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해가는 스위스의 여름 음악축제
코로나 극복해가는 스위스의 여름 음악축제
  • 김경명 기자
  • 승인 2020.08.25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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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방역준비로 오페라 10회 차질없이 공연
호반의 베르덴베르크성(Schloss Werdenberger am See) (사진=김경명 기자)
호반의 베르덴베르크성(Schloss Werdenberger am See) (사진=김경명 기자)

[더프리뷰=북스(스위스)] 김경명 기자 = 코로나와 폭염 속에서도마스크를써야하는일상은한국뿐만아니라스위스에서도마찬가지이다. 직접민주주의와 강한 지방자치를 이루고 있는 스위스에서도 미증유의 팬데믹 사태를 극복하고자 노력중이다. 여름이면 스위스 곳곳에서 크고 작은 음악축제들이 열리는데, 이번 감염병 사태에 대처하는 스위스의 음악 페스티벌을 알아보았다.

 

‘카르멘’ 포스터 (사진=베르덴베르거 슐로스 페스트슈필 협동조합)
‘카르멘’ 포스터 (사진=베르덴베르거 슐로스 페스트슈필 협동조합)

비극적인 시절의 비극적인 사랑 <카르멘>

“비극적인 시절의 비극적인 사랑을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북스시 시장의 인사말처럼 이 어려운 코로나 시절에 열리는 무대 분위기는 남달랐다.

2020년 8월 혼돈스러운 시절, 스위스 동쪽에 위치한 상트 갈렌주(Canton Sankt Gallen) 북스 (Buchs)시 베르덴베르거 호수(Werdenberger See)에서는 베르덴베르거 슐로스 페스트슈필(Werdenberger Schloss-Festspiele, 베르덴베르거성(城) 축제공연)의 한 프로그램인 오페라 <카르멘>이 8월 8-22일 총 10회 공연됐다. 객석 수가 510석인데, 매회 90%가 넘는 예약률을 기록하며 22일 막을 내렸다.

쿠노 본트(Kuno Bont)의 화려한 무대연출과 리히텐슈타인 신포니오케스트라(Sinfonieorchester Liechtenstein) 윌리엄 막스필드(William Maxfield)의 지휘로 진행된 공연은 지역의 음악 팬과 전문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아름다운 스위스의 저녁 풍경을 배경으로 화려한 스페인 색채의 무대와 음악은 어려운 시기의 시민들을 달래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카르멘역의 카트린발터와 호세역의 다비드 야고디치 (사진=폴크블라트-미하엘 잔헬리니)
카르멘역의 카트린발터와 호세역의 다비드 야고디치 (사진=폴크블라트-미하엘 잔헬리니)
카르멘과 베르덴베르크 슐로스페스트슈필합창단 (사진=폴크블라트-미하엘 잔헬리니)
카르멘과 베르덴베르크 슐로스페스트슈필합창단 (사진=폴크블라트-미하엘 잔헬리니)
카르멘(가운데)과 메르세데스(오른쪽 미리암 페슬러 Mirijam Faesler), 프라스키타(왼쪽 유디트 뒤르 Judith Duerr) (사진=폴크블라트-미하엘 잔헬리니)
카르멘(가운데)과 메르세데스(오른쪽 미리암 페슬러 Mirijam Faesler), 프라스키타(왼쪽 유디트 뒤르 Judith Duerr) (사진=폴크블라트-미하엘 잔헬리니)

메조소프라노 카트린 발더(Kathrin Walder)는 노래와 춤, 그리고 연기까지 훌륭한 카르멘을 보여주었다. 슬로베니아의 신예 테너인 호세역의 다비드 야고디치(David Jagodic)와 멋진 조합을 이루었다. 도중 잠깐 내린 비에도 출연진들은 훌륭한 무대를 이어갔다. 무대 아래 오케스트라 핏의 가림막은 우천시를 대비한 연출자와 무대감독의 세심한 배려를 느끼게 해주었다.

