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서 회복한 안무가의 조언
코로나에서 회복한 안무가의 조언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08.17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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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상태의 몸은 예전과 달라”
미국 무용가 애슐리 데이글(c)Travis Magee(사진=ashleydaigle.com)
미국 무용가 애슐리 데이글(c)Travis Magee(사진=ashleydaigle.com)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미국 안무가 애슐리 데이글(Ashley E. Daigle, 28)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회복됐다. 회복과정에서 그녀는 예기치 못한 일을 겪었고 팬데믹 상태의 무용수들에게 자신의 몸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댄스매거진 8월호에 실린 애슐리 데이글의 글을 요약한 것이다.

"팬데믹 동안 우리 무용수들은 정상적인 몸 상태로 살고 있지 못하다. 신체변화가 눈에 보이는 건 아니지만 내부에서는 달라졌다. 나를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코로나19에 걸리기 전, 나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28세의 인간이었다. 하지만 회복후, 하루 15분의 복부운동이 나의 골반, 신장, 그리고 무용수로서의 나의 경력을 망가트렸다.

난 지난 3월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경미한 정도라서 후각과 미각만 잃어버렸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나도 후각은 돌아오지 않았고 이는 내 식생활과 에너지 레벨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운동을 했다.

6월에 집에서 하는 15분 짜리 ‘속성 복부운동’ 비디오를 따라했다. 고관절 근육이 당기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다른 무용수들처럼 꿋꿋하게 계속했다. 12시간 쯤 지나서 양쪽 고관절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고 다음 날에는 똑바로 일어설 수도 걸을 수도 없었다. 복부운동을 하는 동안 고관절 근육이 손상된 것 같았고 냉찜질과 스트레칭을 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48시간 후, 응급실에 실려가게 됐다. ‘횡문근 융해(Rhabdomyolysis, 이하 랍도)'라는 진단을 받았다.

랍도란 많은 양의 골격근이 손상을 입은 상태로서 근섬유가 파괴되어 마이오글로불린(근육에서 산소를 저장하는 단백질)이 혈류 속으로 방출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막대한 양의 단백질이 신장을 돌아다니게 되고 즉시 처치하지 않을 경우 신장 손상, 혹은 신부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랍도는 매우 드물지만 미국의 경우 1년에 2만6천명 정도가 걸리며 생명을 위협하는 정도이다. 마라토너 같은 운동선수들이나 과도한 운동을 한꺼번에 많이 하는 경우 흔히 발생한다.

랍도는 코로나19 증상의 최초 발현시에는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몇몇 임상의들은 이것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마지막 단계 합병증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는 병원에서 4일간 신장을 세척했다. MRI 촬영 결과, 허리 부근의 근육(요근, 장요근, 장골근, 대퇴직근 등)들이 심하게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 경우는 아주 드물고 심한 경우이긴 하지만 이는 모든 무용수들이 그들의 변화된 몸에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가 될 것 같다. 격리 이후 우리 대부분은 정상적인 수준의 활동을 하지 않았으며 우리의 루틴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대부분 시간을 집에 있으면 아무래도 몸을 움직이지 않게 되고 매일 걷는 거리는 대폭 줄어들게 되며 우리 식생활, 스트레스 정도, 그리고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때 우리는 늘 멀티태스킹 상태로 지냈다. 출퇴근하고 춤을 추고 사람을 만나고 등등. 지금은 거의 정지된 상태로 살면서 예전의 ‘정상’의 느낌을 가지려고 애를 쓴다. 온라인 수업을 하더라도 이제 크고 넓직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춤 출 수는 없게 됐다. 무대 좌에서 우로, 뒤쪽에서 앞으로 이동하는 것도 사치다. 이제는 집안 싱크대가 바(barre)가 되고, 점프는 위험한 짓이고, 플로어워크 연습은 훨씬 더 하기 어려워졌다.

무용수로서 우리는 우리가 마음 먹은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시절이 바뀌었고 우리 몸도 바뀌었다. 랍도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잠재적인 위험이다. 모두가 유념해야 한다. 다른 부상이 쉽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 공동체가 되어 보다 안전한 방식으로 우리의 힘을 재건해야 한다. 단지 코로나 때문에 중단했던 것을 그대로 다시 시작하자는 게 아니다. 학생이든 전문가든 자신의 몸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는 당신 책임이다. 고난도 연기를 하려고 스스로 압박하지 말라. 당신 몸은 준비가 안 됐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누구와 비교하거나, 보다 강해지거나 전력 점프를 할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귀 기울일 시간이다. 분별있게 근력훈련을 짜고 실행하라. 자신에게 조심스럽게 대하는 것을 잊지 마라. 당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움직일 수 있음을 선물로 받아들이고 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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