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더무브' 사건을 통해 돌아보는 문화예술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칼럼]'더무브' 사건을 통해 돌아보는 문화예술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 남정숙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13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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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전문언론이 가짜뉴스로 독자를 호도해선 안돼
문화예술 발전 위한 진정한 역할 수행해야
문화 칼럼니스트 남정숙
문화 칼럼니스트 남정숙

[더프리뷰=서울] 남정숙 칼럼니스트 = 가짜뉴스, 가짜미투, 가짜환자... 대한민국이 가짜들 등살에 몸살을 앓고 있다. 나도 미투운동을 시작한 2018년부터 지금까지 가짜미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정보를 접했을 때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의 가치관이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에 대해서 믿고 따르려는 ‘확증편향’이 생기고, 특히 SNS나 AI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플랫폼 기업들이 사용자들의 관심이나 취향에 맞춰 여과하여 제공하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 현상으로 인해 플랫폼 사용자들은 특정 성향의 정보에 대해서 확신을 갖고 가짜뉴스를 무분별하게 재확산시키므로 사회적 신뢰를 저하시키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 여지가 있으므로 매우 심각한 범죄이다.

가짜는 거짓말과 과장을 통해서 생산된다. 인류가 수백 년 간 “늑대가 나타났다.”는 동화를 전래(傳來)시키면서까지 가짜뉴스와 거짓말을 경계한 이유는 동물과 달리 ‘협동하므로 생존할 수 있었던 인간’이 거짓말과 거짓정보로 인해 생기는 공동체의 신뢰감 균열, 이로 인한 생산성 저하, 기회비용의 멸실, 진위판별로 보내는 시간과 사회적 비용의 소모 등이 결코 공동체에 유리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전래동화나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일까? 공동체를 위험에 빠트리거나 개인적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끊임없이 사회적인 거짓말을 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린다. 끈질기게 가짜뉴스가 생산되는 이유는 설사 미래에 자신이 불이익을 받거나 공동체가 위험에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단기간에 자기에게 돌아올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엄격한 권위주의 시대보다 민주시민사회라는 요즘 사회적 가짜뉴스가 더 횡행하고 가짜가 더 진짜 같다. 일부 진실에 거짓말을 섞는 솜씨들이 그럴 듯해서 진위를 판별하기도 어렵거니와 설혹 진위가 판별이 난 후에도 사과는커녕 책임을 남에게 덮어씌우는 방식으로 혼란을 일으키므로 거짓말도, 가짜뉴스도 진화하는 생명체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민주시민사회에서 마땅한 징벌 없이 거짓말과 가짜뉴스를 방치한다면 이기적인 유전자의 인간들은 공동체의 이익보다는 거짓말과 가짜뉴스를 퍼뜨려 얻는 개인의 이익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단호한 단죄가 필요한 이유이다. 공동체가 취약할 경우 거짓말과 가짜뉴스는 더 위력을 발휘할 것이고 공동체는 더 빨리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가짜뉴스에 대해 강력한 책임을 부여하고 있는데 독일은 2018년 1월 ‘가짜뉴스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네트워크 운용 개선법’을 시행하여 위반 시 벌금 640억 원, 싱가포르는 기업은 8억7800만 원, 개인은 10년의 징역형이나 8천8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문화예술계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공동체 중 하나이며, 도제방식과 좁은 생태계로 인해 그나마 다른 분야에 비해 가짜뉴스의 파급력이 다소 약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함에도 문화예술계의 활동과 규모가 점진적으로 확장되어 왔고, 문화예술 전문언론도 제법 속속 등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문화예술 전문언론의 역할과 기능은 독자들에게 문화예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문화예술 전 분야에 대한 리뷰와 프리뷰 작성을 통해 평가 및 평론을 하기도 하는 등 문화예술계에 영향력을 넓혀 왔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 정부와 기관의 인사평이나 문화예술 정책에 대한 논평은 문화예술계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현장의 이해를 돕는 등 나름 긍정적인 언론의 역할을 수행해오면서 성장해 왔다.