무대와 오케스트라 핏 (사진=김경명 기자)
무대와 오케스트라 핏 (사진=김경명 기자)

또한 약 50명으로 이루어진 베르덴베르크 슐로스페스트슈필 합창단(Der Chor der Werdenberger Schloss-Festspiele)은 지역 아마추어 합창단임에도 훌륭한 기량을 선보였다.

베르덴베르거 슐로스 페스트슈필은 2년마다 이 곳에서 열리는 음악행사로 스위스의 상트 갈렌주의 쥐트쿨투어(Sued Kultur)와 리히텐슈타인 문화부(Kulturstifftung Liechtenstein)가 공동 후원하는 주요 행사이다.

방역서류만 60장 준비

하지만 올해는 감염병 사태로 전 세계의 공연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는 상황에서 10회나 되는 대형 야외공연은 처음부터 걱정이 많았다. 연출자인 쿠노 본트의 말을 들어보자.

“1년 전부터 준비해온 공연이었다. 아마추어 합창단의 연습은 1년 전부터 시작해서 감염병 사태 이전에 끝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진행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상트 갈렌주에서는 공연에 대한 해산이나 중지 명령은 없었다. 하지만 방역 실행에 대한 문제 때문에 60장이 넘는 별도의 관련 서류를 준비해야 했다. 서류의 내용 중에는 관객의 사회적 거리두기, 공연 전후와 휴식시간에 이루어지는 아페로(Apero-공연 전후 및 중간휴식을 이용해 와인 등 가벼운 알코올을 주최측 혹은 공연장측이 제공하며, 이는 중요한 사교의 장 역할을 한다)의 진행 문제, 리허설, 무대진행 등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아페로의 경우 무시할 수 없는 수입원 중 하나이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부분을 양보해야 했고, 이번 공연의 경우 객석을 3개 구역으로 나눠 진행하는 바람에 아페로의 위치도 3개 구역으로 나뉠 수 밖에 없었다. 한 곳에서는 내가 직접 판매를 하고 있다.

사회적거리두기에의한객석의수가문제였는데, 다행히 이번 공연은 호숫가에 위치한 야외무대였다. 때문에 관객 수를 줄이지 않고, 객석을 늘리는 데도 무리가 없었다. 티켓은 90% 이상 예매됐고, 예약시 동반자 등 사전 정보를 기반으로 좌석을 매회 재배치했다. 예를 들면 2명의 예약석, 4명의 예약석 등으로 좌석을 배치했다. 솔리스트와 합창단에 대해서도 공식 연습이 시작된 시점 전후로 각기 계약서에 행사 진행 중 공공장소 출입 자제와 공연시 관객과의 소통 금지, 공연 후 즉시 귀가 등의 조항을 추가했다.”

 

연출자 쿠노 본트(Kuno Bont) (사진제공=쿠노 본트)
연출자 쿠노 본트(Kuno Bont) (사진제공=쿠노 본트)

사회적거리두기에의한객석의수가문제였는데, 다행히 이번 공연은 호숫가에 위치한 야외무대였다. 때문에 관객 수를 줄이지 않고, 객석을 늘리는 데도 무리가 없었다. 티켓은 90% 이상 예매됐고, 예약시 동반자 등 사전 정보를 기반으로 좌석을 매회 재배치했다. 예를 들면 2명의 예약석, 4명의 예약석 등으로 좌석을 배치했다. 솔리스트와 합창단에 대해서도 공식 연습이 시작된 시점 전후로 각기 계약서에 행사 진행 중 공공장소 출입 자제와 공연시 관객과의 소통 금지, 공연 후 즉시 귀가 등의 조항을 추가했다.”

