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in 무비] 브이 포 벤데타, “권력은 누구로부터 나오는가!”
[클래식 in 무비] 브이 포 벤데타, “권력은 누구로부터 나오는가!”
  • 강창호 기자
  • 승인 2020.09.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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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앤컬처 Arts & Culture 9월호 (Vol. 176)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차이콥스키 1812 서곡, Op.49
영화 브이 포 벤데타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브이 포 벤데타'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더프리뷰=서울] 강창호 기자 = 영화 속의 히어로들은 가면을 왜 유독 좋아하는 걸까? 대충 우리가 아는 히어로들을 열거하자면, 펜싱 검을 멋지게 휘두르는 조로부터 배트맨 시리즈를 거쳐 최근의 마블 시리즈까지 족히 수 십 명의 히어로들이 가면을 쓴 채 종횡무진 스크린을 누비고 있다. 모두가 한결같이 초인의 괴력을 보이며 악당을 제압하고 세계평화를 가져온다.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기에 이내 평범한 사회인으로 돌아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일반인 속에 섞여 생활한다. 그들은 ‘가면’이라는 익명성 때문에 오히려 겁도 없이 싸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브이 포 벤데타’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수많은 가면들 중 누구나 한눈에 딱! 알아보는 가면이 있다. 바로 “익명”이라는 뜻을 가진 세계적인 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 때문에 더욱 유명해진 '가이 포크스' 가면이다. 가면의 주인공 '가이 포크스'는 이 영화 속의 전설적인 인물로, 400년 전에 독재정부에 항거하다 죽음을 맞이한 민중의 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브이 포 벤데타’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정부는 국민을 두려워해야”

이 영화는 한 때 세계를 지배했던 팍스아메리카나 미국의 종말 이후의 세계를 그린다.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미국은 패망하여 완전 잿더미에 앉는다. 그리고 세계의 패권은 다시 영국이 차지한다. 그러나 그 세계는 이전의 절대왕정, 민주주의도 아닌 일당 독재 파시즘 전체주의 국가가 전 세계인을 감시, 통제하며 새로운 신세계질서를 이룬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브이 포 벤데타’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이쯤 되면, 지금 한참 음모론으로 각광받는 딥 스테이트 세력의 NWO(New World Order)가 떠오를 것 같다. ‘아메리카 스톤헨지’라는 별명이 붙은 ‘조지아 가이드스톤’의 기념비에 쓰인 것처럼 전 세계의 인류를 5억만 남기고 모두 전쟁과 자연재해 그리고 바이러스로 멸종시키겠다는 그들만의 ‘어젠다’를 영화는 소름 돋게도 은밀한 메시지를 품은 채 교묘히 전개해 간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브이 포 벤데타’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말 그대로 ‘피의 복수 위한 V’이다. 여기서 V는 5번째 생체 실험체로 희생당할뻔했던 주인공을 일컬어 로마자 ‘브이(V)’라고 명명한 것. 그럼 도대체 무슨 실험이 있었길래 그토록 저주하며 펄펄 끓는 복수심으로 온 도시를 불바다로 만들었을까?

영화 ‘브이 포 벤데타’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브이 포 벤데타’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여기에 등장하는 가면 쓴 사나이, 바로 V이다. 그는 민중을 대신한 메신저이자 제2의 가이 포크스로서 과거 그가 못다 한 독재정부에 대항하는 불꽃 튀는 혼자만의 전쟁을 펼친다. 그리고 영웅적인 죽음을 맞는다. 그는 끝내 영화에서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다만, 가면 속의 목소리만을 남긴 휴고 위빙(Hugo Weaving)의 놀라운 연기력이 매우 인상 깊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브이 포 벤데타’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에서 그는 매우 지적인 테러리스트로 나온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 <헨리 5세>의 대사들을 인용하고,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읊는다.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이 연상되는 국민의 주권, “정부는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라는 등의 수많은 명대사들을 거침없이 남긴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브이 포 벤데타’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혁명가(革命歌) <차이콥스키 1812 서곡, Op.49>

영화는 2040년 11월 5일 혁명 당일, 혁명가(革命歌)로 차이콥스키의 <1812 서곡, Op.49>를 놀랍게 재현한다. 이 음악은 작곡가 차이콥스키가 1812년에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 패배를 기념하여 작곡했다. 이 음악에는 실제로 대포가 등장하는데 과거 초연할 당시 대포를 ‘누가 쏘느냐’라는 문제를 가지고 군인과 타악기 주자 사이에 갈등의 에피소드가 있었다. 무엇보다 이 음악은 영화에서 웅장한 대포를 대신해 온 도시가 폭발하는 놀라운 광경과 함께 축포를 쏘듯, 단 한 번도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실제로 이 장면을 얻기 위해 수많은 연습과정을 거쳐, 전혀 실수 없이 완벽하게 대형 세트를 날리는 명장면을 얻었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브이 포 벤데타’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브이 포 벤데타>는 앨런 무어와 데이비드 로이드가 공동 창작한 동명의 그래픽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매트릭스> 시리즈의 워쇼스키 형제에 의해 2006년에 개봉된 작품이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브이 포 벤데타’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인해 혼란한 요즘, 이 영화는 묘하게 지금의 시대를 미리 예견한 듯 여러 부분에서 공감대를 일으킨다. 그토록 브이(V)가 외쳤던 주권과 정의! 그것은 지금처럼 모호하고 탁한 현실 속, 과연 어디서 빛나고 있는가?

영화 ‘브이 포 벤데타’_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브이 포 벤데타’_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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