문화예술 전문언론의 역할을 돌아보게 하는 사건 발생

얼마 전에 있었던 <더무브> 사건은 그동안 문화예술 전문지가 가졌던 소수의견 반영의 역할이나 혼탁한 문화예술계를 정화하려는 스크린 기능으로 작동하지 못했다. 문화예술계를 돕기 위한 취지라기보다는 소위 주류언론의 ‘옐로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에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공익을 가장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유포해서 죄가 없는 사람을 시전에 던져놓고 여론의 공격을 받게 만들어 이익을 얻거나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일종의 옐로 저널리즘이라고는 생각한다. 이런 구조를 직장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하고, 갑질이라고도 부른다. 문화예술 전문지의 역사가 얼마나 됐다고 취약한 공동체에서 이런 일을 벌이는가? 문화예술 전문지라고 과연 전문적인가? 기사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문화예술인들의 인권과 평판을 훼손해도 되는가? 더군다나 만일 기사 내용이 사실이 아닐 경우 문화예술인들의 인권과 명예훼손에 대한 피해는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는가? 문화예술 생태계에서 살아남은 소수지이므로 문화예술인들이 보호하고 살려두어야 하는 것인가?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기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아마추어적인 실수이므로 덮어 주어야 하는가? 무고한 시민을 간첩으로 만들던 시절과 뭐가 다른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면서 칼럼 쓰기를 망설였다.

그러나 문화예술 생태계의 일환인 비평과 검증이 건강하게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문화예술 전문지들의 근거도 없는 ‘카더라 식’의 의혹제기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도 없이 그냥 한 번 던져보고, 찔러보고 아니면 말고를 반복한다면 과연 살아남을 문화예술인이나 단체나 기관이 몇이나 있을까? 가짜뉴스가 용인되고 더 많은 문화예술 매체들이 이를 통해 작은 이득이라도 얻게 되는 것에 동참한다면 가뜩이나 취약한 문화예술 생태계는 무너지고 부패하고 말 것이다. 생태계가 무너지고 부패하기 전에 누군가는 예방주사를 놓아야 한다.

증거가 있고 근거가 분명한 부정부패를 파헤치는 언론을 때려잡을 국민은 없다. 그러나 자신들이 아무렇게나 펜을 휘둘러대도 좋은 엄청난 유력언론이라고 착각하는 문화예술 전문지가 있다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종을 울리고 싶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1차전 : 사건의 시작 – <더무브>의 의혹제기
시작은 문화예술 잡지 <더무브>의 임효정 대표가 8월 초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이 인터뷰한 토마스 한(Thomas Hahn)이라는 독일 무용평론가와의 대담 내용을 올린 것이다. 임효정 대표가 토마스 한에게 “한국의 춤 비평가들과 저널은 직접 페스티벌을 주관하며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묻자 토마스 한은 “두 가지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이룬다면 경탄할 일이다. 유럽에서는 비평가가 동시에 페스티벌의 주최자나 예술감독이 된 경우를 보지 못했다. 그러기엔 이론과 실제에서 너무 많은 모순이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독일의 무용비평가 토마스 한(Thomas Hahn)
독일의 무용비평가 토마스 한(Thomas Hahn)(사진=더무브)

임효정 대표는 인터뷰에 그쳤으면 좋았을 것을 페이스북에 토마스 한의 인터뷰 답변을 인용하면서, 유럽에서는 그런 일이 없으며, 동시에 한국적 상황에서 비판의 대상이 ‘바로 이 사람들’이라는 듯 무용계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무용계 전문가 5인, 6개 단체를 실명으로 공개했다. 그리고 실명 다음에 그들이 지원받은 지원기금 금액과 내용을 적어 놓은 것이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이종호(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회장)는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를 23회째 운영해 오고 있으며 2억 원의 축제 지원 예산을 받았다.

2. 무용지 <댄스포럼>은 23회째 크리틱스초이스댄스페스티벌을 직접 주최하고 5천5백만 원의 축제 지원 예산을 받았다.

3. 장광열(한국춤비평가협회 운영위원)은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을 17회째 운영해 오고 있으며 3천3백만 원의 공연 지원 예산을 받았다.

4. 장승헌(사단법인 텐스푼 기획자)은 춘천아트페스티벌의 프로그래머로 참여하고 있다.

5. 최해리(한국춤문화자료원 이사장)는 무용 웹진 댄스포스트코리아를 발행하면서 광고를 받으려고 광고 안내를 하고 있다.

6. 김매자(무용월간 몸 발행인)는 창무국제공연예술제를 26회째 운영해 오고 있으며 3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더무브>가 외국 무용비평가의 인터뷰를 실으면서 “비평가가 축제 등 직접사업을 하는 것은 모종의 압력을 행사해서 이익을 취할 수 있으므로 비판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할 수는 있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이런 주장이 마치 문화예술계의 비리와 부정을 파헤치는 정의로운 언론의 의혹제기로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근거나 증거 없이 실명으로 독자에게 부정적인 시그널을 주는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에다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언론의 일방적인 폭력일 수 있다.

