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in 무비] "마이크가 제일 무서워!"
[클래식 in 무비] "마이크가 제일 무서워!"
  • 강창호 기자
  • 승인 2020.08.01 0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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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스 스피치(King's Speech)
베토벤 교향곡 제7번 2악장 Allegretto
킹스 스피치(King's Speech)_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킹스 스피치(King's Speech)_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더프리뷰=서울] 강창호 기자 =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있다면 그건 바로 “마. 이. 크.” 총, 칼, 폭탄도 아니고 “그깟 마이크가 도대체 왜?”라고 생각하겠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있다. 바로 마이크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남자, 바로 앨버트라고 불리는 조지 6세이다. 그는 현재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2차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도는 영국 왕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영국의 왕은 윈저 왕가의 두 번째 왕 조지 5세. 그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첫 째는 에드워드 8세, 그는 승하한 아버지 조지 5세를 이어 장자로서 바로 왕위를 승계받았지만, 사생활이 문란한 이혼녀와의 재혼 문제로 스스로 왕위를 내려놓고 사랑을 택한 쿨가이로 남는다. 이런 급작스런 상황에 뜻하지 않게 왕좌에 앉게 된 바로 둘째 아들 조지 6세, 앨버트 프레데릭 아서 조지(Albert Frederick Arthur George, 1936-1952). 그가 바로 선천적 말더듬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그 문제의 남자인 것이다.

영화 킹스 스피치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킹스 스피치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콜린 퍼스와 제프리 러쉬의 명연

영화는 이렇게 운명적인 한 남자를 중심으로, 그가 치명적인 장애를 극복해내는 과정과, 한 나라의 국왕으로서 곧 들이닥칠 전쟁의 공포로부터 어떻게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가를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조지 6세 역을 맡은 매너와 신사의 아이콘 콜린 퍼스(1960~)는 누구나 다 알듯이 상당히 캐릭터가 분명한 배우이다. 그가 출연했던 대표적인 영화들 <킹스맨>, <브리짓 존스의 일기>, <오만과 편견> 등 수많은 작품들은 그가 왜 '흥행 보증수표'인지를 증명하고 있다. 이 영화 <킹스 스피치>를 통해서도 그의 연기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어눌한 표정과 더더더... 더듬적거리는 답답한 말투는 어쩌면 이 배우가 진짜 말더듬 장애인이 아닌가 할 정도의 몰입을 안긴다.

영화 킹스 스피치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킹스 스피치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에서 그가 장애를 교정하기 위해 어릴적부터 수많은 노력과 언어치료사들을 거쳤다는 설정에서 도저히 극복할 수 없었던 절망의 벽을 느끼게 한다. 결국엔 특별한 경로를 통해 경험 많고 지혜로운 치료사를 만나게 되는데, 그가 바로 영화 <샤인>에서 데이비드 헬프갓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던 제프리 러쉬(1951~), 라이오넬 로그를 만난다.

그가 펼치는 기괴한 치료 방법들은 다소 앨버트 왕자로 하여금 분노 또는 절망 속에 빠뜨리기도 하는데 결국, 앨버트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중차대한 매우 중요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그가 그토록 회피하고 싶었던 대관식과 전쟁의 목전에서 영국 국민들을 향한 '대국민 라디오 연설'이었다.

독일의 교활하고 탁월한 웅변가 아돌프 히틀러 vs 말더듬이 조지 6세의 맞짱 대결처럼 보이게 되는 이런 아이러니 한 상황적 설정이 더욱 영화의 텐션을 높여준다.

영화 킹스 스피치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킹스 스피치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동병상련의 두 남자 베토벤과 조지 6세

이 영화의 압권은 단연, 조지 6세의 대국민 라디오 연설 장면이다. 드디어 그가 정말로 두려워했던 마이크 앞에 섰다. 그동안 언어치료사 라이오넬로부터 치료를 받으며 앞서 험난했던 과정들을 통과한 조지 6세, 그는 담담한 어조로 문장을 차분히 끊어가며 연설을 이어간다. 이때 치료사 라이오넬은 이런 상황을 조심스레 컨트롤하는데 마치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 그의 모습은 위대한 연출가 또는 마에스트로의 모습처럼 보인다. 배경 음악으로는 <베토벤 교향곡 제7번 2악장>이 의미심장한 울림으로 서서히 증폭해 나간다. 비장한 분위기로 서서히 심장을 충동질하는 이 음악은 귀머거리에서 인간의 한계를 넘어 ‘악성’이 된 한 남자와, 평생을 말더듬과 무너진 자존감으로 살아야만 했던 또 다른 남자의 처절한 승리를 축하하는 '승전가'처럼 그들은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동병상련, 위대한 음악가와 연설가로 만났다.

영화 킹스 스피치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킹스 스피치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사실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바로 영국 왕실 즉, 조지 6세의 왕비 엘리자베스 보우스라이언의 반대로 영화의 각본은 30년 전에 만들어졌으나 한동안 깊은 공백기를 가질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결국 톰 후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2010년에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처음엔 여왕 엘리자베스 2세도 이 영화가 아버지에 대한 가슴 아픈 추억을 회상하기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으나 정작 영화를 본 다음에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수많은 수상기록들을 경신한 영화,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는 2010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평가받았으며, 제8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그리고 조지 6세 역을 맡은 콜린 퍼스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겼다.

소통 부재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의 리더십에 있어서 진실과 신념이 담긴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일깨워주는 영화이다.

영화 킹스 스피치_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킹스 스피치_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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