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 심사위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콩쿠르 심사위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07.2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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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콩쿠르 참가자들에게 주는 조언
2020 로잔 콩쿠르 심사위원들의 (c)Gregory Batardon(사진=Prix de Lausanne 2020)
2020 로잔 콩쿠르 심사위원들의 (c)Gregory Batardon(사진=Prix de Lausanne 2020)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콩쿠르 참가자들에게 심사위원들은 어렵고도 두려운 대상이다. 어차피 평가 받기 위한 자리지만 그래도 남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작은 실수를 알아차리지 않았을까, 얼굴 표정이 이상하진 않았을까, 내 의도가 제대로 전달됐을까, 심사위원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등등 많은 생각들이 동작을 어색하게 하고 긴장하게 만든다.

무용가이자 미국 <댄스 매거진>의 편집장인 제니퍼 스탈(Jennifer Stahl)이 지난 3월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outh America Grand Prix, YAGP)의 심사위원을 맡으며 느낀 점을 조언으로 전해준다. 첫 심사위원 경험을 통해 그녀는 자신도 궁금하던 것에 대해 알 기회가 생겼다며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주의해야 할 여섯 가지를 일러준다.

1. 입장부터 중요하다.
첫 인상의 중요성은 누구다 다 안다. 하지만 무대입장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입장하는 순간은 점수를 기록하지 않고 무용수를 보는 유일한 시간이다. 유연한 걸음걸이나 달리는 동작, 아름다운 에폴망(Épaulement)을 유지하며 보여주는 세미포인트 등은 늘 심사위원의 주의를 끈다.

2. 어려운 스텝을 한다고 점수를 더 받지 않는다.
뻔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번의 깨끗한 피루엣 동작이 세 번을 대충하는 것보다 낫다. 나같은 경우 심사위원으로서 턴의 횟수나 점프의 난이도 보다는 수행동작의 질에 매우 의도적으로 집중한다. 테크닉 부분이 정말로 눈에 띄는 경우는 1) 입이 벌어질 정도로 멋지거나, 2) 제대로 못했을 때이다. 심사위원들은 당신이 어떻게 턴이나 점프를 하는지, 익스텐션이 잘 통제돼 있는지를 본다. 콩쿠르에선 자기가 잘 하는 걸 과시하라. 어려운 건 수업시간에 할 것.

3. 열성(effort)이 중요하다.
참가자 스스로 잘하기를 열망할수록 심사위원도 그들이 잘하길 바라게 된다. 무용수가 열심히 할수록 심사위원은 그 열망에 보상해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자신감은 중요한 것이지만 우쭐대거나 짐짓 초연한 듯한 태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4. 맡은 캐릭터에 몰입할 것.
유명한 캐릭터의 바리에이션을 선택했다면 그 캐릭터의 정서에 늘 집중해야 한다. 많은 학생들이 짧은 판토마임 순간에만 연기에 집중하고는 테크닉이 어려워지는 대목에서는 캐릭터를 놓아버린다. 무덤덤한 태도로는 예술성 점수를 얻기 어렵다.

5. 실수보다는 그 실수를 어떻게 극복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한 번 정도 넘어지거나 구르는 것은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다. 심사위원들은 전체의 품질을 본다. 내 경우도 사소한 미끄러짐에 대해 감점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동작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호흡을 가다듬고 계속해 나갈 것. 마치 리허설에서 하는 것처럼. 그러면 무대에서도 자연스럽게 된다.

6. 심사위원들의 코멘트.
심사위원들의 코멘트는 도움을 주려는 것이지만 기억할 것이 있다. 그들은 당신 재능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나는 때로 “안짱발(sickled ankles)을 조심할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어떤 공연에서 그런 일을 딱 한 번 보았을 뿐이다. 당신은 선생님과 정기적으로 작업을 한다. 그는 당신의 점수표를 가지고 무엇에 집중해야 가장 좋은지를 의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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