1. 권위 있는 언론사라면 의혹제기 단계에서는 실명을 쓰지 않는다. 실명을 쓰면 바로 명예훼손에 걸리거나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언론사는 사후에 귀찮은 절차를 밟아야 하고 회사의 명예와 이미지를 추락시키기 때문에 사전에 조심한다. 실명을 써서 비난하려면 당사자가 법원 판결에서 유죄를 받거나 누구나 아는 공인이라야 한다. 이렇게 초반부터 실명을 쓰는 언론은 권력이 엄청나서 당사자들이 제소를 포기할 정도의 힘이 있는 언론이거나 아니면 피해 당사자들이 실명이 거론되어도 당사자들이 ~ 카더라 수준의 황색저널로 치부하고 무시하는 경우일 것이다.

2. 임효정 대표는 서두에 토마스 한의 인터뷰 대답을 인용해서 유럽에서는 비평가가 축제 등 직접사업을 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부당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전제를 깔고, 6명의 무용계 저명인사를 실명으로 소개하고 바로 연달아서 지원금의 액수를 달고 있다. 이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음험한 연상을 갖게 한다. 비평이나 평론가라는 힘을 이용해서 수익을 얻었나?를 의심하고 상상하게 하는 배치이다. 그에 대한 근거제시는 없었다.

3. 결론적으로 가장 의심스러운 것은 팩트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애초에 임효정 대표가 제기한 의혹은 “평론가가 직접사업을 하거나 광고를 받는 것은 일종의 압력행사일 수 있으므로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며 이 주장은 언론으로서 당연히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임효정 대표가 주장하는 대로 의혹제기가 아니라 정식으로 담론이나 화두를 던진 것이라면 문제의 핵심이 되는 6인이 평론가여야 하고, 6인 모두 부정한 돈으로 직접행사를 했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팩트는 6인 중 평론가는 4인 뿐이라는 것이다. 대전제에서부터 어그러졌다. 그럼 평론가가 아닌 2인은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을 위해 들러리 세운 사람일 뿐인 것이 된다. 이중 무용계 원로도 있고 유명한 무용가도 있다. 이유도 없이 소환된 이분들의 인권은 어찌되는 것인가? 이렇게 막 갖다 붙여도 되는 건가?

그때까지만 해도 해프닝이라고 생각하고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곧 첫 번째로 언급된 이종호 회장이 인터넷 매체 ‘더프리뷰’에 항의 글을 올리면서 사건이 일파만파 알려지고 문화예술계는 <더무브> 임효정편과 피해자편으로 갈라서 SNS 상에서 다툼이 일어났다.

2차전 : 이종호∙최해리의 반박
사실이건 사실이 아니건 의혹단계에서 실명을 쓴다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불쾌한 일이다. 만일 사실이 아니거나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심각한 명예훼손에 해당된다. 다음은 이종호 평론가(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회장)의 반박 글을 요약한 것이다.

제목 : “평론가는 공연기획하면 안됩니까? 임효정 ‘더무브’ 편집장께”

● 한국춤비평가협회가 주최한 6월 30일 토마스 한 초청 강연회에서 <더무브> 임효정 대표가 인터뷰를 한 내용인 것 같다. (말하자면 비평가협회에서 초청한 독일 비평가를 그 자리에서 인터뷰한 후 이를 빌미로 한국 비평가들을 비판한 것이 된다.)

● 유럽에서도 평론가들이 축제나 행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 평론가의 직접행사 운영 여부나 직종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자질과 윤리의 문제이다.
● 평론가가 주도하는 모든 행사를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 이종호 평론가 본인은 1998년 시댄스(서울세계무용축제)를 시작한 이후 공연리뷰를 쓰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임효정 대표가 제기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

● 공공지원금 액수를 적어 놓은 것은 평론가들이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해서 받아낸 금액이라는 것을 암시하려는 것인가? 2019년과 2020년에 받은 2억 원의 지원금은 시댄스 1회 예산의 1/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 없이 지원받은 예산 액수만 부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평론가가 아닌 김매자 선생이나 장승헌 감독을 언급한 것은 무슨 이유인가?
● 무용 전문매체들의 광고 유치 노력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무용 전문매체들이 자비로만 운영해야 한다는 말인가? <더무브>도 평론을 하면서 본인은 광고를 받아도 괜찮고 다른 평론가들이 운영하는 매체는 광고를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 결국 평론가 출신의 축제감독이나 편집장이 평론가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비윤리적인 행위를 했다면 마땅히 비판 받아야겠지만 단지 축제나 매체를 운영한다는 사실만으로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하다.