 

 

무대 입구 아페로 현장(정면 산이 리히텐슈타인이다) (사진=김경명 기자)
무대 입구 아페로 현장(정면 산이 리히텐슈타인이다) (사진=김경명 기자)

 

다른 구역의 아페로 (사진=김경명 기자)
다른 구역의 아페로 (사진=김경명 기자)

 

객석 (사진=김경명 기자)
객석 (사진=김경명 기자)

실제로 객석은 예약표에 따라서 2명, 3명, 4명 등 그룹으로 배치되었고, 그룹과 그룹 사이에는 일정한 거리가 유지되었다. 객석 출입구에는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었고, 야외 화장실도 일정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유도선이 표시되어 있었다. 공연장 밖 주차장 한켠에는 만약의 응급사태를 위해 북스시에서 파견한 응급차와 보건요원이 공연내내 상주해 있었다. 아페로의 경우 야외에 거리를 둔 입식 테이블로 준비했으며,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상자에 식음료를 넣어 판매하고 있었다.

간이 화장실. 집보다 깨끗했다. (사진=김경명 기자)
간이 화장실. 집보다 깨끗했다. (사진=김경명 기자)
응급시설(사진=김경명 기자)
응급시설(사진=김경명 기자)

 

공연장의 꽃 아페로도 비상운영

입구의 코로나19 관련 안내문(사진=김경명 기자)
입구의 코로나19 관련 안내문(사진=김경명 기자)

 

아페로 팩에는 물과 초콜릿, 샌드위치, 살라미스틱, 사과가 들어 있었다. (사진=김경명 기자)
아페로 팩에는 물과 초콜릿, 샌드위치, 살라미스틱, 사과가 들어 있었다. (사진=김경명 기자)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사전연습과 무대 진행에 대해 바이올린 연주자 이라지 바스탄지아르(Iradj Bastansiar)는“감염병 사태로 사전연습과 리허설이 대폭 축소되었다. 우리는 세 번의 리허설과 두번의 솔리스트 및 합창단과의 연습, 그리고 두 번의 무대 리허설과 한 번의 전체연습 밖에 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연주자들은 실제 공연시 두 세배 더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고말했다.

오케스트라 매니저인 플로리안 티어바흐(Florian Thirbach)는 “신포니오케스트라 리히텐슈타인의 경우 지난 3월 이후 처음 하게 된 공연이다. 감염병 사태로 모든 공연이 취소 되었었다. <카르멘> 공연을 하기 위해 우리는 단원들에게 각기 20문항의 설문지를 주었고 각기 공연계약서에 서명 받았다. 문항은 건강상의 특이점과 연습과 동시에 개별적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 출입을 자제할 것에 대한 다짐 등이다. 지난 6월 이후 완화된 조치로(스위스와 리히텐슈타인은 기본 방역 지침의 준수를 다짐으로 6월 이후 1천명이 모이는 공연이나 축제를 허가하고 있다) 우리 오케스트라는 카르멘 이후 미뤄왔던 공연을 9월부터 재개한다. 다만 인원을 줄여 풀트(Pult)당 연주자 1명만 앉히고, 최소한의 리허설로 진행해야 하는 등 아직은 제약이 많다.”고밝혔다.

(풀트는 오케스트라에서 보면대를 중심으로 악보를 나눠보는 자리의 명칭이다. 모든 현악기 연주자들은 보면대 하나를 2명이 함께 보며 연주한다. 같이 연주하는 파트너를 풀트 메이트(Pult mate)라고도 한다.)

신포니오케스트라 리히텐슈타인 (사진제공=신포니오케스트라 리히텐슈타인)
신포니오케스트라 리히텐슈타인 (사진제공=신포니오케스트라 리히텐슈타인)

 

오케스트라 매니저인 플로리안 티어바흐(Florian Thirbach) (사진제공=신포니오케스트라 리히텐슈타인)
오케스트라 매니저인 플로리안 티어바흐(Florian Thirbach) (사진제공=신포니오케스트라 리히텐슈타인)

스위스의 다른 극장들의 경우 실내 좌석은 거리두기 형태로 운영되며, 마스크는 필수로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마스크를 지참하지 않았다면 현장에서 무료로 나눠주기도 하고, 1스위스프랑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페로의 경우 매우 축소되거나 옥외에서 운영되고 있다. 오케스트라는 인원을 줄이고 있고, 합창단은 좀더 넓은 공간에서 연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루빨리 모두들 자유로운 연주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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