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인과 그 시대’ & ‘고독한 순례자 김기인’ 출간
‘김기인과 그 시대’ & ‘고독한 순례자 김기인’ 출간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09.12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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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춤’ 고(故) 김기인의 춤세계와 의미
35명이 전하는 그의 이야기, 평론가 김채현의 7년 노력 결실
'김기인과 그 시대'(김채현 엮음,
'김기인과 그 시대'(김채현 엮음, 춤북넷)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무용가 김기인(1953-2010)의 예술과 독특한 춤 세계, 그리고 그의 개성적인 행적을 정리한 두 권의 책 <김기인과 그 시대>, <고독한 순례자 김기인>이 동시에 출간됐다. 두 권 모두 김기인춤문화재단(이사장 김기선)이 발간하고 한국종합예술학교 무용원 김채현 명예교수가 엮었다.

한 무용가의 예술세계를 무려 7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35명의 육성을 청취하고 장기간의 편집을 거쳐 책으로 펴낸 사례는 한국 무용계 초유의 일이다. 관계자들의 진솔한 육성을 정직하게 정리한 책으로서 자료 및 사료로서의 가치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김기인은 누구인가?
무용가 김기인(金基仁)은 1981년 <13월의 여행> 한 편으로 단번에 한국 무용계의 주목을 끌었다. 불과 20대의 나이로 제4회 대한민국무용제(서울무용제의 전신) 작품상을 수상했다. 한국 문화예술계의 르네상스적 인물이었던 고 박용구(1914-2016) 선생은 이 작품에 대해 “육체의 역학을 아는, 기대해 볼만한 안무자요 자기 자신의 냄새를 갖는 무용수라고 하겠다”라고 평했다.

그는 무엇을 하였는가?
<13월의 여행> 이후, 그녀는 춤의 근원을 찾아 몸과 기, 우주원리에 바탕을 둔 뿌리 깊은 춤을 추구했으며 80년 말부터 ‘스스로춤’이라는 개념을 창안하고 이의 실행방법을 모색하고 체계화를 지향했다. 그러나 왕성하게 활동하던 2010년 그녀는 학생들을 지도하던 도중 갑자기 쓰러져 급서, 무용계의 슬픔과 안타까움을 자아내며 스스로춤의 모색 또한 중단되고 말았다.

‘스스로춤’이란 무엇인가?
김기인에게 춤이란 “스스로 존재하는 자기 몸이기에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자성의 기를 이용해서 스스로의 몸 조건과 자기 몸의 자성을 프로그램화시켜서 추는 것”이다. 이 흐름이 자신의 몸 속에서 회전됨으로써 ‘스스로춤’이라 하는 것이며 감지되는 자신의 몸으로 그 흐름을 표출하며 자신을 이끌어주는 공의 힘에 의해 자전되어 추어지는 춤이다.

김기인춤문화재단의 김기선 이사장(김기인의 언니)은 2015년 춤웹진과의 인터뷰에서 ‘스스로춤’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스스로’란 모든 현상의 원래의 그러한 성품을 드러내는 수식어입니다. 근원적으로 볼 때 모든 것은 다만 그저 스스로 있는 그대로 순간순간 변전하며 존재할 따름이에요. 거기에는 잡을 수 있는 정형의 형체도 지속하는 실체도 없습니다. 그것은 늘 거기에서 작용하면서 만유를 내는 마르지 않는 생명의 샘과 같은 것이어서, 만유를 통해 그것의 작용을 인식하지만 그 자체 현상적으로는 숨겨진 어떤 것, 아니 어떤 것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을 수식하는 말이라는 거지요.....”

<김기인과 그 시대>, 어떤 책인가?
이 책에는 김기인의 성장기와 활동기에 걸쳐 예술활동 뿐 아니라 그의 인간 됨됨이와 사고방식, 생활습성까지 35명의 지인들이 기록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정 개인을 회고하다 보면 빠지기 쉬운 과장과 칭송을 경계하기 위해 이 책은 공개면담 형식으로 진행된 14차례의 포럼을 기반으로 하여 김기인의 춤과 인품에 대해 다양하게 표출된 담담한 진술과 평가를 독자의 시각으로 서술했다. 예술가의 생애를 실상에 준하여 알리고 보존하는 방법으로 이 책은 하나의 전범을 제시한 것으로 생각된다.

본문 속으로...
“....‘기인이가 내면세계에 깊숙이 들어가 있구나’고 느꼈지요 ...자기 영의 세계를 그렇게 갖고 싶어했다는 것, 자기에게서 나오는 스스로의 춤을 추고 싶다는 얘기, 그걸 지속하고 싶다는 얘기를 늘 했어요”(육완순 전 이화여대 교수)

“세계적 무용수가 될 수 있는 그 에너지, 그 끼, 그 체력이 있었다고 봅니다. 참으로 세계적 무용수가 충분히 될 수 있었던 사람이어서 정말 아쉽습니다.”(남정호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작가주의로써 현대무용의 토착화를 제안하였지요”(안애순 전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자매도서 <고독한 순례자 김기인>
<김기인과 그 시대>와 동시에 출간된 이 책은 김기인 자신의 글과 메모, 김기인을 회상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김기인 활동의 무용예술사적 의의, 비평내용 일부, 사회적 기여활동, 그리고 그의 삶과 인간 됨됨이를 비롯하여 사후 설립된 김기인춤문화재단의 활동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모두 5부에 걸쳐 춤 메모, 소논문, 비평 및 회상의 글들이 수록됐다.

본문 속으로...
“스스로춤은 바로 그 우주적 에너지를 우리 몸 안에 흐르게 하고 우리 육체와 하나가 되고자 하는 시도이다. 그 때 인간과 신성이 만나는 위대한 사건이 탄생된다. 거기서 탄생되는 ‘스스로춤’인 것이다.”(김기인)

도서 '고독한 순례자 김기인'(김채현 엮음, 춤북넷)
도서 '고독한 순례자 김기인'(김채현 엮음, 춤북넷)

 

“김기인은 70년대 후반 한국 현대춤의 모더니즘적 기술성을 자신의 뛰어난 체구와 감성으로 소화시켜 보여준 한편, 그 이후 80년대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한 포스트모던적 다양성의 춤의 미학 속에서 얼마쯤 절망하고 또 얼마쯤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으면서 ‘제 길을 찾아간’ 무용가라 하겠다”(무용평론가 김태원)

“누군가 되살려낼 수 있다면 이 춤(스스로춤)은 대단한 한국적 창작 방법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며 소위 스스로 움직이는 명상, 무속, 종교적 움직임과도 직접 통할 수 있는 것일 게다.(무용가 이철진)

엮은이 김채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동교 명예교수이자 오랫동안 무용평론가로서 활동해 왔다. <발레와 현대무용>을 비롯, 많은 역서와 저서를 냈다. 영국 IBC 등 세계적 인명 선정기관으로부터 '21세기 저명 지식인 1천인', '21세기 창조자 5백인', '전 세계 필생의 과업수행 1백인' 등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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