● 임효정 대표가 평론가들이 축제감독이나 행사연출을 하는 것을 ‘이러한 국내에서만 가능한 현상‘이라고 한 것은 잘못이다. 유럽, 미주,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공연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라고 팩트를 제시하면서 반론을 적고 있다.

이후 2차로 무용웹진 댄스포스트코리아를 발행하고 있는 최해리 한국춤문화자료원 이사장도 자신의 페북에 반론을 올렸다.

● 무용계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의 과도한 신념과 상상력이 불편하다.

● 이번 정권 들어서 우리 자료원이 정부 프로젝트를 싹쓸이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하는데 지난 3년 간 우리 자료원은 1건의 용역만 수행했을 뿐이며 용역비가 바닥나서 연구원들의 남은 인건비 지급도 유보했을 만큼 열악하다.

● 댄스포스트코리아가 자료원의 기관지라는 소문은 거짓이며, 웹진이 광고를 받으면 안 된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 대안이 없는 비판이 저널리즘인가?
● 비판의 핵심은 무엇인가? 광고 때문인가?

이종호∙최해리 평론가의 반론을 정리해 보면

1. 이종호 평론가는 한국춤비평가협회 회원이기는 하지만 1998년 시댄스를 시작하면서부터 공연평은 쓰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임효정 대표가 던진 “평론가가 직접사업을 하면 안 된다”는 대전제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종호 평론가를 사례로 든 것은 가짜뉴스라고 할 수 있다.

2. 최해리 발행인은 웹진을 운영하고 있으며 광고를 유치하려고 했다. 만일 임효정 대표의 의혹대로라면 최해리 평론가는 무언의 압력을 통해 다수의 사업을 따왔어야 한다. 그러나 최해리 평론가의 말이 사실이라면 3년 동안 겨우 1개의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무언의 압력을 사용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엉성한 논리다. 또한 웹진에 광고를 유치하지 말라니 자진 폐간하라는 말인가?

3. <더무브>도 여러 분야 예술에 대해 비평도 하고 리뷰도 쓰면서 광고를 받고 있으면서, 평론가들이 운영하는 매체에는 광고를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은 얼마나 모순인가? 라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3차전 : <더무브>의 1차 프레임 전환
이종호∙최해리 평론가의 반박문을 보고 임효정 대표는 사과를 하는 대신에 프레임을 전환했다. 1차전에서 임효정 대표가 토마스 한의 인터뷰 답변을 인용해서 “유럽에서는 평론가가 축제나 직접사업을 하지 않는다. 평론가가 축제를 직접 운영하거나 매체를 운영하면서 돈을 받는 것은 모종의 압력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면 3차전에서는 반박에 대한 재반박이 아니라 “비평의 부재! 우리 예술계에 비평의 실종? 비평문화의 정상화는 요원한 것일까?”라는 제목을 달고 “비평문화가 실종되었다.”라는 것으로 프레임으로 바꾸며 비평가들을 싸잡아서 공격했다.

3차전에서 프레임을 바꾼 것은 당사자들의 ’사실이 아니다‘라는 반론을 통해 대전제와 소전제가 무너졌기 때문일 것이다. 의혹제기가 사실이 아니면 사과하면 될 일이다. 사실이 아닌 것을 우기다 보면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비평문화가 실종되었다.”는 새로운 전제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다시 새로운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3차전에서 임효정 대표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는 대신에 토마스 한의 인터뷰 답변을 재인용하면서 당사자들을 1차전 때보다 더 심하게 모욕하고 조롱했다. “나는 화두만 던진 건데 당사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든 것은 비평과 사업의 밥줄(?)이 연결되었기 때문이 아니냐?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카르텔이다, 자신들의 사업에 관련된 일이라면 안면몰수하고 달려든다.” 등의 긴 글을 SNS에 다시 올렸다. 무리하게 피해자들을 카르텔로 만들고 밥줄 때문에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이라고 모욕하였다.

임효정 대표가 평론가들보다 더 강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일까, 임효정 대표의 말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 사람들도 함께 비난하고 모욕하는 데 참여했다. 작은 소동이기는 했지만 문화예술계 사람들이 <더무브> 임효정 편과 그렇지 않은 편으로 나뉘어서 서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더무브> 임효정 대표가 목소리를 더 높인 것에 비해 6인의 무용계 인사들은 침묵했다.

