영화사에 깊은 발자국을 남겼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비롯한 그의 작품들은 인류에게 던지는 숨겨진 보석 같은 의미들로 가득하다. 영화를 보는 동안 퍼즐을 풀듯 수수께끼 같은 숨은 의미를 찾는 즐거움 또한 스탠리 큐브릭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다음과 같이 스탠리 큐브릭을 기억했다. "영화 연출 역사상 최고의 거장이며 우리는 모두 이 분의 영화를 모방하느라 허덕였다"

영화 샤이닝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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