4차전 : 토마스 한(Thomas Hahn)의 공격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임효정 대표가 1차전에서 3차전까지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했던 토마스 한의 인터뷰 답변을 한 바로 그 ‘토마스 한’이 임효정 대표의 SNS 글에 답글을 단 것이다. 우리는 임효정 대표가 인용한 것처럼 토마스 한이 진정 유럽에서는 비평가가 축제나 행사 등 직접사업을 하는 사람이 없다고 했는지? 직접 대답을 듣는 것이 이 소모적인 싸움을 끝내는 길이라는 것을 알았으므로 그 내용이 매우 궁금했다.

아래는 임효정 대표의 글에 댓글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 토마스 한의 글을 번역한 것이다.

토마스 한의 원문 번역문
토마스 한이 임효정 대표에게 유감을 표명하며 쓴 댓글 번역

 

싸움에 참여했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은 토마스 한이 영어로 달아 놓은 댓글을 번역해서 보았을 것이다. 공정하게 확인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토마스 한의 원문도 올린다.

8월 13일 토마스 한이 직접 임효정 대표 SNS에 올린 글
8월 13일 토마스 한이 직접 임효정 대표 SNS에 올린 글

 

토마스 한의 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임효정 대표는 유럽의 상황에 관해 물었지만 나는 한국의 무용환경에 대해 어떠한 의견도 표명하지 않았다.
●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려는 한국의 언론인이 유럽 상황을 끌어다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 정확한 번역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 나는 평론가가 운영하는 축제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대답한 것이지, 유럽 그 어디에서도 평론가가 축제나 행사 등 직접사업을 하는 경우가 없다고 한 것은 아니다.
● 내 답변을 기정사실처럼 사용하지 말라
● 나는 평론가가 축제를 운영하는 것은 존경할 만하다고 답했다. 그런데 임효정 대표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는 것처럼 번역했다. 그렇게 번역하면 안 된다.
● 한국의 춤축제 감독은 한국의 무용생태계와 관객들을 위해 매우 소중한 일을 하고 있다.
● 내 인터뷰 답변을 자신의 의견의 일부로 유용해서 실망했다.
● 나는 답변 시 한국에 적용할 만한 어떤 비교도 하지 않았으며, 역사와 환경이 다른 나라의 동시대 무용 상황을 유럽의 상황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
● <더무브> 임효정 대표는 한국의 특정한 상황과 관련해서 자신의 주장을 지지한다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답변의 맥락을 변경하고 부정확한 번역을 사용했다.
● 더군다나 인터뷰 대상자인 나에게 동의하는지 조차 묻지 않았다.
● 나의 답변을 그렇게 유용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유감을 표한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토마스 한의 말에 의하면 임효정 대표는 자신의 신념이나 의견에 유리한 방향으로 외국 평론가의 인터뷰 내용을 왜곡시키고 심지어 반대로 말했다는 말인가! 이게 무슨 국제적 망신인가? 이런 모습이 문화예술 전문지의 공정성이며 기자정신인가?

5차전 : <더무브>의 2차 프레임 전환
국제적인 무용평론가가 자신이 한 인터뷰 내용이 아니라고 반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임효정 대표는 자신의 거짓뉴스로 인해 명예를 훼손당한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다. 물론 자신의 인터뷰이(interviewee)인 토마스 한에게도 사과하지 않았다. 사과를 하기는커녕 토마스 한을 공격했다.

이 부분에서 호칭이 왜 중요한지 모르겠지만 임효정 대표는 “나는 토마스 한의 발언 내용을 정확하게 번역했으며, 토마스 한이 자신을 편집장님(발행인) 등으로 부르지 않은 것에 대해 자신에게 Mrs.인지, Miss인지 호칭을 분명히 해 달라”는 내용을 토마스 한 댓글에 다시 댓글로 달았을 뿐 자신의 가짜뉴스로 인해 피해를 본 직접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마치 무용평론가들이 무언의 압력을 가해서 지원금 수혜, 광고수주 등 부정부패를 저지른 것처럼 흘린 내용을 믿고 현혹당한 사람들과 문화예술인들에게도 사과하지 않았다. 대신 아직도 자신을 믿어주고 추종하는 사람들을 향해서 프레임을 다시 변경했다.

“지금 이 현상들은 외국인 춤비평가와 우연히 인터뷰를 하게 되면서 드러난 일각일 뿐”이며 자신은 그저 화두를 던졌을 뿐인데 이런 호들갑스러운 반응이 나오는 것을 보면 “묵은 관행처럼 뿌리 깊게 박힌 부조리와 카르텔”이 있으며 자신은 “이번에 그 골이 얼마나 깊은지 생각보다 더해서 놀라왔고, 숨 고르기를 하면서 점차 점검해 볼 것”이라며 뜻이 같은 사람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두번째 프레임 전환에서는 토마스 한까지 연관된 ‘뿌리 깊게 박힌 부조리와 카르텔’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문제제기 자체가 문제가 있었고, 팩트가 팩트가 아니었으며, 피해자와 인터뷰이의 반박에 대해서 사과는커녕 프레임을 두 번씩 바꾼 문화예술 전문지와 그 대표자에 대해 “필요성에 공감”한다거나 사회에 “너무 큰 화두를 던진” 영웅으로 취급하거나 부인이 한국인이라 토마스 한이 말을 바꿨다는 등 음모론을 제기하는, 이해력이 매우 떨어지는 일부 추종자들의 반응이다.

토마스 한의 댓글에 임효정 대표가 단 댓글
토마스 한의 댓글에 대한 임효정 대표의 댓글(출처 : '더무브' 임효정 대표 SNS)

 

그동안 1차전에서 5차전까지의 전개과정만 잘 살펴보아도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누가 공정한지는 명백히 알아볼 수 있다. 그나마 문화예술계에 혼란을 예방해 주었던 도제제도도 점차 사라져 가고, 누가 누군지 알 수 있었던 선후배 관계도 옅어지고 있는 시대에 문화예술 전문지들이 생태계의 맨 위를 차지하는 갑으로 등장해서 가뜩이나 어려운 문화예술인들에게 갑질을 하거나, 인터뷰이의 내용마저 둔갑을 시켜서 공동체를 혼란에 빠뜨리고 가해자를 피해자로 만드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현재 문화예술 언론의 임무는 문화예술인들과 공동전선을 펼쳐서 부패한 문화예술인들과 화이트 카르텔들을 몰아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문화예술 환경을 만들어서 문화예술인들이 정치와 사회적∙경제적 어려움 없이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카더라 통신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어설픈 심증으로 내던진 화두로 문화예술계가 분열하도록 갑질을 하거나, 평생을 문화예술계를 위해서 헌신한 원로들을 망신시키고 평판을 훼손하거나, 분열을 통해서 누군가 작은 이익을 얻어내는 짓을 하면 안 된다.

이번 일을 통해서 문화예술인들도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 가짜뉴스와 옐로 저널리즘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고 감시하며, 현명하게 막을 수 있을 정도의 분별력이 없다면 문화예술 공동체는 나쁜 의도를 지닌 한 사람에 의해서도 휘둘릴 수 있고 공동체가 분열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라는 것을 파악하고 옐로저널리즘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서로 감시하는 분위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小人之過也必文(소인지과야필문)”은 “잘못을 저지르고 인정하기는커녕 잘못이 아닌 듯이 꾸밈으로써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소인배이다.”라는 뜻이다.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러나 잘못을 인정하는 데에는 인색하다. 자신이 명백하게 잘못한 것이 있더라도 잘못을 뉘우치는 대신에 남 탓을 하고 남에게서 잘못을 찾는다.

나는 <더무브> 임효정 대표에게 묻는다.

누구를 위한 의혹제기이며, 누구를 위해서 화두를 던진 것인가?

당신이 생각하는 문화예술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임효정 대표는 지금이라도 피해자들과 문화예술인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나는 공익적 목표로 글을 쓰는 것이지 위에 언급한 피해자들 어느 누구와도 관련이 없으며, 사적으로 연결된 일도 없으니 혹여라도 엮을 생각 마시기 바란다.

기존에 게재해왔던 문화예술 언론들이 이런 주제를 다루는 것에 대해 껄끄럽게 생각하고 이 칼럼을 싣기를 거부했지만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를 어느 기준으로 문화예술계에서 추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매우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하는 이슈이며 건강한 문화예술 생태계를 위해서 기준과 합의를 이루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하며 민감한 문제의 칼럼을 실어 준 더프리뷰에 감사하다.

 

필자 남정숙은 전 성균관대학교 대우전임교수로 2018년 미투운동을 일으킨 우리 나라 미투운동의 대모이다. 40년 간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한 1세대 문화기획자이며 문화예술 분야 칼럼니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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